2016년 9월 23일,

1년 농사 마무리 짓듯 오랜시간 준비해온 정보시스템 감리사 자격증을 받았다.


6월18일 필기시험,

7월22일 필기합격자 발표,

8월4일 면접,

8월22일~26일 이론교육,

9월19일~23일 실습교육,


뭔 자격증이 이리도 많은 절차를 거치는지...


어쨌든 자격증을 받았으니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응?


9월24일 토요일 아침,

부부는 피곤이 채 가시지 않은 몸뚱이에 진땀을 흘려가며 짐보따리를 꾸몄다.

이번엔 지대로 캠핑을 해 볼 작정이라지?


먹을거리는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캠핑장비와 옷가지로만 패니어 4개를 꽉꽉 채웠다.

3박4일 여행에 이렇게 가방이 부족해서야 장기여행을 가려면 아무래도 트레일러가 반드시 필요할 듯 하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집 밑에 빵집에서 간단히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차를 몰아 강릉으로 향했다.


오늘 첫날은 강릉항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낙산사 조금 못미쳐서 바다캠프장 이란 곳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캠프장은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마쳐놓은 상태.


하지만 일이 계획대로만 되면 여행이 뭔 재미가 있겠는가...


영동고속도로가 체증이다.

개.밀.린.다.

흑흑

토요일이잖니...


강릉에 2시가까이 되어 도착하니 우선 민생고부터 해결해야 했다.

메뉴야 뭐... 몽아는 강릉에 올때마다 옹심이를 찾는다.


옹심이집을 찾아가는 도중에 몽아가 수건을 안 챙겨왔음을 깨달았다.


사실 나혼자 캠핑을 다닐 때도 늘 수건을 안가져가거나, 가져갔어도 첫날 잃어버리곤 했다.

이상하게 수건은 챙겨야 할 장비목록에 잘 들어가질 않는다.


다행이 옹심이집으로 가는 길 입구에서 수건파는 집이 있어 어렵잖게 수건 2장을 샀다.

덕분에 좋은 기능성 수건 2장 건졌구먼.


옹심이집에서 몽아는 옹심이와 감자송편 몇 점을 먹었고 나는 옹심이칼국수와 감자송편을 몇 점 먹었다.

칼국수가 칼로리가 부족함을 먹으면서 느꼈다.

아무래도 라이딩하면서 뭔가 더 먹어야겠다...고 얘기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식당을 나와 강릉항으로 갔더니 네이버 로드뷰로 볼 때 텅 비어있던 공영주차장이 차 한 대 더 세울 곳 없이 꽉~ 차있다.

얼씨구~


경포방향으로 천천히 가면서 몇일동안 차를 세울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몽아가 마지막날 가기로 한 펜션이 어디쯤에 있냐고 묻는다.


경포 부근에 있는데...?

그럼 뭐하러 여기세워. 그 펜션으로 가!!

넵!!!


3박4일 중 2박은 캠핑을 하고 마지막날은 경포부근 S202 펜션에서 1박을 하기로 했었다.


펜션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펜션주차장에 주차한 후 서둘러 탠덤을 여행용 탈 것으로 변신시켰다.

앞뒤에 랙을 달아서 패니어를 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뒤쪽 랙을 프레임에 나사로 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사 하나가 헐거워서 조여지질 않는다.

탠덤을 도색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프레임쪽 나사 구멍이 넓어졌다.


펜션주차장에서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별 수 없이 나사를 간신히 걸쳐놓은 상태로 조립을 끝내고 패니어들을 조심해서 매달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안장 위에 올라간 시각이 오후 4시45분.


▼출발 준비를 마치고 비장한 모습으로 한컷. 이 사진이 첫날 찍은 유일한 사진이었다...



이때까진 45키로 북쪽에 있는 바다캠프장에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줄 알았다.

야간라이딩은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이트를 챙겨오지도 않았다.


출발 후 아주 잠시 순조로왔다.


사천을 지날 때 쯤 갑자기 길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페달이 무언가에 걸려서 돌아가질 않았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리어랙에 간신히 걸쳐놓았던 나사가 어디론가 사라졌고 랙이 기어위에 떨어져서 낑겨 있었다.

랙은 어렵잖게 빼내었지만 랙을 고정시킬 방법이 없었다.

임시로 공구통을 꼽아놓았던 케이지 나사를 하나 빼서 다시 랙과 프레임을 엉성하게 고정시켜 놓았다.


이제부턴 나사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해서 노면 상태가 조금만 안좋아도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조심조심 운행하다가 주문진 시내를 조금 앞두고 결국 나사가 또 빠져버렸다.


이대로는 더 갈 수 없었다.


스맛폰으로 주변의 자전거샵을 검색해보니 다행이 두어군데가 보였다.

가장 가까운 샵에 전화를 해보니 와보라고 한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에 표시된 샵 위치가 이상하다.

"삼천리자전거주문진점" 위치가 신리천 개천가로 표시되어 있다.

도저히 자전거샵이건 뭐건 가게가 있을 곳이 아니다.

다시 전화를 해보니 이번엔 또 전화를 받질 않는다.


다시 지도를 보니 조금 더 가면 다른 자전거샵이 있었다.

문을 열었는지, 수리를 해줄런지 모르면서 무작정 샵을 찾아가보니 다행이 주인이 있었다. 

주인은 상태를 보더니 프레임쪽 나사구멍을 탭을 다시 내야 한다며 우선 임시로 너트로 체결해 주겠다고 한다.


분유통 한가득 들어있는 나사 및 자질구레한 부품들을 쏟아서 적당한 나사와 너트를 찾는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한참을 찾아도 안보인다.

나까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아 간신히 적당한 넘들을 찾아 랙을 프레임에 고정시켰다.


샵주인이 뒷바퀴를 다시 끼우고 손으로 타이어를 탕탕쳐서 타이어가 제자리를 찾도록 하고 큐알을 꼭 잠그는 것까지 다 확인한 후 수고비를 얼마를 주면 될지 물었더니 서슴없이 1만원을 달라고 한다.

머리속으로는 5천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 2배를 부르니 잠시 멈칫했지만 화장실이 급했던 조금 전 상황을 생각하면서 부르는대로 주었다.


랙을 고친 후 편안한 마음으로 안장에 올라 달리는데 처음엔 못느꼈다.

자전거 속도가 뚝 떨어졌다.

꽤 힘껏 페달링을 하는데 17~19키로 정도.

아... 랙 때문에 힘들었던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게다가 6시반을 넘어 7시가 다 되어가자 날은 많이 어두워졌다.

캠핑장에 도착해도 저녁을 해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남애에서 식당을 찾았다.

빨리 먹을 수 있는 회덮밥을 주문했는데 대접에 담겨온 회가 회만 먹어도 배부를 것처럼 많았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다시 안장에 올랐는데 이젠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길이 안보인다.

스맛폰 라이트를 켜서 한손에 들고 달리기도 해보고,

뒤에 앉은 몽아가 스맛폰을 들고 앞을 비춰 주기도 하고,

안 그래도 속도가 안나던 자전거였는데 이젠 조금 빨리 걷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동산리를 지나 본격적인 어드벤처가 시작되었다.

8월말에 혼자 동해안종주를 하는 동안에도 38선휴게소에서 동산리까지 황당하면서 모험스러운 자전거길을 지났는데,

그 길은 산길, 숲길, 마을길을 혼합해 놓은 그야말로 동해안 자전거 종주의 최고봉 같은 길이었다.


이제 그 자전거길을 야심한 밤에 라이트가 달려있지 않은 탠덤으로 가야했다.


일단 시작은 마을에서 산길로 들어서기 위해 거의 20%쯤 되어 보이는 비탈길을 올라가야 했는데,

당연히 끌바를 해야했다.


끌바라면 한끌바한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온 몸을 던져 밀어도 자전거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운동화가 벗겨질 정도로 뒤로 밀리기까지 한다.


이게 뭐지...???

아~ 이번에 짐을 너무 많이 실었나...?

아~ 오늘 기운을 너무 많이 썼나...?

아~ 오늘 먹은게 별로 없나...?


몽아가 안타까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는데,

탠덤은 그저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이럴순 없다 싶어 정말 이를 악물고 탠덤을 밀어 기어이 비탈길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산길, 숲길엔 그야말로 암흑천지.

한동안 스맛폰 라이트에 의지해 달리다가 결국 스맛폰 배터리가 간당간당 해졌다.


아직도 바다캠프장까지는 갈길이 먼데... 우짤까...?


그 순간 텐트 안에서 사용하는 미니 LED램프가 생각났다.

패니어를 뒤져 램프를 찾아서 로프로 앞패니어에 묶었더니 그럭저럭 길을 비추면서 달릴만했다.

마침 램프 불빛도 은은한 노란색이어서 마치 호롱불에 의지해서 숲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궁즉통이라더니!!


간신히 38선휴게소까지 와서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 사먹고 바로 출발~

마음이 조급했다.

이제 캠프장까진 13키로 정도 남았다.

이 때 평지에서 속도가 12~13키로 였으니... 1시간 넘게 걸린다는 얘기.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38선 휴게소부터 바다캠프장까지 자전거길은 잘 닦여진 아스팔트길이었다는 사실.


그렇게 느릿느릿 목적지를 향해 페달을 저어가다가 수산리 부근의 언덕에서 겨우 6%짜리 오르막에서 페달이 돌아가질 않아 또 끌바...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지만 끌바가 현실이었다.


그 와중에도 마트에 들러 생수와 내일 아침 먹거리를 사서 패니어 위에 얹었다.


아마 부부의 몸무게, 자전거 무게, 짐무게를 합하면 거의 200키로 가까이 되지 않을까...?

몽아의 몸무게가 포함되어 있어 상세한 내역은 생략한다.


무게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 탠덤의 20인치 타이어가 몹시 안쓰럽다.

406 싸이즈를 골랐어야 좀 두꺼운 타이어를 낄 수 있는데, 451 싸이즈를 선택해서 제일 두꺼운 타이어가 1⅜" 정도다.

그나마 1⅜" 타이어는 전세계에서 PRIMO 라는 업체가 유일하게 생산하는 것 같고 그나마 시장에서 구하기도 너무 어렵다.

처음 탠덤을 주문할 때 자전거여행에 대해서도 몰랐고 타이어와 무게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몰랐던 탓이다.

미묘한 타이어 크기 차이는 포크 규격에도 영향을 미쳐서 이제는 406 타이어로 바꿀 수도 없다.

다시 주문하라고 하면 406 타이어에 디스크 브레이크 옵션을 주문할 것이다.


10시반이 되어서야 바다캠프장에 도착했다.

45키로를 오는데 꼬박 6시간이 걸린 것이다.


캠프장은 규모가 꽤 컸다.

늦은 시간에도 샤워장은 따뜻한 물이 잘 나와 정말 다행이었다.

텐트 대신 방갈로로 바꿨는데 감사하게도 방갈로 안에 온돌장치가 있었다.


서둘러 씻고 짐정리하고 잘 준비를 마치고 간신히 몸을 눕혔는데,

옆 방갈로에 놀러온 가족은 개를 데리고 와서 식구들이 돌아가며 개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앉아!

앉아!

어허!

누워!

어허!

누워봐~~

굴러!

굴러!

얘좀봐~ 까르르~


평소 집에서도 훈련을 잘 안시키는 모양인데 그걸 굳이 야영장에 와서 그것도 자정 가까운 밤에 훈련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개훈련시키는 소리를 자장가삼아 피곤한 하루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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