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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Tour/오토캠핑

캠핑 어때?

#2015년 6월 27일


탠덤을 타기 시작할 때부터 꿈은 자전거 캠핑이었는데, 몽아가 캠핑에 그닥 관심이 없어 우선 자전거만 열심히 타러 다녔다.

이제 슬슬 캠핑 맛을 들여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한 달 전에 미천골자연휴양림 야영장을 예약해 놓고 둘이서 캠핑하는데 필요한 소소한 물건들을 사모았다.

기본적인 용품들은 솔캠 장비들을 활용하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둘이서 지내려면 몇가지 물품들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해서...

에어 매트리스 추가 구매, 

코펠 세트 교체, 

헬리녹스 테이블 구매, 

기타 등등.


이렇게 준비해 놓으니 이게 또 무게가 만만치 않다.

캠핑 장비 싣고 탠덤을 타본적은 없으니 혹시나 자전거 타다 지쳐서 막상 캠핑할 때 힘들고 재미없다 할까봐 이틀 전에 넌즈시 의견을 물어봤다.


나: 캠핑장까지 가는 방법이 2가지가 있어.

나: 첫째는 안양에서 버스로 속초까지 가고, 속초에서 캠핑장까지 약 40키로 탠덤타고 가는 방법,

나: 둘째는 차로 양양정도까지 이동하고, 거기서부터 캠핑장까지 탠덤으로 가는 방법,

나: 뭐가 좋으냐...?

몽: 캠핑장이 산속일거아냐?

나: 아주 산속은 아냐... (작은 목소리)

나: 그냥 얕으막한 오르막이 쭉 이어져... 예전에 어성천 가는 길처럼...

몽: 쭈~우~욱 오르막?

나: 뭐... 그렇...지...

몽: 이렇게 하자!

나: 어케...?

몽: 탠덤을 차에 싣고 강릉가서 감자옹심이 먹고 경포호 자전거로 돌고 캠핑장가고, 이튿날엔 영랑호 한바퀴 돌고 돌아오자

나: 으응???!!!

몽: 첫 캠핑이니까 자전거로 힘빼지 말고 캠핑을 편하게 하자.


지금와 생각하니 몽아는 한달전에 캠핑장을 예약했다고 했을때부터 이렇게 움직일 계획이었던 것 같다.


6월 27일 아침 9시,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거였더라면 아마 오전 6시부터 움직여야 했겠지만 차로 이동하는거니 한결 여유가 있다.

해외로 이민가는 듯한 엄청난 짐을 차에 싣고 강릉으로 출발했다.


아무래도 토요일이고 더구나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주말이라 동해로 나가는 차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호법 부근에서 제법 시간을 까먹고 강릉에 거의 오후1시가 다되어 도착했다.

감자옹심이집에서 감자떡, 옹심이, 칼국수로 배를 채우고 경포호로 향했다.


강릉은 오전까지도 비가 왔었나보다.

아직 경포호 부근은 어둑한 구름이 드리워져있다.



경포호 한바퀴는 대략 4키로...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15분이면 한바퀴 돈다...



그냥 한바퀴 돌기가 심심해서 샛길로 빠져나왔더니 바로 흙길이다.



이런 작은 연못도 있고...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뭐지...?

집에 와서 찾아보니 석호생태관 이라고 한다. 예정대로 지어지지 않아 시끌시끌 한 듯...



길 뻗은대로 설렁설렁 가다보니 초당마을을 지나고 있다.



길가에 하얀꽃들이 잔뜩 피어있어 몽아에게 무슨꽃이냐 물었더니 개망초라는 꽃이라고 한다.

나라가 망할때 피는 꽃이라나...

시국이 어수선하니 그럴싸하게 들린다.... 에휴...



경포호를 자전거로 두바퀴돌고 미천골휴양림으로 달려갔다.


양양에서 저녁에 구워먹을 고기와 야채 그리고 내일 아침 먹을거리 등을 구입하고 구룡령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오르내리막이 많다...

탠덤으로 왔으면 몽아가 뒤에서 꿍시렁 거렸을 것 같다.


양양에서 약 20키로 정도 달려서 미천골휴양림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는 제1야영장인데 입구에서 4키로 들어가야 한다.

음... 꽤 머네...



다른 국립휴양림도 아마 대부분 계곡을 끼고 있겠지만, 미천골휴양림은 계곡이 특히 좋았다.

비가 와서인지 수량도 적당히 많았다.





입구를 얼마 지나지 않아 자갈길이 나오더니 점점 도로 상태가 험악해진다.

헤어핀까지는 아니지만 오르막 구간도 꽤 나온다.

이 길을 탠덤으로 왔더라면... 끔.찍.하.다.

옆을 보니 몽아가 '거봐라, 내 말 듣기를 잘했지' 하는 뿌듯한 얼굴이다.


거리는 4키로인데 도로 상태가 안좋다 보니 꽤 시간이 걸려서 제1야영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홍색 다리를 건너면 야영장이다.



야영장 바로 옆이 계곡이어서 좋긴 한데, 물흐르는 소리가 여간 큰게 아니다.



야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그냥 야영장 방향으로 셔터를 눌렀는데 우연히 우리가 예약해 놓은 사이트가 잡혔다.



드디어 캠핑장에 도착.


국립휴양림은 이렇게 데크위에 텐트를 칠 수 있게 되어 있어 최소한 바닥 걱정은 안해도 된다.

한가지, 팩을 박기가 어려워 데크에서 쓸 수 있는 앵커처럼 생긴 전용팩을 준비해 왔는데,

미천골휴양림의 데크는 그런 앵커팩을 쓸 수도 없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계곡이 바로 옆이라 물소리가 어지간히 시끄러웠다.



해 떨어지기 전에 얼른 텐트치고 고기 꿔 먹어야한다는 생각에 부지런을 떨었다.




사이트마다 테이블이 하나씩 있어 참 좋았다.



저녁먹고 설겆이하고 돌아오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다행히 몽아가 에어 매트리스를 별로 불편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름인데 바람막이까지 입고 실크라이너속에 들어가서 침낭을 턱 밑까지 덮는걸 보고 여름철 외에 캠핑을 다니려면 히말라야에서 쓰는 거위털 침낭이 있어야 겠구나 싶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첫 캠핑에서 무사히 잘 자고 다음날 아침,

캠핑에서 식사는 남자의 책임이란 걸 실천하려고 하는데 몽아가 뒤지개를 빼앗더니 후다닥 아침 식사를 만들어냈다.



괜찮지?

좋지?

캠핑... 할 만하지?



캠핑장 주변 동영상


우리 옆집도 부부가 캠핑을 온 것 같은데, 경험들이 많으신가 보다.

부부가 분업해서 사이트 정리를 착착.



자전거 타고 나갈것도 아니고 해서 휴양림 도로를 산책하기로 했다.





걷고 있는데도 습관적으로 볼록거울을 보면 사진을 찍는다.






산책도 했고... 이제 가야지...?



잊지못할 추억을 안고 미천골휴양림을 떠나 양양으로 향했다.

어제 휴양림으로 올라가던 중 떡집 앞에 사람들이 줄서있던 기억이 나서 우리도 떡집을 찾아가 보았다.

송천떡마을 이란 곳인데, 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양양을 지나 속초 영랑호에 도착.

영랑호를 정말 느릿하게 한바퀴 돌았다.



우리나라에도 적지않은 호수가 있겠지만, 호수둘레길 중 최고는 영랑호수둘레길이 아닐까?

둘레길 상태도 좋고, 관리도 잘 하는 것 같다.



영랑호를 올 때마다 길에서 내려오던 스팟이 있었는데, 잠시 한눈팔다 지나쳤다.

하지만 괜찮다.

영랑호는 거의 모든 스팟에서 끝내주는 뷰를 선사해준다.






호수바닥에 흰고무신이 가라앉아 있다...

고무신이 마주보고... 딱 맞춰서...

뭘까...? 누가...? 왜...?

혹시...?



몽아의 제안대로 경포호, 캠핑, 영랑호까지 마쳤고 이제 집에 돌아가면 되는데,

여기서 몽아의 또 다른 제안.

척산온천에 가족탕이 있대. 가서 목욕하고 올라가자...


마누라 말 들어서 손해볼 일 없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으므로 바로 시행.




목욕까지 하고 개운하게 돌아오는 길에 양지말화로구이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 정말 몽아 덕분에 정말 버라이어티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