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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란도너스

2014 란도너스 천안200



# 2014년 3월 22일


이야기#1

란도너스는 블로그에도 소개했듯이 비경쟁 장거리 라이딩을 의미합니다. (란도너스 소개글 바로가기)

2012년에 란도너스의 존재를 처음 알았고, 2013년엔 계획만 세우고 이런 저런 이유로 참가를 못했거나 도중 포기했었습니다.


올해는... 란도너스에서 3개의 목표를 차례대로 달성해 보려고 합니다. (2014년 란도너스 일정 바로가기)

    1. 수퍼란도너 (200, 300, 400, 600)

    2. 그랜드 란도니 (1200키로) 완주

    3. KR5000


일단 참가 신청해 놓은 브레베는 이렇습니다.

   1. 3월22일 천안 200

   2. 4월5일 천안 300

   3. 4월12일 서울 300

   4. 5월3일 서울 400

   5. 5월10일 서울 200(동)

   6. 5월17일 광주 600

   7. 5월31일 상주 200

   8. 6월14일 서울 200(서)


200키로, 300키로가 여럿 보이는 것은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혹시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중복해 놓은 것입니다. 물론 여건만 되면 모두 참가해서 달려볼 것입니다.

예정대로라면 광주 600키로를 완주하고 나면 일단 첫번째 목표 수퍼란도너 인증은 받게 됩니다.


두번째 목표 그랜드 란도니 1200키로는 6월4일에 92시간 (!!) 동안 진행되는데, 수퍼란도니가 되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집니다.


세번째 목표는 2년 동안 란도너스 일정만으로 누적 5000키로 이상이 되면 받을 수 있는 자격인데, 신청해 놓은 8개를 모두 완주하면 2100키로, 그랜드 란도니 1200키로 완주하면 3300키로 정도 되므로 2015년에 1700키로 정도 더하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올해 예정대로 달리지 못하면 내년에 달려야 할 거리가 늘어나겠지요...


이야기#2

사실 200키로 정도 달리는 것은 이제 구력이 좀 되어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대회라고... 전날 잠을 못잡니다.


퇴근이 늦은 것도 있지만, 12시쯤 준비를 모두 끝내놓고도 누워서 한참 뒤척이다... 일찍 내려가서 출발지 부근에서 차안에서 잘까... 티비보면 잠오겠지... 별 궁리 별 짓을 다하다가 간신히 2시간 정도 잤습니다.


새벽 4시반, 알람 소리에 일어나 3분카레와 햇반을 뱃속에 우겨넣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어제밤에 사놓은 닭강정, 바나나 2개, 포도주스 등을 챙겨서 차에 오릅니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라이딩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지 않으면 8시, 9시 무렵 몹시 허기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천안까지는 이른 아침시간이어서 막힘없이 대략 1시간 걸려서 6시20분쯤 도착했습니다.


출발은 6시, 6시반, 7시 세번에 나누어 하는데, 6시반에 출발할 수 있었지만... 천안의 새벽공기는 너무 차갑습니다. 아소스 자켓 하나로 버티기에는 무리다 싶어 차안에 뭉기적거리다 7시에 출발하기로 합니다.


이야기#3

천안 A+ 자전거정비샾에서 등록과 출발을 합니다.







얀 본스트라 회장이 직접 등록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면책동의서에 서명하고, 브레베카드 받고, 검차를 받으면 출발 준비가 끝납니다.


이 시간이 스텝분들이 가장 분주한 시간이겠지요. 천안의 경우 출발인원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서울의 경우 300명이나 되는데 출발 준비가 어떻게 진행될 지... 걱정스럽습니다.


이야기#4

지난주 부산 200키로에서 한분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주최측에서는 올해 모든 브레베에 검은 리본을 달고 진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거기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검은 리본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나누어주는 리본을 보니... 이건 리본이 아니라 그냥 검은천을 길쭉하게 잘라놓은 걸 줍니다. 옷핀도 없고...

옆사람에게 부탁해 왼팔 팔뚝에 대충 묶긴 했는데, 이렇게 밖에 준비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검은 리본을 팔기도 할거고, 하다못해 옷핀이라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결국 그렇게 묶은 리본은 라이딩 도중 계속해서 흘러내려 걸핏하면 팔목까지 내려옵니다. 수시로 팔뚝까지 끌어올리다가... 결국 풀어서 뒷주머니에 넣고 맙니다.


다음부터는 내가 준비해서 가야겠습니다.


이야기#5

A+ 자전거샵에 들어서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핑크색 베스트를 입은 분이 눈에 띕니다.

가입만 해놓고 한번도 오프라인 라이딩 모임에 참가하지 않은 모카페 운영자분입니다.

사진을 통해 숱하게 보아와서 실물을 봐도 금방 알겠더군요.

아는체를 해볼까 하다가... 그만둡니다. 그 사람의 라이딩 실력은 이미 알고 있고, 유령회원이라고 소개하기도 뻘쭘하고.

나와 같이 7시 출발그룹에 속했었는데, 출발하자마자 앞서가더니 첫번째 업힐에서 이미 보이질 않았고 첫번째 콘트롤에서 담배피우는 모습을 본게 전부입니다. 

집에 와서 카페에 가보니 9시간만에 도착했다고 후기를 올려놨더군요... 정말 빠릅니다.

근데, 이 분이 담배를 피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카페에 올린 사진에는 담배피는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안 피는줄 알았는데...


이야기#6 출발 ~ 첫번째 콘트롤 오창

출발하자마자 업힐이 시작합니다.

출발시 온도가 0도 였으니까... 오히려 잘됐습니다. 몸을 덥히기에 업힐만하게 없으니까요.

문제는 다리가 아직 안풀렸다는 겁니다. 출발하자마자 꽤 빡센 업힐을 콤보로 넘으려니 힘듭니다.


출발하자마자 나타난 유량고개.


유량고개 내려가서 좌회전하자마자 다시 업힐. 고개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이후 오창에 있는 첫번째 콘트롤까지는 별다른 큰 업힐 없이 평지를 달립니다.


가는 도중 한분이 뒤에 따라붙었는데 오창에서 물어보니 전주에서 오셨답니다.

첫번째 콘트롤까지 내 뒤에서 피를 빨더니 어느 얕으막한 오르막에서 내가 주춤거리는 사이 앞질러가더니 날 버리고 그대로 가버립니다.

졸지에 도메스티끄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용연저수지.



첫번째 콘트롤 (오창)






이야기#7 첫번째 콘트롤 오창 ~ 두번째 콘트롤 안성

두번째 콘트롤은 안성에 있는데 이번 천안200 코스는 8자를 그리기 때문에 자칫 길을 놓치기 쉽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결국 안성을 가는 길을 놓치고 한참 가다보니 도착점까지 13키로 남았다는 가민데이터를 보고 망연자실하여 네이버지도를 검색해보니 안성까지 20키로 정도입니다.


원래 코스는 이렇습니다


실제 달린 경로는 이렇습니다.


백곡저수지를 지나 313번 도로를 타고 베티재로 가야하는데 이걸 놓치고 복귀코스로 15키로 정도를 달리다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23번 국도를 타고 안성으로 달려간겁니다.

23번 국도에서조차 한번 헤매고 천신만고끝에 두번째 콘트롤에 가보니 다행히 아직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 늦지 않은 모양입니다.


두번째 콘트롤로 가는 도중 만난 문봉고개


문봉고개 정상에 있는 GMC 진천공장


이때가 아침 9시24분, 벌써 누적상승고도가 770미터.


문봉고개를 내려와 백곡저수지.


히든밸리 골프클럽 입구. 이 때는 잘못된 경로인 줄 몰랐다. 결국 이 곳을 한번 더 지났다.


빡쎄지 않았지만 은근 힘을 빼던 엽돈재. 여기도 두번 올랐다... ㅠㅠ


엽돈재 정상에서 만난 진천 경계석. 이날 거의 진천에서 라이딩한 느낌.


우여곡절끝에 찾아간 안성의 두번째 콘트롤. 사람들이 많을 걸 보고 안심했다...




이야기#8 2번째 콘트롤 안성 ~ 3번째 콘트롤 음성

안성에서 음성에 있는 세번째 콘트롤까지.


옥정재 오르는 길에 천룡CC 헐... 내 아디가 천룡인데... 내가 가면 공짜로 해줄까...?


꽤 빡씨었던 옥정재.


옥정재 내려와서 만난 이월저수지



음성 콘트롤을 앞두고 덕산 부근에 갑자기 길이 끊겨버렸다.



코스 답사를 해보고 만든 코스인가...? 란도너스에 비포장길이 없으면 서운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다. (나중에 안거지만 이 코스는 작년과 거의 같은 코스라고 한다. 공사는 올해 시작한 듯. 그렇지만 코스를 준비하시는 분은 코스에 변동사항이 없는지 체크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덕산에서 배가 고파서 편의점을 찾아 배를 채웠다. 무려 몽쉘통통 1박스 6개, 양갱, 우유

평소같으면 저걸 어떻게 다 먹을 수 있냐... 그랬겠지만, 라이딩할때는 순식간에 들어간다.



음성 직전에 만난 사정저수지.



오후 2시52분. 세번째이자 마지막 콘트롤인 음성 미니스톱 편의점 도착.


이제 천안까지 70키로 정도 남았고 시간은 여유있습니다.

7시 출발했으니 저녁 8시반까지 들어가면 되니까, 5시간30분 가량 남아있습니다. 별다른 변수만 발생하지 않으면 오늘은 드디어 완주할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간만에 카본보호제, 광택제 등을 쳐발라 주었더니 160키 주행 후에도 빤딱빤딱 거리는 애마.



이야기#9 TO FINISH, 마지막 70키로

몸 상태가 좋을때 70키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가벼운 몸풀기 정도...

하지만 160키로를 달린 시점에서 그것도 누적상승고도가 2000미터에 달하는 시점에서 70키로는 정말 힘듭니다.

라이딩하이 상태가 오길 바라지만, 그것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도 아니고.

음성에서 천안까지 70키로는 덕생고개, 통동재, 엽돈재 등을 넘고 더구나 서쪽으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맞바람과 싸워야 합니다.

몸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맞바람은 정말... 싫습니다.


특히 피니시를 10키로 남겨놓았을때부터는 1키로 1키로가 정말 길게 느껴집니다. 

힘든걸 잊으려고 페달링을 할때마다 숫자를 세어보기도 하고, 주변 경치에 눈길을 두기도 하지만, 힘든건 숨길 수 없습니다. 

이내 페달링이 멈춰지고 잠시나마 다리를 쉬게 됩니다.

속도가 느려지고 다시 가속하려면 훨씬 힘들다는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덕생고개 업힐중... 길은 참 좋습니다.



덕생고개 정상


꽤 힘들었던 통동재.


통동재 정상에서. 방향때문인가... 얼굴이 누렇게 떴습니다...


사진찍는 걸 핑계로 잠시나마 다리를 쉽니다...


컬투패밀리라는 편의점 브랜드가 있네요? 


다시 만난 백곡저수지.


두번째 오르는 엽돈재.


엽돈재 정상. 이때가 6시14분. 이제 해가 저물기 시작합니다. 피니쉬까지 남은 건 20키로.



이야기#10 - 피니쉬

7시7분, 출발한 지 12시간 7분만에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원래 코스는 204키로인데 나는 232키로를 달렸습니다.

누적상승고도 2,260미터


얀 할배가 내 인증서를 들고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인증서


가민 로그.


이야기#11 - 귀가

힘든 라이딩을 끝내고 미스터피자에서 피자와 콜라를 흡입합니다.

차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온몸에 오한이 나면서 엄청난 추위를 느낍니다. 새벽보다 훨씬 온도가 높을텐데...

차에 와서 시트도 뜨끈하게 하고 실내온도를 최대로 올려놓고 몸을 녹입니다.

천안IC 직전, 그래두 천안에 왔는데... 하는 생각에 식구들 주려고 호두과자 한상자를 삽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졸음이 몰려옵니다. 당연한 거겠지요. 더구나 길도 막히기 시작합니다.

결국 졸음쉼터에서 잠깐 눈을 붙입니다.

2주 후면 천안300을 같은 방법으로 차로 오려고 하는데, 걱정입니다.

차라리 찜잘방 같은 곳에서 좀 쉬고 일요일 새벽에 올라오는게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힘든 라이딩을 끝내면 거의, 반드시, 아이스크림이 땡깁니다. 파인트 한통 다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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