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andem Riding

다시 한번 동해안 (2) - 양양 바다캠프장에서 봉수대오토캠핑장까지


전날 고단한 하루를 보냈음에도 방갈로가 따뜻해서 잠을 잘 잔 덕분에 아침 일찍 개운하게 일어났다.

우리가 쓴 방갈로는 텐트로 치면 5~6인용 정도 면적일 것 같다.

두 사람이 에어매트깔고 나머지 공간엔 풀어 헤쳐놓은 짐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어 방안 풍경은 산만하기 그지없다.


아침은 황태해장국밥을 준비했다.

CJ에서 이런 종류의 즉석요리가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데 우선 맛이 괜찮고, 포장을 뜯어서 내용물만 챙기면 부피도 줄일 수 있어 좋다.





아침 준비를 하는데 전날밤 특수훈련을 받은 옆집 강쥐가 인사하러 왔다.

털이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는 걸 보니 밖에서 잔 모양이다.

그것도 훈련의 일종인가...?






텐트를 안치니 확실히 짐정리가 간단하다.

숙련된 솜씨로 짐정리를 해치우고 떠날 채비를 마쳤다.


패킹이 끝난 패니어를 자전거에 달려고 하는데 또 자전거가 잘 안구른다.

뭐지?

어젠 힘들어서 그렇다치고, 지금은 아침이고 난 팔팔한데...?

뒤를 들어서 뒷바퀴를 굴려보니 안굴러간다.

뭐야... 이거...

브레이크 패드가 림에 쩍 붙어있다.


그럼 어제 이 상태로 자전거를 탔던 거냐?

어쩐지 너무 힘들더라니...


뒷바퀴를 빼려고 했더니 어제 주문진 자전거샵 사장이 어떻게 큐알을 돌려놨는지 잘 빠지지도 않는다.

어케 어케 뒷바퀴를 빼고 다시 끼워 봤더니 뒷바퀴가 쌩~ 돌아간다.


이런 써글...


자전거샵 사장이 뒷바퀴를 잘못 끼워놓은거다.

분명 제대로 끼우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는데.


아... 어제 주문진에서 바다캠프장까지 30키로 정도를 이런 바퀴로 왔다는게 너무 억울하고 한심했다.

이렇게 해놓고 볼트와 너트 하나 끼워주고 만원을 받은 것도 괘씸하다.


몽아가 뒤에서 볼멘 소리를 한다.

내가 어제 자전거가 잘 안나간다면서 이런 얘기를 했단다.


"네가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없나봐...

앞에서 그게 느껴져..."


미안. 암쏘리. 쓰미사셍.

넌 문제없어.

자전거가 잘못했어.

자전거는 또 무슨 잘못이야.

자전거샵 사장이 잘못했어.

사장은 또 뭔 죄야.

확인 안 한 내 잘못이야.


암튼 어제 자전거가 잘 안구르던 원인도 해결했고,

출발 준비를 끝마쳤다.





▼바다캠프장 풍경 - 방갈로



▼바다캠프장 풍경 - 텐트사이트






오늘은 속초를 지나 화진포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송지호 부근 봉수대캠핑장을 갈 예정이었으나,

몽아가 화진포는 이미 다녀온 적 있고 오늘은 캠핑장에 일찍 가서 고기를 구워 먹자고 한다.

봉수대캠핑장까지는 어제와 비슷한 42키로 정도.

이 정도 거리를 오전 10시반 쯤 출발하면 늦어도 오후 3시 정도면 캠핑장에 들어갈 것 같다.


혼자 캠핑을 다닐땐 늘 해가 떠 있는 동안엔 열심히 페달질하고 해 떨어질 때 쯤 또는 해진 후 캠핑장에 들어가서 저녁해먹고 텐트치고 씻고 빨래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무지 바빴다.

몽아는 그게 무슨 재미냐...  일찍 가서 밝을 때 저녁먹자...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

둘이 다닐 땐 특히 더.






목적지가 가까우니 페달질이 여유롭다.

낙산사를 지나 정암해변 부근을 지나는데 근사한 쉼터가 나타났다.

허리를 쭉 펴고 쉴 수 있겠다 싶어 앉아봤더니 단순 의자가 아니다.

흔들의자다.

흔들 흔들 하다보니 반대편에도 사람이 앉으면 시소가 되겠다 싶어 몽아를 앉혔더니 과연 시소가 되었다.

둘이서 한참을 시소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흔들의자 있는 곳부터 바다 바로 옆으로 나무데크길을 깔아놓았다. 환상적이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화보찍기 놀이에 열중하는 몽아






한참을 사진찍기 놀이를 하다 다시 안장에 올랐다.

대포항을 지나 속초해변에 도착하여 우리의 단골 포토스팟인 사랑나무를 찾았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오늘 목적지가 가까워서인지 몽아가 기분이 좋다. 시키는거 다한다.



속초해변길을 벗어나 설악대교를 건너기 전 장칼국수를 하는 식당이 보여 냉큼 들어갔다.

강릉에서 먹었던 장칼국수를 기대했지만 속초의 장칼국수는 또 다른 맛이다.




칼칼하고 얼큰한 건 맞는데 강릉것처럼 걸쭉한 느낌은 없다.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서 짬뽕칼국수를 먹는 느낌이었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몽아에게 식당 들어가서 수다떨지 마라는 주의를 받았건만,

어김없이 주인아주머니와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나왔다.


혼자 다닐때는 거의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할 기회가 없건만,

몽아와 둘이 다니면 말을 걸어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게 몽아의 힘,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주위를 편안하게 하고 친근하게 만드는... 나로선 불가사의한... 거시기.


몽아는 늘 하던 수다여서 지겨울런지 모르지만,

나로선 몽아와 다니면서 얻게 되는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 주저리 주저리 떠들게 된다.


속초해변길이 끝나는 지점부터 동해안자전거종주길은 청초호를 건너는 2개의 큰 다리(설악대교, 금강대교)를 건너도록 되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경로를 바꿔줬으면 좋겠다.


이 2개의 다리는 자전거통행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

보행자를 위해 만들어놓은 폭 1미터쯤 되는 길을 자전거길로 표시해 놓고 있고,

다리가 아치형이어서 꽤 급한 경사를 올라야 하고,

2개의 다리를 연결하는 지점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는 건널 수 없으며,

종종 보행자와 마주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어쨌든 2개의 다리를 건너 속초등대와 영랑호입구, 장사항을 차례로 지나 고성군경계에 이르렀을 때 켄싱턴리조트 앞을 지나는 자전거길 입구가 공사때문에 막혀버렸다.

어떻게 우회하라는 안내판도 없다.

두번을 뺑뺑이를 돌다가 그냥 7번 도로를 달려 봉포항까지 건너뛰었다.


봉포항 부근에 토성하나로마트가 있는데 아직 캠핑장까지는 멀었지만 눈에 보일때 사두는게 좋을 것 같아 오늘 저녁거리를 장을 보았다.

오늘은 드디어 고기를 구워 먹는 날.

치맛살과 채끝을 400그램 정도 사고, 상치, 쌈장, 산사춘, 생수, 등등을 잔뜩 사서 탠덤 앞뒤에 차곡차곡 실었다.


이제 캠핑장까지는 10키로 정도 남았다.


조심해야 할 구간은 청간정.

이 곳은 자전거길 입구가 공사중이기도 했고, 청간정을 들렀다 가도록 자전거길을 만들면서 말도 안되는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 8월말 혼자 동해안자전거길 종주를 할 때도 45도 경사의 계단 앞에서 좌절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나왔었다.

우리처럼 짐이 많은 자전거는 패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청간정으로 가는 자전거길을 이런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짐이 많은 경우 건너뛰기를 추천한다.



청간정 이후에는 아야진, 교암리, 백도해변에서 모두 탁트인 전망과 점점 검푸르게 변해가는 바다빛깔을 볼 수 있었다.





자작도 부근을 지나는데 몽아가 파스타하는 식당을 보았다고 한다.

내일 돌아가는 길에 문을 열었으면 그곳에서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그 식당의 이름은 At Sea 1204 이고, 다음날 파스트는 못먹고 브런치를 먹었다.


예상대로 4시가 채 안되어 봉수대캠핑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텐트 1면 당 3만원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는 1만5천원이었는데요...?"

"잘못 보신걸거에요. 1만5천원하는데는 송지호캠핑장이에요"


잘 못 본거 아니다.

인터넷에 아래와 같이 요금이 나와있다.




관리하시는 아주머니는 규격과 관계없이 무조건 7인용 기준으로 요금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텐트를 친 곳은 오토캠핑장이었고 그 곳은 3만원이 맞다. 오토캠핑장 말고 일반 야영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못 봤다)


바닷가 바로 옆이고 시설도 좋아 보였지만 텐트치는데 3만원은 비싸다 싶어 송지호캠핑장을 가보기로 했다.

송지호캠핑장은 거리는 가까웠지만 송지호 부근의 자전거길이 울퉁불퉁한 돌길이어서 포기하고 봉수대캠핑장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3만원이 비싸긴 했지만 지금까지 순조로웠던 오늘 일정을 망치고 싶지 않아 순순히 달라는 대로 줬다.

다행이 샤워요금은 따로 받지 않았다.

그것도 이상하다. 분명 인터넷 안내에는 샤워요금은 별도라고 되어 있는데... 끌끌.


성수기가 지난 일요일에 텐트를 치는 사람이 없어 사이트는 맘에 드는 대로 골라 잡았다.

어차피 이용객이 거의 없으므로 샤워장과 화장실이 가까운 곳을 골라 텐트를 쳤다.








타프까지 쳐본적이 없어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럭저럭 사이트를 구축하고,

서둘러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이번 캠핑에서 고기를 구워먹겠다고 구입한 아이템이 있는데, 유니프레임 미니로스터라는 녀석이다.

인터넷 후기를 보면 삼겹살 등 기름이 많은 고기를 절대 구워먹지 말라고 되어 있다.

상판 크기도 그렇고 딱 1인용 백패킹에 최적화되어 있고 가격도 2만원이 채 안되어 딱 10번만 사용하자는 생각으로 구입했다.





구입한 한우가 기름이 많지 않은 부위여서 그런지 기름 떨어지는 걱정없이 구울 수 있었다.


다만, 정말 1인용 크기다.

지름이 15센티다.


고기를 대여섯점 얹으면 꽉 찬다.

버섯이나 마늘 올려놓을 공간도 없다.


둘이서 먹는 것도 쉬엄 쉬엄 먹어야 했...지만 몽아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고기를 나에게 양보해 주어 나는 싫컨 배불리 먹었다. 몽아도 배불리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산사춘을 곁들인 둘만의 오붓한 저녁식사.

어둑해진 캠핑장에서 노트북으로 영화감상 (토미리존스와 샤를리즈테론이 나오는 엘라의 계곡).


어제는 힘었지만, 오늘은 너무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