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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

충주호 라이딩 - 무(모)한도전

# 2011년4월20일(수)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큰 호수(인공호수 포함)인 충주호의 호반도로와 충주리조트 뒤편의 숲길이 매력적이라는 얘기를 여러번 들어서 코스길이가 좀 부담되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센 GPS에 딸려온 이지투어플래너(ezTour Planner) 프로그램을 이용해 코스를 설계해보니 대략 70km. 몽아에게는 꽤 무리였다. 더구나 고도그래프는 춤추듯 오르내리고 위성사진으로 확인해보니 상당한 길이의 비포장도로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다녀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런 객관적인 팩트를 보고 라이딩을 강행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하지만 라이딩 욕심 앞에 그런 수치들은 말그대로 숫자에 불과했다.
그저 막연히, 아무 근거없이, "탠덤으로 갈 수 있을거야!"를 외치며 계획을 밀어붙였다.
게다가 라이딩 중 라면 끓여먹기에도 도전하여 패니어에 코펠, 휴대용버너, 생수를 추가하는 무모함을 더했다.

출발지는 충주나루로 잡았다. 차로 충주나루까지 이동하고 유람선으로 청풍나루까지 간 다음 거기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충주나루에 도착해보니 평일임에도 상당히 많은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발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유람선을 타러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길고 가파른 계단을 탠덤을 들고 내려가야 했다.


↓ 충주나루.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 전에는 상당히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 배에 자전거를 싣고.


↓ 날씨가 맑은 편이 아니어서 풍경들은 동양산수화 마냥 부~옇다


↓ 조타실 옆에서 바라본 풍경. 물빛이며 산세가 마치 한려수도를 보는듯하다.


↓ 이때까지는 아무것도 모른체 마냥 행복했다.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청풍나루에 도착했다. 배안에서 걱정했듯 청풍나루역시 충주나루와 마찬가지로 도로까지 가파른 계단을 탠덤을 들고 올라야 했다.
잔인한 머피의 법칙은 오늘도 들어맞는다.

↓ 걱정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청풍나루도 충주나루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탠덤을 들고 계단을 올라 도로에 올라보니 벌써 온몸이 땀에 젖는다. 더구나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업힐이다.
경사도가 좀 되는 곳이어서 탠덤에 올라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첫번째 오르막을 지난 후 청풍대교까지 시원한 내리막.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낙타등을 타면서 내 머리속은 "이게 아닌데..." 라는 걱정과 후회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 시작부터 끊임없는 오르내리막. 하지만 길은 너무 예쁘다. 3일전까지 벚꽃축제가 있었던터라 아직은 벚꽃이 만발한 상태.


↓ 금월봉휴게소를 앞두고 몽아는 벌써부터 지친 기색이다. 이제 4km 왔을뿐인데...


↓ 이쯤부터 웬만한 업힐은 끌바를 했다. 몽아는 업힐만 보면 겁부터 내고 페달질을 멈춘다... ㅠㅠ


↓ 금월봉휴게소.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이 사진도 간신히 찍었다.


금월봉휴게소를 지나 금성면사무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충주호 북측 호반도로인 532번 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낙타등의 경사도와 횟수는 점점 더하는 느낌이었지만, 오를수록 왼편에 보이는 청풍호의 모습은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절경이었다.
도로는 갓길이 없지만 워낙 통행량이 없어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

↓ 박하사탕의 '나돌아갈래~' 포즈와 겹쳐진다, 더 못가겠다는 건가...?  ㅋㅋ


↓ 끊임없는 이어지는 업힐이지만 높은곳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모습은 절.경. 이다.


↓ 아직 나무들이 잎새를 싹틔우지 못해 겨울날의 모습을 연출한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호수의 물빛은 고웁기 그지없다.


532번 도로를 3km 정도 탄 후부터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 후산리까지 9km 정도가 비포장도로다.
흙길이나 산길을 예상했는데, 도로포장을 앞두고 날카롭게 깨진 자갈들이 많아 잠시도 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쉴새없이 날카로운 자갈들을 피해 핸들을 이리저리 꺾어야 했고, 손과 엉덩이에 전해지는 진동에 수시로 자세를 고쳐야 했다.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힘들고, 내리막은 웬만한 오르막보다 더 느린 속도로 내려가야 해서 브레이크를 쥐고 있는 양손이 쥐가 날 지경이었다.


↓ 비포장이라해서 흙길 정도를 생각했는데 완전한 오판이었다. 업힐의 난이도는 더 올라갔고 엄청난 진동과 날카로운 돌들을 피해다니느라 내리막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 간간이 업힐 끝에서 보이는 청풍호의 풍경으로 위로를 받았다.


↓ 그래도 이때까지는 웃고 있었는데...


↓ 지겨운 업힐, 자갈길...


↓ 황석리 부근에서 바라본 청풍호.


↓ 수없이 반복되는 S라인


↓ 황석리 직전, 비어있는 집(?) 처마밑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사실 이날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라면 끓여먹겠다고 준비해온 코펠, 버너, 1.5리터물 등이었다. 힘든만큼 라면은 꿀맛이었다. 웃고 떠들며 라면을 먹는 중 집안에서 소리가 들려 사람이 있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한동안 말도 못하고 있었다...


↓ 황석리.


↓ 고맙게도 원두막이 있어 잠시 쉬어갔다.


↓ 또 다시 시작되는 자갈길, 업힐... 9km 비포장도로를 라면먹는 시간 포함해서 2시간30분 걸렸다.


후산리에 이르러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드디어 비단결같은 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오르내리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 드디어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포장도로에 올라섰다. 그러나 업힐은 쭈~욱 이어진다.


몽아가 묻는다.
"얼마쯤 온거야?"
"반쯤 왔어"
"비포장길이 또 있어?"
"숲길이 8km 쯤 돼..."
"오늘 갈 수 있어?"
"..."

↓ 결국 몽아가 퍼졌다.


이미 시간이 오후4시를 넘은 시간이라 남은 30여km를, 그것도 숲길 8km 포함된 길을 해지기 전까지 갈 자신이 없었다.
아쉽지만 오늘 라이딩은 접어야 했다.
충주 콜택시를 불렀지만 "부산리"를 모른다고 한다. "경상남도 부산"이냐고 하면서...
간신히 개인콜택시에 연결하여 어렵게 위치를 설명하고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렸다.
4-50분 기다린 끝에 택시가 도착했고, 충주나루까지 팁포함 4만원을 지불했다.

↓ 부산리 삼거리, 언젠가 꼭 다시 와서 못다한 라이딩을 하라라.


아쉽고 무모했지만, 그만큼 느낀 것도 많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라이딩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이런 무모함을 웃으며 기억할 수 있다는게 아직 젊다는 증거아니겠는가!

라이딩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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