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le Riding/투어

부연동마을과 전후치

#2015년 6월 3일


강원도는 늘 설렌다.


아직도 강원도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보지 않은 (어쩌면 가봤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길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엔 가보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 못가본 곳이 몇군데 있는데,

진고개와 부연동마을이 그 중 하나다.


진고개라는 이름을 보면 확실히 고개를 뜻하는 령(嶺), 치(峙), 재 등이 높이나 험난한 정도에 따라 서열이 있는게 아닌 것이 분명하다.

진고개는 해발 960미터로 대관령(832), 미시령(826) 등 령급보다 높고 오대산의 산세가 험해 와인딩도 더 급하다.


진고개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번에 부연동마을과 진고개를 묶어서 라이딩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진고개는 결국 가질 못했다.


부연동마을로 가는 길은 양양 어성전 방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과, 진고개를 넘는 6번 도로에서 북쪽으로 빠져나가는 길 두가지가 있다.

어성전방향에서 오는 길은 비포장 업힐이 한참 이어지고, 6번도로에서 들어오는 길은 전후치라는 가파른 업힐을 지나 갈짓자 내리막길을 지나야 한다.


어느 방향이건 자동차로도 쉽지 않고 자전거로는 꽤나 힘들다.

부연동마을을 검색하면 연관되는 검색어가 '오지' 또는 '두메산골'이다.



처음 계획했던 라이딩 경로는 속초시외버스터미널 ~ 낙산비치 ~ 양양 ~ 어성전 ~ 부연동마을 ~ 전후치 ~ 진고개 ~ 월정삼거리 ~ 횡계 ~ 대관령옛길 ~ 강릉시외버스터미널까지 120K 투어였지만,

실제론 전후치를 내려와 힘이 빠져 진고개를 오르지 못하고 연곡을 거쳐 강릉으로 내려갔다.


라이딩경로(https://connect.garmin.com/activity/793505862)


▼동해안으로 왔는데 바다 한번 안쳐다보고 갈 수 없어 낙산해변에 잠시 들렀다


▼낙산해변에서 양양으로 가는 길에 거대한 돌머리(석두?)들이 보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던 퉁퉁 뛰어다니던 머리 괴물이 생각난다.



▼양양남대천에 풍물시장이 들어서는 날인가 보다


▼양양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어성전방향으로 이어진다




▼어성전까지 도로표지판은 계속해서 진부방향이 비포장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나중에라도 포장하고 나면 저 많은 표지판을 언제 다 고치나... 생각이 든다.


▼어성전까지 도로는 얼마전에 포장을 새로했는지 질감이 참 좋다




▼작년에 자전거샵에 들렀다가 리자즈 물통이 특이하게 생겨서 샀는데, 실용성이 별로 없다. 입구가 작아서 물을 마시기도 어렵고 단단히 잠궈도 물이 샌다. 이제보니 별로 이쁘지도 않다...



▼어성전에서 포장도로가 끝난다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처음 한동안은 시멘트길



▼시멘트길이 끝나고 흙길


▼점점 자갈이 굵어진다


▼다시 시멘트길


▼시멘트길 빨래판에 녹초가 되었다







▼자갈길 오르막은 체력소모가 극심하다. 경사도가 5% 정도였을텐데 체감하는 경사도는 10% 이상이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되지 않는데 길옆은 낭떠러지다


▼AWOL COMP로 여행용 자전거를 꾸며놓고 이런 비포장길만 찾아다닌다...



▼부연동마을로 넘어가는 바두재 정상. 사진 촛점도 안맞는거보니 정말 힘들었나보다.



▼부연동마을 초입




▼사람사는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학교도 있네...!!!


▼상점이 보여 들어갔는데, 물건 고르는 사이 주인이 다른 주민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손님이 있는걸 뻔히 알면서... 어찌해야 하나 하다 생수한병, 콜라한캔 값으로 3천원을 올려놓고 나오는데 산등성이에서 낫을 들고 내려오는 아주머니가 안주인인 모양이다. 2천이면 된다고 하면서 가게로 뛰어들어가 천원을 갖다 주신다. 재밌는 동네다.


부연동 마을을 벗어나면 6개의 헤어핀을 올라야 전후치로 갈 수 있다 (사진은 네어버 지도에서 퍼옴)


▼포장도로의 헤어핀이 아니라 시멘트길 헤어핀이고 게다가 흙이 쏟아져내려 자전거로 다운힐하면 매우 위험해 보인다


▼이렇게 낙차가 큰 헤어핀은 처음 본다


▼디스크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는 가급적 피해야 할 길이다



▼6개의 헤어핀을 포함해 전후치 정상까지 끌바로만 올라왔다. 섭섭하게도 정상엔 아무것도 없다.


전후치 정상에서 6번국도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3.6키로 동안 고도 450미터를 내려온다. 즉 평균 경사도가 12.5%.

거기에 도로가 매우 좁고 심하게 구불거려 내려오는 내내 브레이크를 잡고 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구간은 아스팔트 포장되어 있다는 것.


기계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디스크브레이크이고 보조브레이크까지 달아놨는데도 손이 아파서 혼났다.


▼6번국도 직전에 보이는 근사한 펜션


▼6번국도를 만나 좌회전하면 연곡방향이다. 앞에 보이는 건 '산에 언덕에' 카페 겸 펜션.


주문진 연곡에서 진고개를 넘어 진부로 향하는 6번국도는 한창 4차선 확장 공사 중이었다.

예전에 동해를 뻔질나게 다녔던 시절,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고 풍경이 좋아 즐겨가던 도로였는데 또 어떻게 변해갈지...


연곡에 도착하니 4시50분.

강릉에서 안양으로 오는 시외버스는 6시10분이 막차다.

연곡에서 강릉까지는 대략 13키로 정도이니 시간은 충분했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연곡에서 그냥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막국수를 주문했는데 면을 삶아 놓은게 없었는지 나오는데 20분이 걸렸다.

게다가 맛도 별로 없어서 다 먹지도 못하고 일어섰다.

허둥지둥 강릉까지 달려갔지만 터미널 부근 교차로에서 신호대기에 2번 걸리면서 결국 막차를 놓쳐 버렸다.

서울로 가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6시20분에 성남가는 버스가 있다길래 냉큼 탔다.

성남야탑에 9시 무렵 도착해서 탄천자전거길, 하오고개를 넘어 집까지 18키로 추가 라이딩.


그렇게

긴 하루가 끝났다.


또 다시 얻은 교훈:

1. 당일치기 투어를 무리하게 잡지 말아라

2. 비포장길은 가급적 피해라

3. 4시간 간격으로 식사를 해라


지켜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