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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땅끝에 도전하다 - 1일차(1/4)

#2011년5월19일

자전거로 당일치기 이상의 여행을 가본적은 작년 속초를 1박2일로 다녀온게 전부였다.
그간 그 이상의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사실은 용기가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자전거 여행기들을 읽으면서 나도 3박4일 정도의 일정은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생각한 것은 실천에 옮기는 편... ㅋㅋ
첫 장기여행의 목적지를 의미있는 곳으로 정하다보니 자연스레 해남 땅끝마을이 적당해 보였다.
코스도 단순한 편이고, 무엇보다 땅끝마을까지 여행기들이 풍부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3박4일 자전거여행에 필요한 물건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고 짐을 꾸렸다,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결국 자전거배낭 하나에 꽉 채워서 꼭 필요한 것들만 가져갔다.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 얘기는 언제가 따로 정리해서 하기로 하고...

전체 코스는 집(의왕)에서 공주까지 1일째, 고창까지 2일째, 해남까지 3일째, 그리고 마지막날 땅끝을 찍고 버스로 돌아오는 일정.
대체로 1일 라이딩 거리는 130~150km 정도, 잠을 잘 곳은 가급적 도시가 되도록.

대부분 국도 (1번, 23번, 2번)를 이용하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지만 혹시나 싶어 GPS 850에 전체 코스를 모두 넣어서 갔다.

첫날, 새벽 5시에 눈을 떠 전날 꾸려둔 짐을 다시 확인하고, GPS에 넣어둔 코스도 다시 확인하고 정확하게 6시에 집을 나섰다.
몽아는 자고있어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못하고 나왔다. 7시30분쯤 어디에선가 연락을 하면 되겠지...

출발한지 얼마안돼 수원으로 가는 지지대고개를 넘어 수원시내방향으로 향하면서부터 출근차량들로 자전거타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수원시내를 관통하여 비행장삼거리 부근에서 잠시 쉬면서 몽아에게 뒤늦은 출발인사를 전했다.

▼비행장길 시작 위치에 있는 차전놀이를 묘사한 전시물


비행장길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그 넓던 갓길이 온데간데 없이 없어지고, 비행장길을 고속으로 달려온 화물차, 버스 틈바구니에 끼여 공사구간을 지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웬만한 교통량에 별로 놀란적이 없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공사구간을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헤매다 결국은 공사구간을 지날 수 밖에 없었다.
별탈없이 지나오긴 했지만, 아무리 공사구간이라도 자전거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 멀쩡한 국도에서조차 갓길이 거의 없는 경우가 흔한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산의 어느 마트에서 잠시 쉬어간다. 태극기가 땅끝정복하러 가는 나에게 힘을 주는듯... ㅋㅋ


▼핸들바에 장착된 물건들. 연두색은 GPS 850, 스템부분에 매달려 있는 건 휴대용 스피커, 프레임가방안에는 스마트폰, 아이팟클래식


▼첫날이니만큼 상태도 좋고 깨끗해보인다... ㅋㅋ


▼평택에 들어서면서 교통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라이딩할 맛이 나기 시작한다


▼평택시청


오산, 평택을 빠른 속도로 통과하니 비로소 출근시간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교통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못느끼고 있던 바람이 느껴진다. 아니, 느껴지는 수준이 아니라 22~3km/h 속력을 내는것도 버거울 만큼 엄청난 맞바람이 불어닥친다.
혹시 느낌만 그런건가... 생각이 들어 길가의 가로수를 보니 엄청난 바람에 가로수들도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평택을 지나 성환 팻말이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천안 역내로 들어서고 있다.
천안... 재작년8월부터 작년 3월까지 천안에 있는 모업체 프로젝트로 8개월동안 몽아와 떨어져 지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때 8개월간 머물렀던 원룸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모진 맞바람에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천안삼거리공원 부근을 지날 무렵 국수집 간판이 보인다. 천안에서 조치원갈 때 두어번 간판을 보았던 집인데, 적당히 배도 고프고 별로 당기는 메뉴도 없던터라 자연스레 국수집에 들어가 배를 채웠다.

▼비빔국수. 옆에 있는 국물은 멸치를 우려낸 국물이라는데 정말 맛있다. 식당 이름도 "멸치"가 들어갔던 것 같은데...


▼천안삼거리 공원 부근. 처음엔 실제 주막인 줄 알았다... 내부에 밀랍인형(?)으로 주모와 손님까지 들어앉아있다...


▼천안을 지나 연기군으로 들어서면서 길옆으로 탁트인 농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끊임없는 맞바람, 길가의 가로수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바람부는걸 표현하려면 사진찍는것도 공부해야 하나...


▼베어트리파크. 곰나무공원???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김태곤의 "송학사"를 떠올리게 한다... 전국에 "송학사"는 꽤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곳도 김태곤의 "송학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 "송학사"는 김태콘의 마음속에 있는 사찰이란다...


▼연기군을 가로지르는 "조천"


8시간 가량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덧 조치원 부근에 도달했다. 라이딩거리는 이미 100km를 넘어서고 있다.
홍대 다니는 딸아이에게 잠깐 얼굴볼 수 있을까 하고 문자를 넣어봤지만... 수업중이라는...
사실 출발전 큰애가 오늘은 하루종일 수업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혹시나 싶어 코스도 조치원 캠퍼스를 경유하도록 짰는데...
괜히 문자를 넣어 큰애 미안하도록 만든것 같다.

▼큰딸이 공부하고 있는 홍익대 조치원 캠퍼스 정문. 저 화살표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조치원을 지나 길가에 얕은 그늘이 있어 잠시 쉬어간다. 이번 여행 준비물에 JOBY 고릴라팟을 안가져와 셀프카메라는 모두 이런식이다...


조치원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공주 방향으로 가려면 1번도로를 벗어나 627번 지방도로를 타야한다.
확실히 국도보다 지방도로는 교통량이 적고 길가의 풍경들도 단조롭지 않아 훨씬 좋다.

▼627번 도로에서 만난 마을표석. 기와말... 마을 이름 참 이쁘다.


▼갓길은 넓지 않지만 오가는 차가 거의 없어 아무 문제 되지 않는다


▼길가에 한우 축사가 있어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처음에 한마리만 나를 쳐다보더니 잠시 후 이녀석 저녀석 나를 쳐다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 이렇게 단체로 사람 구경에 나선다... 녀석들... 심심했구나...?!


▼이상하게 보리밭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어느 마을 어귀에 오래된 나무 한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수퍼도 한군데 없어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온 쵸코바를 꺼내들었는데... 뜨거운 햇볕에 쵸코죽이 되어가고 있다


627번 도로에서 23번 도로를 만나 공주방향으로 달린다. 이제 공주까지는 채 10km가 남지 않았다.
시간은 오후4시30분쯤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전6시부터 계속 라이딩했으므로 벌써 10시간 넘게 달려온 것이다...
이런 장시간 라이딩이 가능하구나... 속으로 스스로를 대견하다 칭찬하는 도중, 어느덧 공주 시계에 들어왔다.

▼공주대교에서 바라본 금강의 모습. 저 멀리 보이는 다리는 신공주대교(23번도로)


▼반대쪽 모습. 이 쪽에도 다리들이 줄지어 있네... 지도를 찾아보니 차례대로 금강교, 백제큰다리이다.


공주시내에 들어서 숙소와 저녁을 해결할 식당을 찾다가 한곳에 모여 있는 곳을 발견!
여관은 3만원. 시설은 별로지만 혼자 잘건데 그런거 별로 따질 필요가 없다. 바로 입실하고 샤워 후 여관 1층에 있는 식당에 갔다.
고기집이어서 고기를 주문했는데... 1인분은 안된단다...
고기 1인분을 안파는 이유가 뭘까... 짐작에 찬과 숯불 등 세팅 비용이 안나와서 그런것 같은데... 그게 맞다면 세팅비를 따로 받으면 될터인데...
할 수 없이 육개장을 시켜먹고, 마트에 가서 저녁 간식거리와 내일 새벽 먹거리들을 사왔다.

▼숙소와 식당이 한곳에 있어 좋긴 한데... 추천할 정도는 아닌 듯...


▼저녁 간식거리... 오른쪽 두 덩이는 내일 새벽에 먹을 거리... 저녁을 배불리먹고도 이걸 또 먹겠다고 사갖고 오는건 뭘까...


숙소에 들어와 빨래와 손건조를 마치고 사가지고 온 맥주를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고 느끼는 순간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오늘의 라이딩
시간: 오전6시8분 ~ 오후5시14분(11시간6분), 실제 라이딩 시간은 6시간20분
거리: 139km
최고속도: 49.6km/h
평속: 21.96km/h
라이딩경로(gpx파일)

20110519.g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