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일,
탠덤 자전거를 새로 샀다.
리컴번트 자전거 메이커로 유명한 독일의 하세 바이크(Hase Bike)에서 만든 피노(Pino)라는 모델이다.
사실, 탠덤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유명한 모델이 이 자전거다.
피노를 처음 알게된지는 몇년되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거다!!" 싶은 생각에 언젠가는 피노를 내 손에 꼭 넣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벼르기를 몇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피노를 구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들어갔고, 12월에 드디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피노의 사양
몇 년 동안 피노의 사양에 대해 많은 검토를 했는데, 내가 구입한 피노의 주요 사양은 이렇다.
1. 시마노 스텝스(Shimano STEPS) - E6000 시리즈, 출력은 250W, 배터리는 504Wh
-전기 자전거를 주문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선택은 없다. 오직 시마노 E6000 시리즈만 사용한다.
그러나 피노의 용도를 생각해보면 E6000이 최적이다.
일반 자전거를 주문한 뒤 전기 자전거로 개조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봤지만,
조금 돈이 들더라도 프레임부터 최적화된 전기 자전거가 가장 나을 것 같았다.
2. 변속기는 롤로프(Rohloff) 14단
-기존 바이크프라이데이 투스데이 탠덤을 타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이 변속이었다.
체인을 끊어먹은 기억도 있고, 변속 케이블이 끊긴 적도 있고, 변속이 제대로 안되어 오르막에서 끌바를 한 적도 있고,
암튼 고생했던 기억들이 적지 않다.
이번 기회에 변속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롤로프를 선택하는 순간 대략 전체 가격이 250만원이 상승한다.
3. 그 외 기본 사양에서 조금씩 업그레이드한 사양으로
-더블 킥 스탠드(짐을 많이 싣고 투어를 다니는 경우 필수, 이 스탠드는 하세에서 피노 전용으로 만든 물건이다.)
-앞, 뒤 랙 - 랙은 믿을 수 있는 투부스 랙을 사용한다.
-컬러: 하세 바이크는 RAL 색깔 코드로 원하는 프레임 색깔을 주문할 수 있다. 단지 꽤 비싸다는...
-시트 연장: 앞자리 시트의 깊이를 10센티미터 정도 늘려준다.
피노 주문에 대해
하세 피노는 국내에서 주문할 수 있는 곳이 한 곳 밖에 없다. (업체 명은 여기 쓰지 않겠다. 하세 피노로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사실 제대로 된 매장을 갖고 있는 곳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좀 어렵지만,
국내에서 주문할 수 있는 곳이 한 곳 뿐이어서,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에겐 달리 선택지가 없다.
하세 홈페이지에 가서 언어를 영어로 선택하고 상세 견적을 낼 수 있는데,
작년 12월 기준으로 홈페이지에서 계산된 견적금액보다 국내 업체가 조금 저렴하게 견적을 내줬다.
피노 인수와 첫 라이딩
처음 주문할 때는 대략 5~6주 정도면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받을 때까지 10주가 걸렸다.
이건 주문할 때마다 시기나 옵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아마 이번 경우보다 더 걸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짐작으로는 스텝스 + 롤로프 + 커스텀 컬러 조합이 시간을 걸리게 하지 않았을까?
어제(2020년2월29일) 피노를 인수했다.
인수하는 자리에서 피노의 분해와 조립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노는 차체가 큰 만큼 분해가 필수다.
분해하지 않고 저 큰 자전거를 차에 싣기도 어렵고, 집안에 들여놓기도 어렵다.
분해는 프레임을 완전히 2부분으로 분리하는 방식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분해된 두 프레임을 조립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인수받는 자리에서 판매자도 어렵게 분해/조립하는 걸 보고,
한강공원에서 내가 직접 해본 결과... 하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갔다.
팔에 쥐가 났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좀 쉬다가 거실에 큰 천을 깔아놓고 본격적으로 피노 구조 공부를 겸해서 분해/조립 실습에 들어갔다.
몇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방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하고, 내일 다시 한강에서 첫 라이딩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첫 라이딩을 다녀왔다.
광진교주차장에서 조립하는데, 결국 앞바퀴 쪽 프레임에 붙어 있던 랙과 더블 킥스탠드를 제거한 뒤 프레임 조립을 할 수 있었다.
판매자는 랙과 킥스탠드가 조립된 상태에서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잘 안되었다.
어쨋든 조립에 성공하고, 미사리 방향으로 첫 주행에 나섰다.
조립이 어려웠을 뿐이지, 라이딩은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처음 경험해보는 전기 자전거의 매력(두둥!!), 롤로프 변속기의 환상적인 변속(두둥!!),
와이프와 마음만 먹으면 속삭이듯 대화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포지션,
앞자리는 안장이 아니라 의자 시트 형식이어서 엉덩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두둥!!, 그러나 뒷사람은 여전히 안장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함),
원래는 왕복 20킬로미터 정도 라이딩하려고 했는데,
첫 라이딩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팔당대교를 건너 강북자전거도로로 복귀하기까지 대략 50킬로미터를 주행했다.
몇 년 동안 벼른 끝에 구입한 하세 피노,
정말 잘 만든 물건이다.
하지만, 기계 만지는게 서툴거나 귀차니즘이 많은 사람들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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