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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오키나와 투어

탠덤 오키나와 투어 1일차

 

 

#2012년 4월 13일

 

오전 6시10분, 집을 나섰다.

꽤 오랜 시간 준비해온 오키나와 탠덤 투어를 시작하는 날이다. 설레임이 없을 수 없다.

범계역에서 6시30분 출발하는 공항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요즘엔 공항버스도 제3경인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예전보다 운행시간이 꽤 단축되어 7시20분 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시아나 카운터에 엄청난 인원이 줄을 서있다.

공항을 많이 다녀본 편이지만 이렇게 엄청난 줄을 본 적이 있던가...?

9시20분 비행기여서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아직은 괜찮다 한다.

 

  

 

1시간쯤 줄 서 있다가 차례가 되어 체크인하는데 자전거박스는 크기가 초과되어 대형화물 체크인하는 곳으로 따로 옮겨야 했고, 출국 절차 중에는 아시아나 직원의 다급한 전화... "짐 중에 반입금지된 가스통이 있어 빼냈다, 괜찮으냐...?"

아마 라면 끓여먹기 위해 가지고 갔던 휴대용 가스인 것 같다. 뭐, 어쩌겠나... 오키나와가면 구해야지...

 

어쨌든 무사히 비행기에 올라타고 약 2시간반 정도 걸려 나하공항에 도착했다.

착륙순간부터 느껴지는 습한 기운... 역시 오키나와구나.

 

 ▼오키나와의 날씨도 별로 좋질 않다. 뭐... 섬날씨는 다 이런 모양이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나와보니, 나하국제공항은 우리나라 지방도시 공항정도 수준이다. 외국 관광객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바로 옆에 있는 국내공항은 오히려 규모가 훨씬 크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숙박할 집의 주인이 공항까지 픽업을 나와 주기로 했는데 보이질 않는다.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 도착하는걸 깜빡했단다... 흠냐...

"택시타고 우리가 집으로 가겠다"

"안된다. 지금 집에 아무도 없다"

"그럼 어찌해야 하느냐..."

"조금만 기다려달라. 공항으로 가겠다"

 

한심한 생각이 들지만, 별수있나... 기다려야지.

 

 ▼기다리는 동안 한컷. 재털이와 의자 등 전체적인 공항수준이 좀 떨어진다... ㅋㅋ

 

30분 정도 기다렸나... 집주인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렇게 믿고 싶다... ㅠㅠ)

숙소는 나하공항에서 불과 10분 거리.

이 집은 사실 민박(일본은 民宿이라고 한다)도 아니고 게스트하우스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홈스테이지 정도.

집주인은 오키나와 숙박 정보를 수집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카페(카페명: 오키나와 오리온스타하우스)의 주인장으로, 자유로운(이라고 쓰고 되는대로 라고 읽는다) 투어를 주장하는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다.

성이 홍씨이므로 홍상(さん)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이는 나와 띠동갑...을 간신히 면한 나이.

 

홍상의 집은 1층 차고 포함 3층집인데 우리는 3층을 통째(!)로 쓰기로 했다.

한창 시즌때는 대여섯명이 몰려와서 지내기도 했던 만큼 넓은 집인데, 비시즌이어서 달랑 우리 둘이서 쓰고 비용은 인당 2,000엔씩. 덕분에 우린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홍상집 전경. 우리는 맨 위층에 묶었다.

 

▼홍상집 여기저기

      

     

   ▼홍상집은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변기 앞에 손바닥보다 조금 큰 세수대가 있다.

      

 

거실 벽면에 홍상집을 다녀간 사람들의 싸인들이 잔뜩 있다. 양희경, 고준희 등 연예인들도 이 집을 방문했던 모양인데 드라마, CF 촬영차 오키나와를 방문한 촬영팀들이 홍상의 가이드를 받았던 모양이다.

 

▼왼쪽 아래 "젊음을 불사르시오!"가 양희경씨 싸인, 가운데가 고준희 싸인, 오른쪽 아래는 김다인 싸인. 양희경씨 말고는 잘 모르는 연예인들이다. ^^ 

 

대충 짐을 올려놓고 나하시내 국제거리 구경하러 나섰다.

국제거리는 오키나와가 1945년 오키나와 전투로 거의 폐허가 된 이후 오키나와 재건과 번영을 상징하는 "기적의 1마일" 이라 불리우는 거리로 수많은 기념품상점, 식당, 호텔 등으로 북적거린다.

기념품 가게에 들러 오키나와 기념품, 특산품 등을 구경하고 두 딸에게 줄 자잘한 기념품들을 구입했다.

 

▼편의점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장근석 화보집이다. 한류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기념품상점에 가장 많은 종류가 "시사"이다. 시사는 제주도 하루방과 같이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상징이며 오키나와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대부분의 건물 정문에도 양쪽에 시사가 자리하고 있다.

 

▼크기도 표정도 제각각인 다양한 시사들

 

▼오키나와는 유리공예가 발달한 곳이다. "류쿠유리공예"라 불리우는데 하나쯤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ㅎㄷㄷ... 사진 위의 포스터는 아마도 유리공예의 장인인 듯하다.

   

 

국제거리를 걷다보니 식당들이 꽤 많이 눈에 띄는데, 사전에 맛집정보를 파악하고 오지 않아서 대충 분위기 있어 보이는 소바집으로 들어갔다.

오키나와 하면 아무래도 소바를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라기 보다 소바집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테루마" 라는 소바집인데 내부 분위기도 좋고 처음 먹어본 소바맛도 좋았다.

오키나와 소바는 기본적으로 꼬들꼬들한 모밀면을 돼지육수와 함께 내오는데 위에 무엇을 얹느냐(고명)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듯 하다. 사진으로 된 메뉴가 있었지만 복불복이다... 라는 심점으로 각자 내키는대로 골랐다.

결과는... 늘 그렇듯이 몽아가 고른것은 내가 고른것보다 맛있다...

 

▼소바를 먹었던 하테루마 소바집. 일본 관광을 하려면 히라카나, 가타카나는 익혀두고 가면 좋다. 사진에 보다시피 간판에 영어가 없다. 한자밑에 써있는 히라카나를 보고서야 식당이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메뉴판. 사진이 있어서 고르기가 좀 수월하다(정말?) 뭐가 뭔지 모르기는 매한가지라는 느낌. 아래 왼쪽이 몽아가 고른 "야사이(=야채)소바", 아래 오른쪽이 내가 고른 "소끼소바". 세트 가격은 800엔이 넘지만 단품(단삥이라고 읽는다)은 600엔 정도면 된다. 주의! 일본 식당은 기본찬이 없다! 단품을 시키면 정말 딸랑 소바만 나온다. 단무지도 없다!!

 

▼내가 고른 "소끼소바" 이건 돼지갈비를 위에 얹었는데 고기가 매우 부드럽고 심지어 뼈까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몽아가 고른 "야사이소바"(야채소바) 살짝 짬뽕맛이 나는게... 우리 입맛엔 이게 더 낫다.

 

▼메뉴판에서 먹음직스러워보여서 주문한 교자.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맛은 좋았다.

 

이제 민생고도 해결되었고, 조금 더 여유있게 국제거리를 돌아다녀본다.

곳곳에 있는 편의점이 우리나라 편의점보다 규모도 크고 물건의 종류가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가 괜찮다.

 

▼휴대용 재털이 발견! 이게 맘에 들어 색깔별로 4개를 샀다... ㅋㅋ 

  

▲와쿠와쿠 발견!! 맛도 모양도 똑같다. 하긴 뭐 같은 롯데꺼니까...

 

국제거리 중간에는 마키시 공설시장이 있는데 우리나라 전통시장 분위기이다. 다른 점은 깨끗하다는 것.

국제거리와 다른 종류의 상점들, 공예방(도자기, 의류염색, 유리세공품 등을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곳), 100엔샵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마키시 시장 분위기.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거의 같지 않은가?

 

▼우리나라 "칡즙" 처럼 사탕수수를 생으로 갈아 만든 주스(사토-기비 쥬스)를 판다. 처음엔 대나무인줄 알았다...

 

공설시장에서 공항에서 압수당한 휴대용 가스를 구입하려 했으나 도통 보이질 않는다.

홍상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더니 스포츠용품을 파는 곳이라야 살 수 있다고 한다. 택시를 집어타고 "스뽀츠데뽀" 라고 얘기했더니 금방 알아듣고 잘 데려다준다. 흠... 내 일본어 발음이 꽤 먹히는 모양이다.

 

스포츠데포는 온갖 종류의 스포츠용품, 의류를 모아놓은 곳인데 규모가 미국의 데포를 보는 듯 하다.

휴대용 가스는 캠핑용품 파는 곳에서 어렵지 않게 구했는데, 돌아다니다보니 자전거용품, 자전거의류 등을 파는 곳이 눈에 띈다.

펄이즈미, 마빅, 루이가르노, AGU 등 꽤 유명한 자전거의류 브랜드 들이 즐비한 것이 "여기 개미지옥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손에 몇가지 의류를 들고 피팅룸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여기에서 적지않은 지출을 하고 말았다.

오키나와 일주 후 계획했던 이틀간의 섬여행은 이곳에서 쇼핑으로 갈아먹었다... 쩝

대신 준비해간 자전거의류는 전부 내팽개치고 이곳에서 구입한 의류로 오키나와를 일주했다. ^^

 

스포츠데포 바로 옆에는 유니클로 매장도 있었는데 물건의 종류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다양한 듯하나... 환율까지 고려하면 아무래도 비싼 듯 하다. 바로 패쑤~

 

택시를 타고 다시 홍상집 주소를 보여주니 택시기사분이 친절하게 "모셔다" 준다. 정말이다. 일본 택시기사는 어찌 그리 친절한지!! 주소만으로도 정확하게 집을 찾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그 좁은 골목길 안까지 알아서 들어가준다는게 신기하다.

 

저녁 식사는 홍상집 부근에 있는 패밀리마트에서 도시락과 오뎅을 사와서 해결했다.

일본 편의점의 도시락은 종류도 다양하고 한끼 식사로 충분했다. 물론 가격도 일반 식당과 비교해서 그리 만만하지도 않다.

 

▼일본 도시락의 양은 한국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양이다. 일본사람이 소식한다는 건 아무래도 잘못된 상식인 듯 하다. 오키나와는 "오리온" 맥주가 거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묶고 있는 홍상집도 "오리온스타"이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난 후, 탠덤 조립, 브레이크/변속기 세팅, 패니어 짐 정리까지 끝내니 이미 늦은 시간이 되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라이딩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디카 세팅을 잘못해서 사진에 찍은 일시가 들어갔고 더구나 날짜는 하루뒤 날짜로... 이거 지울 방법없나...

★일본에서 스마트폰 데이터로밍을 사용하려면 1일에 12,000원 또는 7일에 35,000원이다. 이 요금 아끼겠다고 데이터로밍은 하지 않았는데... 이런 저런 인터넷 검색이 필요할 때를 생각하면 일행 중 한사람 정도는 데이터로밍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