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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제주도 투어

탠덤 제주도 투어 - 2일차(2/4)


#2011년5월27일

눈을 뜨자마자 창문 커튼을 열어젖혀 날씨부터 확인해보았다.
여전히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길은 약간 젖어있다. 창문까지 마저 열어 손을 내밀어보니 비는 오지 않는다.
스맛폰으로 기상청 홈피에 직접 들어가 확인해보니 제주시만 새벽에 비가 왔고, 다른 제주 지역은 이미 전날부터 비가 그쳤다는 걸 알게되었다. (스맛폰의 날씨 어플보다 기상청 홈피에 보다 많은 정보가 있다. 풍향, 풍속, 시간별 날씨 예보 등)
음... 어제 차라리 제주시만 점프해서 애월 정도에서부터 라이딩 할 걸...

▼숙소 거울을 이용해 셀카를 찍었는데, 우연찮게 이런 손들어! 자세가 나와버렸다.


오전6시10분, 숙소를 나와 렌트카를 자전거샵에 앞에 주차해놓고 차키는 샵뒤 약속된 장소에 숨겨놓았다. 샵 사장님이 출근하면 렌트카에 연락하면 대신 반납하기로 얘기된 터였다.
탠덤을 조립하고 출발준비를 마치니 오전7시25분.

▼샵 앞에서 출발직전 한컷. 제주시는 아직 보슬보슬 비가 오고 있어 방수자켓을 입었다. (기울어진 곳에서는 서있는 위치를 바꾸어야 겠구만...)


드디어 제주도 탠덤 투어 시작~~
1131번 도로를 따라 해안도로 시작지점까지 내려갔다.
내리막길이다. 확실히 제주도는 섬 전체가 한라산을 정점으로 원뿔마냥 해안선까지 내리막길이다.

▼탑동광장부근 해안도로에 도착. 방파제때문에 아직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방파제 너머엔 제주바다가 넘실대고 있겠지?


어제 저녁을 먹었던 용두암로를 다시 한번 지난다. 용두암은 안봐도 될것 같기에 통과.

▼제주공항 바로 뒤편 해안도로. 날씨가 정말 흐리다...


▼이호테우해변을 조금 앞두고 보이는 조랑말 모습의 빨간색, 흰색 등대


이호테우해변에서 내가 가려했던 코스가 올레길이어서 자전거통행이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결국 숲길을 만나 얼마간 끌바를 하다 포기하고 도로방향으로 되돌아갔다.
그렇다고 모든 올레길이 끌바조차 어려운 것은 아닐것이다.

▼탠덤 끌바를 하다 만난 숲길. 올레길에는 이렇게 자전거 조차 거부하는 길이 꽤있다.


▼이호테우해변을 지나 만난 갈대밭. 황금색 갈대밭이 마치 가을 추수전 논같다.


이호테우해변에서 애월해안도로 입구까지는 일주도로(1132번)를 달렸는데,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뿐이지 자전거도로가 연석으로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고,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어 라이딩하기에는 매우 좋았다.
다만, 주민들이 미역, 마늘 등 각종 농수산물 건조를 위해 자전거도로를 점령(?)하는 경우가 종종있어 때론 불편을 넘어 자전거 통행이 아예 불가능할 만큼 빼곡하게 널어놓은 경우가 있다.
사뿐이 즈려밟고 가라는 건지...?
그렇다고 연석으로 구분까지 되어 있는 자전거도로를 놔두고 차도로 달리기도 그렇고... 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주도로에서 애월해안도로로 들어서자마자... 확실히 흐린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바닷색깔이 다르다.
주변 풍광도 훨씬 아름답고... 길가에는 펜션들이 줄지어 서있고...

▼구엄포구 앞 해변. 현무암이 거북등같았는데, 사진에는 잘 표현이 안되었다.


▼애월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제주바다


애월해안도로 끝무렵에 있는 유명한 숙이네보리빵에 들렀다. 9시를 조금 넘었으니 가게 문은 열었을 터.
보리와 쑥을 반죽하고 속에 팥을 넣은 빵인데 1개 400원.
몽아가 처음엔 그저그렇다...는 표정이더니 잠시 후 표정이 밝아지면서 맛있다고 한다. ㅋㅋ
가게 한쪽에 택배상자가 잔뜩 쌓여있길래 우리도 택배로 받아보기로 하고 다음주 월요일 발송을 부탁했다.
덤으로 두세개 더받아서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맛있게 먹었다. (왜 사진이 없을까...)

애월해안도로 끝에서 곽금올레길 방향으로 천천히 가보았다. 이 길도 코스를 그리면서 자전거가 갈 수 있는지 확신이 없던 길이었다. 위성사진을 아무리 확대해서 들여다봐도 도무지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되었던 길이다.

▼곽금올레길 시작위치. 흐린 날씨임에도 에머랄드 바다빛이 너무 곱다.


곽금올레길은 자전거통행이 가능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환상적이었다.
길이 좁아서 올레꾼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는 것이 서로 불안하지 않을 듯 하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아무도 없어서 탠덤을 타고 천천히 지나갔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만났던 길 중 가장 이뻤던 곽금올레길


▼백사장 길이가 20m쯤이나 될까... 정말 자그마한 해변을 만나 쉬어갔다. 사진에 보이는 백사장이 정말 전부다.


▼한여름이었으면 풍덩하고 들어갔겠지만, 양말벗고 바지걷고 잠시 바닷물을 발을 담가보았다.


▼몽아에게 들어오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말을 듣질 않는다...


▼용암이 바다를 만나 급잡스레 식어버린 현무암과 옥색빛 바다. 제주도는 하늘을 가려 우리에게 절반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이 만큼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감동하고 눈이 정화되었다.


▼곽금올레길 안에도 살짝씩 오르내리막이 있다


▼좁은 길에 양쪽에서 바위들이 어깨를 들이밀고 있어 자전거에서 내려 간신히 통과했다


▼너무 예쁜 곽금올레길


▼곽금올레길 정상(?). 오른쪽에 지나왔던 올레길이 보인다.


곽금올레길 하나 만으로도 제주도는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왜 곽금올레길은 제주올레코스에 없는 걸까...?
그래서 찾는 사람이 없었던 걸까...?

▼곽금올레길의 끝에서. 보이는 해변은 곽지궤물해변이다.


곽지궤물해변을 돌아나와 다시 잠시 일주도로를 탔다가 한림해안도로에 들어섰다.
한림해안도로 입구에는 귀덕궤물동산이 있는데 팻말만 보고 그냥 통과...
제주 여행 계획을 짜면서 처음엔 궤물을 괴물로 잘못보고 무언가 공포스런 조형물같은 것이 있나보다... 했다.
찾아보니 제주사투리의 '궤'는 바위굴을 의미하고 '궤물'이란 바위굴에서 솟아나는 물이란 뜻이란다.

▼한림해안도로에 있는 미니등대(?). 위에 태양전지판이 있는걸보니 친환경등대라 할만하다... ㅋㅋ


▼빨간 등대밑에서 빨간 패니어를 달은 빨간 탠덤과 빨간 힙색을 들은 몽아와 함께


▼한림항 직전에 바다를 향해서 길이 뻗어있다. 길 끝에는 하얀 등대가 서있다. 이런 길보고 그냥 갈 수 없다.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등대에 도착하여 한컷. 뒤에 보이는 섬은 비양도이다.


▼등대밑에서 셀카. 사실 여기서 19금스런 사진도 몇장 찍었지만... 비공개... ㅋㅋ
  제주도는 신혼여행뿐 아니라 구혼여행으로도 제격이다. ㅋㅋ


다시 한림해안도로를 달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하나 비양도가 정면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바다중 가장 바다색깔이 예쁜 곳이 협재해수욕장이라고 한다.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아름다운 바다임에는 틀림없다.


이미 시간이 12시가 다되어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지 정하지 않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예쁜 수제햄버거집이 보여 들어갔다.

▼허브제품을 같이 파는 곳이어서 내부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우리가 앚은 자리는 해수욕장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명당자리


▼"붉은못허브팜"이라는 곳인데 나중에 찾아보니 제주에서 꽤 유명한 집이란다. 오른쪽에 희미하게 몽아의 모습이 보인다.


▼커플버거를 주문했는데... 헬멧크기만한 햄버거가 왔다... 버뜨, 다 먹었다.


한림해안도로끝에서 다시 일주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한경해안도로로 들어섰다. 여기는 제주도를 시계로 보면 9시30분 위치에 있는 곳. 제주도바다를 4등분한다면 서해에 해당하는 곳이다.

▼바람많은 제주도에서도 특히 바람이 많은 곳인가 보다. 풍력발전을 위한 탑들이 여기저기 세워져있다.


▼한적하고 지극히 제주도스러운 해변이 쭈~욱 이어진다


▼해변에 쉬어가기 좋은 곳을 발견


▼몽아가 아주 드러누웠다


▼바람을 싫어하는 몽아를 위해 패니어를 떼어다 몽아 머리맡에 벽을 쳐주는 착한 남편... ㅋㅋ


▼탠덤도 덕분에 짐떼어내고 잠시 휴식. 탠덤이 이솝우화 소금장수와 나귀에 나오는 나귀같다는 생각이... ㅋㅋ


한경해안도로에서 아주 잠시 일주도로에 올랐다가 다시 차귀도부터 시작되는 노을해안도로를 달렸다.

▼왼쪽이 차귀도, 오른쪽은 차귀도보다 가까운 누운섬


▼섬 모양이 매우 독특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섬 모양이 다르다. 이게 같은 섬인가 싶을 정도로...


차귀도, 수월봉을 차례로 지나니 2시20분쯤 서귀포시 경계에 들어섰다.
제주도는 행정구역 상 남북을 거의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어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여기는 9시 방향이라는 뜻. 12시방향에서 출발했으니 제주도를 1/4쯤 돌았다는게 된다.


이때쯤부터 몽아가 엉덩이가 아파 고생한다. 아직도 브룩스안장과 친해지지 못해 엉덩이가 짜증내는 모양이다.
지난번 해남땅끝 여행때 특효를 보았던 탈지면 비공을 전수해보았지만 그것도 몽아에게는 통하지 않는 모양.
자주 쉬는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노을해안도로를 지나 마라도행 배를 탈 수 있는 모슬포항에 도착하였다.
원래 1일차 일정은 제주에서 모슬포항까지 였는데, 어제 1일차 일정을 고스란히 까먹었으므로 조금 욕심을 부려 더 타기로 했다.

▼모슬포항을 지나 길가 소공원에서 잠시 쉬어간다. 해안도로 곳곳에 깨끗한 쉼터, 공원들이 있어 여행이 불편하지 않다.


최남단해안도로를 지나 어제 렌트카로 왔었던 송악산입구를 재방문.
여기서부터 해안도로 이름은 형제해안도로로 바뀐다.
마람도유람선, 마라도잠수함 등을 지나 하멜기념비에 도착하였다.

▼바닷가에 하멜이 타고왔던 (아니, 떠밀려왔던) 배의 모조품이 있다


▼예전 제주도 신혼여행때 사진기사 겸 택시기사가 온갖 이상한 포즈를 요구하며 장난스런 사진을 찍어주었던 기억에... 몽아에게 포즈를 잡아보랬더니... 하멜을 본국으로 되돌려 보낼듯한 바람을 불어준다.


▼산방산은 오늘도 구름모자를 쓰고 계시다


네덜란드전시장에서부터 하멜민박 앞까지는 탠덤을 끌고 잘 왔는데, 산방사 입구까지는 계단들이 보인다. 허거덕.
예전 충주호 라이딩에서 선착장에서 도로까지 탠덤을 들고 계단을 함들게 올랐던 기억이 난다.
몽아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여서 여기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고 하멜민박에 방이 있는지 물어보니 단체용 큰방밖에 없단다...
결국 다시 도로로 나가서 산방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업힐을 끙끙 오르고, 신나게 다운힐.
화순해안도로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민박이나 모텔들을 찾는데, 몽아가 무언가를 본 듯 유턴하라고 한다.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보니 이런 시골에 근사한 모텔이 있다.
탠덤 스토커는 아무래도 시선이 자유롭다 보니 두사람이 각기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이런 부분은 유리하다.

▼몽아가 발견한 안덕의 에쿠스모텔... 우리 자전거가 에쿠스급밖에 안되나...? ㅋㅋㅋ


건물이 최근에 지어졌다 싶더니 역시나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다. 4만원...
그래도 시설이 깨끗하고 온돌방도 있고 하니 오케이.

간단히 샤워하고 저녁을 먹기위해 마을로 갔다.
모텔 주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아무리가도 먹을만한 식당이 나오질 않는다.
제주도의 길은 네모반듯하지 않아서 방향이나 위치를 얘기하기도 어렵고 알아듣기는 더욱 어렵다...
모텔 주인이 얘기한 식당을 찾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동네한바퀴 산택하다 적당한 곳에서 먹기로 하고 골목골목을 쏘다녔다.

▼무슨 나무인가요...?


▼안덕을 관통하는 도로. 멀리 구름모자 벗지않은 산방산이 보인다.


▼동네를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산림욕장에 온 듯... 주변이 수풀로 무성하다.


▼나즈막한 돌담 너머 집집마다 귤밭을 갖고 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몽아가 멀리서 희미한 간판을 보고 무조건 들어가겠다고 약속한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는 의미없고... 백반만 된단다...
네... 주세요...

그런데...
오! 백반이 훌륭하다.
찬들도 모두 맛있고...
2인분 1만원에 정말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


식당 길건너 하나로마트에서 맥주와 안주거리, 내일 아침 먹을 빵등을 사갖고 숙소로 돌아왔다.
빨래와 드라이기를 이용한 건조 작업 후 맥주를 들이키니,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뻗어버렸다.

오늘의 라이딩
시간: 5월27일 오전7시29분 ~ 오후4시40분 (9시간11분, 실제 라이딩시간 4시간39분)
거리: 91.9km (몽아의 1일 라이딩 신기록)
평속: 19.7km/h


라이딩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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