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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바이크캠핑

국립자연휴양림 - 청옥산휴양림

#2015년 7월 2일


오전 6시.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얼마전까지도 혹시나 못일어날까 싶어 알람을 맞추고 잠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일랑 접어두고 마음놓고 자도 틀림없이 6시면 눈이 떠진다.

이게 좋은 징조인지... 늙어가는 징조인지... 몰겠다.


참 잘 잤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보니 인기척에 잠 깰 일이 없다.



빨래도 덜 마르고 해서 해뜰때까지 산길이나 산책해 볼까...?

길을 나서는데, 텐트 앞에 부지런한 다람쥐 몇 마리가 뛰어다닌다.

얘들은 이 계절에 무얼먹고 살까...?



텐트를 쳤던 제1야영장 바로 옆으로 숲속길이 시작된다.



등산안내도를 보니 검마산 정상까진 거리가 꽤 된다.

첨부터 정상까지 오를 생각은 없었다.

'휴양림에 왔는데 숲길 한번 느긋하게 걸어볼까...' 하는 심산이었다.



그래도 등산로여서 경사 가파른 길들이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 같은데, 자전거 타면서 다리 힘은 확실히 좋아졌지만 이상하게 계단 오르는 근육은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이다.

이 모순을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에게 설명하는것도 귀찮은 일이다.




이렇게 낙엽 수북한 산길을 걸어본게 얼마만인지...

혹시... 처음 아닌가...?

등산을 별로 해 본적이 없으니 그럴지도...



윽!

계단이다...

뒷짐지고 천.천.히. 천.천.히. 오른다.



자... 산책은 여기까지만~




내려오는 길은 다른 코스로 잡았다.



국립휴양림인데 산에 누군가의 무덤이 있어 흠칫 놀랐다.




하늘은 벌써 말갛게 개었고, 슬슬 뎁혀질 시간이다.



숲길을 다 내려오니 제2야영장과 세탁소가 보인다.

세탁소는 문이 닫혀있어 내부를 보지 못했지만 어쩌면 코인세탁기가 있을 것 같다.



원래 예약했던 자리는 제2야영장이다.

검마산휴양림이 워낙 작아서 제1야영장과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제2야영장은 조금 더 숲속 느낌이 들어서 어젯밤 혼자 야영할 때 무서움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기분좋게 숲속 트래킹을 마치고 식사와 짐정리를 끝내니 오전 10시.

정말 시간 빨리 간다.

뭐 했다고 4시간이나 후딱 지나가나...


오늘 목적지는 경북 봉화군 국립청옥산자연휴양림.

3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인데, 영양터널, 봉화터널, 노루재터널을 지나야 하고, 넛재라는 큰 고개를 넘어야 해서 꽤 고된 라이딩이 될 것이다.



검마산휴양림, 잘 쉬고 갑니다.




수비면을 지나는 길에 힘들지 않게 올랐던 한티재



문암삼거리에서 31번 국도를 만난다. 태백 현동 방향으로 우회전한 후 청옥산휴양림까지 그대로 직진이다.





어제 힘들었던 건 몸이 안풀려서가 아니었다.

잠도 잘 잤고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건만 뜨거운 날씨에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긴 오르막을 오르니 힘들지 않을 수가 없다.

길가에 쉴 만한 곳이 보여 스프라도 끓여먹을 생각으로 짐을 풀었건만...

아!뿔!싸!

가스다 다 떨어졌는데 수비를 지나면서 가스 구입하는걸 깜빡했다.

머리가 나쁘면... 배를 곯아야지 뭐...



기왕 짐 풀은거 갯가에 내려가 다리 그늘 밑에서 푹 쉬었다.






쉬다보니 눕고 싶고... 졸립더라.

흐트러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노새를 끌고 길을 나섰다.

가다보니 어느 블로그에선가 보았던 일월산자생화공원이 보인다.


공원에 들어가보진 않았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폐광산이라고 한다.





영양터널, 봉화터널까지 긴 오르막이지만 경치가 좋아 견딜만하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별별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한다.

짐을 잔뜩 실은 이 SPECIALIZED AWOL COMP 자전거에 이름을 붙여줘야겠다... 싶었다.

노새?

당나귀?

아직 못 정했다.


오르막 경사도와 속도간에 일정한 규칙도 있음을 알아챘다.

경사도가 6%이면 시속 7키로.

여기서 경사도가 1% 오를때마다 시속은 1키로씩 떨어져서 10%가 되면 거의 시속 3~4키로 정도...

이건 뭐 걷는 것보다 느리다.

게다가 앞 페니어와 핸들바 가방 무게로 핸들이 무거워 핸들을 잡고 있는 팔에도 많은 힘이 들어간다.



영양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평지처럼 보이는데 페달이 돌아가지 않는거보면 아직 오르막인 모양이다.

여기까지 오르는 동안 지나치는 차를 거의 보지 못했지만 자전거 속도가 워낙 느리니 터널을 지나는게 조금 걱정스러웠다.


걱정하면 뭐하누...

돌아갈 것도 아니고,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리어 램프를 켜고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싸~한 공기가 온몸을 뚫어 냉기를 전해준다.

아~ 시원하다.


조금 전의 걱정은 불과 몇십초만에 다 잊었다.

게다가 밖에서 볼 때와 달리 터널 안은 의외로 밝다.



영양터널을 빠져나오자 마자 왼쪽에 임도와 정자가 보이길래 잠시 쉬어갔다.





여기서부터는 봉화군이다.

영양터널과 봉화터널 중간이 영양군과 봉화군의 경계인 모양이다.



봉화터널은 영양터널하고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긴, 입구보고 알 수 있는 터널은 거의 없겠지.



봉화터널을 지나 신나게 다운힐.

자전거가 무거운 만큼 내리막길 가속도가 엄청나게 붙는다.

게다가 핸들링이 무거워 웬만한 커브에서도 속도를 많이 줄여야 한다.

이 자전거에 림브레이크를 달았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이 부근의 강은 낙동강 상류이다.



노루재터널을 앞두고 임기리에 가게가 보여 쉬어갔다.

쉬면서 지도를 살펴보니 노루재터널이나 노루재옛길을 지나지 않고 현동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임기교를 건너 우회전하여 낙동강을 따라 가는 길이었는데 그 길이 현동까지 이어지는 지 주인 할아버지에게 여쭤보니 엉뚱하게 소천, 현동 동네 유래를 열심히 설명하신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할머니가 대신 간단하게 대답해 주셨다.

"그려요. 그 길로 가면 소천 나와요"



임기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노루재터널을 지나지 않아도 된다.

흐아.

오늘 라이딩의 큰 고민이 해결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로 상태가 좋고,

낙타등도 거의 없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한시간 가까이 낙동강을 끼고 달려 소천에 도착.

아직 청옥산휴양림까지 갈 길이 멀지만 중간에 큰 마을이 없어 이 곳에서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 먹거리를 준비했다.



현동삼거리를 지나 다시 31번 국도에 올라탔는데, 눈에 익은 주유소가 보인다.

어제 답운재까지 차로 가는 동안 기름이 떨어져서 들렀던 주유소다.



현동삼거리에서부터 시작된 오르막은 정말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진다.

이미 체력이 바닥날 무렵 시작된 오르막이어서 고작 5~6% 경사도에도 무척 힘들었다.

이 구간이 도로공사 중이어서 곳곳에 우회도로, 임시도로가 있어 더욱 힘들었다.


본격적으로 경사도가 가파라지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체력이 바닥났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야식거리로 준비한 과자봉지를 뜯어 입에 털어넣었다.

시간은 이미 6시를 넘어가는데, 휴양림엔 언제 들어가나...



한시간 가까이 끌바를 하고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아무런 표지판이 없다...

뭐, 큰 고개도 표지판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표지판이 없는게 아니고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었다.

넛재. 해발 896미터.

지도 상에는 늦재라고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원래 청옥산휴양림 입구는 정상에서 3키로 정도 내려온 곳에 있는데,

아침에 청옥산휴양림 관리소에서 문자가 왔었다.

내용은 '입구가 도로공사중이므로 2키로 더 내려와서 후문으로 들어오시라'

문자를 받았을 땐 몰랐는데 막상 정상에서 문자를 다시 보니 정상에서 무려 5키로 다운힐 후 휴양림으로 들어오라는 얘기인데, 그러면 야영장을 가려면 도로 업힐을 해야 하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이 바닥난 체력으로 비포장 업힐을 할 순 없는데...


정상에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다운힐을 하다가 하마터면 후문 입구를 놓칠뻔 했다.


제발 휴양림 입구까지 멀지 않았으면...



다행이었다.

휴양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후문 매표소에서 직원분에게 야영장 위치를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올라가야 한단다.

에고고...

염치불구하고 직원분에게 짐을 야영장까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청옥산휴양림은 야영장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어 주중에도 야영객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 텐트들이 보인다.



특이한 구조의 데크도 보이고...


이런 데크는 섣불리 예약하면 텐트와 맞지 않아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예약한 자리는 제3야영장.

청옥산휴양림은 제5야영장을 빼면 모두 오토캠핑장이지만 제3야영장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예약한 사람들이 전혀 없다.

오늘도 화장실, 샤워장, 취사장 바로 앞 데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너무 배가 고파 우선 밥부터 해먹었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스프 1개, 계란 후라이 2개, 삶은 계란 2개 먹고, 점심은 임기리 가게에서 왕뚜껑 라면 하나 먹은게 전부다.

미친거 아냐...?



초라하지만 세상에 그 어떤 음식도 이보다 맛있을 수 없다.



저녁을 먹고나니 이미 어둠이 깔렸다.

부랴부랴 텐트치고 샤워하고 텐트안에 들어와 누우니 십년동안 잠자지 못한 것처럼 잠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