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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속리산 라이딩

#2015년 8월 3일


일 시작한지 2주밖에 안됐는데 고맙게도 휴가가 생겼다.

요즘 날씨에 휴가도 그리 반갑지는 않아서 나중에 가을에 쓰면 좋겠다만, 프로젝트 일정이 내 마음대로 되는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5일간의 휴가이니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골라가도 될 터인데,

날씨가 깡패라 무서워서 주말은 집에서 쉬고 조금 한가해 보이는 월,화에 1박2일간 속리산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속리산 투어를 결정한 건 어느 블로거의 라이딩 후기를 보다가 옥천에서 대전으로 가는 방향으로 "마달령"을 지나면서 남긴 글 때문이었다.

겨우 해발 159미터짜리가 "령"급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는 내용이었는데,

마달령... 분명 나도 지났던 고개인데... 언제더라...

컴퓨터를 뒤져보니 몽아와 탠덤으로 부산에서 대전까지 라이딩 하던 중 마지막날 지났던 고개였다.


블로거가 다녀왔던 코스는 대략 200키로, 상승고도 3000미터, 속리산 주변의 거의 모든 고개를 넘는 코스였다.


따라해볼까...?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이 날씨에 무리한 코스인데...?

뭐... 언제는 무리한 코스가 아니었나...


▼라이딩요약


블로거와 마찬가지로 차에 자전거를 싣고 새벽 4시에 집을 떠나 문의IC에 5시30분 도착해서 오전 6시 출발 준비를 마쳤다.


주차는 문의IC에서 빠져나와 문의사거리에서 청남대 방향으로 100미터 쯤 가면 보이는 공터에 했다.


▼공터 바로 옆에 자전거길이 시작되는데 운치있어 보여 자전거길로 상장삼거리까지 갔다. 자전거길은 관리가 거의 안되어 풀로 뒤덮인 곳이 많았다.


차로 고속도로를 달릴때도 평택부근에서부터 안개가 짙더니 대청호 부근도 안개가 잔뜩 끼었다.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아침 이른 시간에 자전거를 타는게 가장 행복하다.


▼피반령을 오르는 길에


▼오르는 길에 보이던 나무 조각(?) (집에 와서 찾아보니 괴목 공원이라고 한다)


▼안개가 자욱한 피반령 오르는 길 (보청대로)


▼정상에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더니 급기야 20미터 앞이 전혀 안보이는 상황.


▼피반령 정상 (오전 6시45분)


▼내리막길은 그야말로 안개속


▼피반령 표지석 뒤편. 선조때 문신 이원익이 경주 목사로 부임하면서 가마를 타고 고개를 넘다 가마꾼들이 힘이 들어 걸어서 넘자고 청을 하니 가마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가마꾼들에게는 기어가라 명을 하여 가마꾼들 손발에서 피가 터졌다고... 그래서 피발령으로 불리다가 피반령이 되었다고 한다... 이원익은 명신으로 알려져 있던데... 끙.


▼피반령을 내려 오던 중 한쪽 하늘이 파랗게 개어가는게 보여 찍어보았다.


▼피반령을 내려와서 수리티재를 향해 가던 중 고속도로 교각이 안개속에서 마치 영화 미스트에 나오는 외계 괴물 다리처럼 보였다.


▼수리티재를 오르던 중


▼수리티재 정상에는 간단명료한 팻말이 있다.


▼수리티재 정상. 아직 안개가 다 걷히지 않았다.


▼수리티재에서 내려오던 길에 만난 보청저수지. 여긴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안개때문에 거미줄이 선명해졌다


▼바로 아래에 있는 보청저수지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


▼보은 시내를 지나 속리터널로 향하던 중 동학기념공원에서 잠시 쉬어갔다.


▼오전 8시이건만 이미 33도를 넘는 미친듯한 날씨. 시원한 물에 머리를 감았더니 한결 살 것 같았다.


▼동학기념공원


▼속리터널 전에 동학터널을 먼저 지난다.


막상 속리터널은 카메라 꺼내는게 귀찮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명색이 속리산 투어인데 정이품송은 봐야겠지...? 근데 정이품송이 언제 사고를 당했는지 한쪽이 허전하다...? 


▼반대쪽에서 봐도 그렇고...


집에 와서 찾아보니 정이품송은 1993년 강풍에 동북방향 큰 가지를 잃고 1998년 그 여파로 지름 20센티 가지가 말라죽고, 2007년, 2010년, 2012년 여러 차례에 걸쳐 태풍에 굵은 가지들은 잃어가면서 원형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태풍이야 지난 수백년 동안에도 끊임없이 올라왔을 터인데, 최근 태풍이 힘이 더 세어진 탓일까...?

이제 늙어서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을 조금 지나 만난 나즈막한 활목고개


▼속리산 투어 중 가장 고도가 높았던 밤치재. 이날 라이딩에서 만난 고개들은 대부분 경사도 7% 부근이어서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밤치재와 염티재는 꽤 힘들었다.


▼갈령 옛길 입구. 조금 더 가면 갈령터널이다. 이륜차, 경운기는 우회하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옛길이 험하기에 터널이 생겼겠지 생각하며 조금 긴장하고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리 험한 곳은 아니었다.


▼갈령 표지석 옆에 다른 표지석이 있는데 무엇이 적혀 있는지 모르겠다.


▼갈령을 내려와 동관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비조령을 만난다.


▼뜻밖의 백두대간 비조령


▼장고개 정상. 12시 42분. 으미... 땀...땀...땀...


▼귀엽게 붙어있는 장고개 팻말


▼장고개를 내려와서 만수계곡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한참을 쉬어갔다.


▼갈목재 옛길은 도로를 완전히 차단해 놓았다. 차단되어 있다는 핑계로 터널로 가고 싶었지만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 터널안에서 빠르게 달릴 자신이 없어 차단기를 넘어 옛길로 들어섰다.


차단기를 넘어 옛길로 들어서자마자 경사도가 가팔라졌다.

다리가 더 이상 힘이 없어 클릿을 빼고 나무 그늘을 찾았다.


아... 그냥 집에서 쉴걸...

이런 살인적인 날씨에 고개만 찾아다니는 미친 투어를 하다니...


땀에 푹 젖은 저지를 벗어 아스팔트 위에 펼쳐놓고 머리, 얼굴, 팔, 다리에 물을 뿌려대니 조금 살 것 같았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10분 정도 앉아있었을까...? 널어놓은 저지를 만져보니 그새 다 말랐다. 

이게 말이돼...?


저지를 깔개 삼아 아스팔트 위에 펼쳐놓고 그 위에 벌러덩 누웠다.

차단기가 있어 차는 절대 못들어오는 도로... 마음놓고 한숨 잤다.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고갈되었던 체력이 조금 생겨 다시 고갯길을 올랐다.


▼갈목재 옛길은 더 이상 도로가 아니다


▼갈목재 정상


▼도로 곳곳에 굴러떨어진 돌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조심해야 한다.


▼갈목삼거리를 지나자마자 "말티재 여기서부터"라고 친절하게 팻말이 있다.


▼말티재 정상. 있어야 할 표지석이 안보여 두리번거리니 저 멀리 표지석이 구석에 쳐박혀 있다.


▼공사때문에 표지석을 옮겨 놓은 것 같다.


▼말티재는 보발재, 지안재와 함께 3개 곱창길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과연 반대쪽 올라오는 길은 헤어핀이 이어져있다. 다음엔 가을쯤 반대쪽으로 한번 와봐야겠다.


말티재를 내려와 장재삼거리 부근에 가게가 있길래 들어갔다.

여닫이문을 열었더니 가게안에 장판이 깔려있다.

주인 할아버지에게 신을 벗어야 하냐 여쭈니 그렇다고 하신다.

신발벗고 들어가는 가게는 또 처음이다.



신을 벗고 들어가서 콜라에 몽쉘통통 6개들이 한박스를 다 먹을 생각으로 자리잡고 앉았다.

그런데 파이 비닐 포장을 뜯으니 파이가 거의 다 녹아서 비닐에 찐득하니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편의점처럼 에어컨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가게이니 더운 날씨에 매대에 있는 상품들이 상하기 일쑤다.

이거라도 먹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비닐과 파이를 열심히 분리하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주인 할아버지에게 얘기했더니,

쿨하게 반품할테니 먹지마라 하신다.

파이대신 배를 채울게 없을까 둘러보다 어쩔 수 없이 컵라면을 골랐다.

컵라면에 부을 끓인물 좀 주십사 부탁드렸더니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르셨다.

이내 할머니가 물을 부은 컵라면을 쟁반에 내어 오시더니 

"김치 좀 드릴까?" 하신다.

"그러면 감사하지요 ^^"

할머니가 물김치와 가지무침을 찬으로 갖다 주시면서 또 물으신다.

"밥도 드릴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

이건 뭐, 파이 대신 라면 정식을 먹는 느낌이다.

덕분에 간신히 시장기만 면하려던 컵라면이 제대로 된 식사가 되었다.


다 먹고 계산하면서 나름 식사값을 계산하려 했는데, 할아버지가 한사코 안받겠다고 하신다. 허...


따뜻한 노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말티삼거리에서부터 25번 국도로 바꿔타고선 오늘 라이딩 중 처음으로 평지다운 평지를 넘게 신나게 달렸다.


탄부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502번 지방도로를 서쪽으로 달리고 있는데 마침 해가 정면으로 들이닥쳤다.

아, 그 열기란...


온몸을 휘감는 뜨거운 열기에 이대로 가다간 살이 익어서 큰일나겠다 싶어 길가에 보이는 팔각정 비슷한 곳으로 도망쳤다.

그 곳에서 적어도 6시까지 해가 좀 저물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좁은 나무 판자를 침대삼아 잠깐 눈을 붙였을까...?

눈을 떠보니 해가 많이 내려와서 팔각정 지붕이 더 이상 그늘을 만들어주질 못하고 있었다.

팔각정 내부 전체가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려는 상황...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한참을 쉰 덕에 체력도 많이 회복되어 정방재를 어렵지 않게 올랐다.


정방재 정상에서부터 다운힐은 최고였다.

해발 240미터짜리 다운힐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내려가는거지...?

느낌으로는 고도를 거의 300미터 이상 내려온 것 같은데 가민 로그를 보니 겨우 150미터 내려왔다.

암튼 정방재는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고개였던 걸로...


▼정방재를 내려오니 슬슬 대청호 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뜨거움도 조금씩 사라지고 풍경도 좋아졌다.



정방사거리에서 37번 국도를 달려 옥천 시내로 들어갔다.

이제 해도 저물어 달릴만하다 싶었지만 체력이 너덜너덜해져 어디 들어가 쉬고 싶었다.


몽아와 부산~대전 탠덤 라이딩할 때 들렀던 옥천 시내 김밥천국.


다음날,

옥천 시내에서 4번 국도를 달려 마달령을 넘었다.


▼거의 3년만에 다시 와본 마달령.


마달령 다운힐 끝에서 대청호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속리산 투어 라이딩의 하이라이트인 571번 지방도로가 시작된다.

571번 도로는 대청호를 가까이 끼고 달리는 도로는 아니지만 길가에 녹음이 우거져 마치 숲속의 도로가 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호숫가 도로가 대개 그렇듯이 반복되는 낙타등은 여기에도 있다.


▼571번 도로의 이런 저런 모습




▼회남대교




회남대교를 지나 남대문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염티재 방향으로 달렸다.

좌회전하고 불과 몇백미터 가지 않아 본격적인 염티재 업힐이 시작되었다.


▼염티재 초입에서 바라본 대청호. 다리는 남대문교


▼염티재로 심하게 구불어진 구간이 있는데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염티재 정상. 해발 290미터.


염티재 정상에서 다운힐도 어제 정방재와 마찬가지로 체감상 300미터 이상 내려오는 듯 했다.

염티재를 다 내려와서 이제 더 이상 고갯길은 없겠지 했는데... 웬걸 끊임없이 낙타등이 나타났다.

정말이지, 백키로 정도 평지를 타보고 싶다...


무사히 원점복귀해서 이틀동안 더위에 수고한 자전거를 뒷좌석에 쳐넣었다.

이런 날씨에 대낮엔 자전거 타지 말자...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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