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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

정선 동강둘레길(2) - 가장 긴 25km

#2012년 7월 8일

 

강원도의 밤은 여름에도 추울 정도이다.

 

어제도 식당에서 저녁먹고 민박으로 돌아오는 짧은 길에 어찌나 추운지...

연방 "어~ 추워~"를 외치면서 달리니 뒤에서 몽아가 웃겨서 죽겠단다.

 

어쨌든 오랜만에 여름밤에 시원하게 잘 자고 정선까지 남은거리 25km를 기분좋게 달리면 이번 여정도 끝이다.

코스상으론 큰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하지만, 고개 하나쯤이야...

 

날씨는 더할 수 없이 화창하고 강원도의 시원한 공기가 더해져 마치 여름 끝무렵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인 것처럼 느껴진다.

 

▼민박집 옆에 있는 화동초등학교의 모습

 

어제 저녁 먹었던 식당을 다시 찾아가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웬일인지 식당 아주머니가 조금 불친절하다.

아침이어서 그럴까...?

뭐... 사람 인심이 한결같을 순 없겠지... ㅋㅋ

 

9시46분.

두사람이 각자의 안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출발.

화암동굴에서 약 3km 정도를 424번 소금강로를 따라 간다.

 

▼화암약수터로 가는 입구 

 

▼424번 소금강로와 나란히 달리는 어천. 동강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지천들이 있다. 동강의 정확한 구간을 잘 모르겠다.

 

▼화암면의 모습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을 지난다 

 

▼한동안 4대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다가 이렇게 깨끗한 아스팔트를 달리니 정말 꿀맛이다

 

 

10시2분. 문치재로 올라가기 위해 오산교를 건넜다.

문치재는 무치재로도 불리우는 모양이다. 발음상 무치재가 더 쉽게 부를 수 있긴 한데...

오산교에서부터 문치재 정상까지는 고도차 308m, 업힐 구간은 2.6km, 평균경사도가 무려 12%에 이르는 빡센 곳이다.

오산교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오르막길을 잠시 쳐다보다가 냇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사실은 조금 무서웠던게지... ㅋㅋ

 

▼문치재 입구로 들어서는 오산교. 다리 건너 보이는 도로가 424번 소금강로이다. 

 

▼오산교 옆에 숨기 좋은 한적한 곳을 찾아 시원한 강을 쳐다보며 쉬었다

 

▼문치재에서 5~6대의 SUV 차량들이, 그것도 험로주행을 위해 약간씩 튜닝한 듯한 차량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문치재 너머 자갈길이 있는 것일까...? 이땐 아무것도 몰랐다. 

 

▼문치재는 시작서부터 가파르게 출발한다. 에고... 한숨부터 나온다. 

 

▼그나마 길가에 나무들이 많아 그늘이라도 드리워진게 다행이랄까...? 

 

▼급하게 휘어돌아가는 헤어핀 

 

▼골프장인가...? 공사장인가...? 저기서 커브를 돌면 업힐이 끝날 것 같은 예감에 찍었두었건만... 

 

▼무자비한 업힐은 쭈욱 이어진다 

 

▼어디쯤 부터일까...? 끌바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끌바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산자락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건만 

 

▼가야할 길을 쳐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도대체 몇개의 커브를 돌아야 하는거야??? 

 

▼올라온 길을 쳐다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끌바도 지쳐서 엉덩이 붙일만큼 그늘진 곳에서 주저앉았다 

 

▼11시2분. 드디어 문치재 정상에 올랐다. 2.6km 오르는데 정확하게 1시간 걸렸다... 

 

▼문치재 다운힐은... 멋지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7개의 짧고 경사급한 헤어핀이 연속으로 이어져 거의 풀브레이킹으로 내려가야 한다. 더구나 두사람이 올라타는 탠덤은 조금만 브레이크를 놓아도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이런 다운힐에서는 신나긴 커녕 신경이 곤두서기 일쑤다.

 

▼어느정도 다운힐을 내려왔을 즈음 예쁜 초등학교가 보여서 찍어보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침에 찍었던 화동초등학교의 분교라고 한다. 

 

▼초등학교를 찍는 동안 기다리는 몽아의 모습. 자세히 보지 않으면 흡사 모터바이크 라이더같다. 아닌게 아니라 할리데이비슨 타고 여행하는 것도 버킷리스트에 들어가야 할 것 중 하나... 

 

▼내리막을 내려가는 도중 내려가기 좋은 냇가가 보여 발이라도 담고 가기로 했다.

 

▼어제 본 동강과 달리 맑고 투명한 냇물에 발을 담그니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강한 햇빛때문에 몽아는 버프를 한시도 벗지 않는다. 이렇게 꽁꽁 싸매고 다녀도 여행이 끝나고 집에 오면 얼굴에 기미 생겼다고 울상이다... 쯧...

 

냇가에서 한참을 쉬고 나즈막한 내리막길을 조금 달리니 포장도로가 끝나고 다리(북동교)끝에서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길은 길을 막아놓았고 오른쪽은 개울을 건너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진다.

 

가민에 넣어온 코스는 막아놓은 길로 가야하는 걸로 가야하는데...

잠시 어쩔까... 망설이다가 코스를 이탈하여 오른쪽 시멘트길로 들어섰다.

 

▼개울을 건너 시멘트도로가 이어진다

 

▼급한 물살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걸 무서워하던 몽아. 이후 여기보다 더 깊고 급한 개울을 수없이 건너게 된다... ㅋㅋ 

 

▼시멘트도로는 잠시뿐... 길이 끊어졌다. 그래도 시원한 강물에 탠덤을 담그고 좋아라~ 한다.

 

▼더 이상 갈 수 없다. 오른쪽에 보이는 그늘에서 가져왔던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가기로 했다. 

 

▼누군가 자리를 잡았었던 곳인 모양. 시원한 그늘에서 가져온 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물론 뒤처리는 말끔하게 ^^ 

 

▼강물에 담갔던 탠덤은 뜨거운 자갈밭 위에서 선탠 중 

 

점심을 먹고 계곡에서 나와서 코스로 복귀하기 위해 길을 막아놓은 곳으로 되돌아갔다.

길은 막아놓았지만 이 길을 통하지 않고선 정선으로 갈 길이 없어 보여 왼쪽 틈으로 탠덤을 들이밀고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오프로드 주행을 하는 팀들이 자주 오는 곳인가보다. 오프로드 주행을 금지한다는 팻말도 보이고...

 

▼이런 냇가를 탠덤을 타고 건널 수 있을까...? 약간 걱정되었지만 핸들만 잘 잡고 멈추지 않으면 통과할 수 있다. 물론 옷이 홀랑 젖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비포장도로와 시멘트길을 번갈아 달리니 냇가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고 더 이상 길이 없다

 

더 이상 길이 없으니 난감했다.

분명 가민에 넣어온 코스는 강쪽으로 계속 가야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어찌된 일인지 길이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뭏든 강쪽으로 갈 수는 없으니 다른 길을 찾아보기로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문치재를 내려와 처음 냇가에 발을 담갔던 곳까지 되돌아가서 네이버지도를 살펴보니 문치재를 넘으면 지금 있는 곳이 외길이다.

네이버 길찾기는 현위치에서 정선까지는 다시 문치재를 넘어 424번 소금강로를 이용해 정선까지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고생하면서 넘은 문치재를 다시 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 다른 사람이 갔던 길이니 분명 길이 있을꺼야...

코스대로 가보기로 했다.

되돌아 나온 길을 다시 달려서 길을 막은 곳을 지나 냇가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군데군데 자갈밭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거센 물살에 잠겨있어 패니어를 떼서 몽아가 들고 난 탠덤을 끌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강 하류쪽에서 한떼의 ATV들이 물살을 헤지면서 올라온다.

출력이 좋은 ATV인듯, 굵은 자갈, 바위들을 거침없이 짓밟으며 지나간다.

저 사람들이 왔으니 분명 길이 있겠지... 싶어 묻지도 않고 우리는 묵묵히 강을 따라 내려갔다.

사실 별로 호감가는 일행이 아니어서 묻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강속에 탠덤이 반쯤 잠긴다. 옷이 젖는 것은 이미 포기.

 

▼나는 탠덤을 끌고 몽아는 패니어를 양손에 들고 자갈밭을 걸어간다

 

▼굵은 자갈밭은 탠덤을 끄는 것조차 쉽지 않다. 처음엔 탠덤에 상처생길까 조심조심 끌었지만 이내 지쳐서 그저 힘으로 끌어당겼다.

 

▼이정도 자갈밭은 그래도 끌만하다

 

▼가끔씩 길이 보일때마다 강을 건넜다

 

▼물을 무서워하는 몽아가 강을 건너지 못해 몽아 데리러 오는 중... ㅋㅋ

 

▼처음엔 주저주저 하더니 이젠 서슴없이 강속을 걸어간다. 뭐... 달리 어쩔 방법이 없다.

 

▼아마 시속으로 따지만 1km/h쯤 되지 않을까? 강을 따라 끌바를 하는 건... 정말 어렵다.

 

▼가급적 물을 피하려는 몽아가 강 건너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중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외딴 곳에서 두사람은 서서히 어쩌면 오늘 내로 집에 못돌아갈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가끔식 나타나는 산길로 차도 다녔던 모양인데... 비가 많이 와서인지 길이 엉망이다.

 

▼그 와중에 배가 빨간 개구리 몇마리를 발견, 사진에 남겨보았다

 

▼강을 따라 내려가는 도중 산턱에 공사중인 집이 있어 올라가서 혹시 다른 길이 있나 물어보았다. 일하시던 분 얘기로는 SUV가 다닐만한 길이 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차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라는 것.

그렇다... 내가 그려온 코스는 MTB도 다니기 힘든 자갈길, 산길을 코스랍시고 그려온건데, 그 길마저도 지난 큰 비에 강에 잠겨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길은 없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저 강을 따라 계속 가는 수 밖에...

 

▼공사중이던 곳을 지나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ㅠㅠ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탠덤을 끌고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강을 따라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적잖이 보였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차들이 원래는 자갈길을 이용해 오가던 차들인데 지금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들이다.

 

▼간간히 보이는 산길을 적극 이용한다...

 

 

▼자갈조차 보이지 않는 물길도 지나야 한다.... ㅠㅠ

 

▼이런 험한 곳에 몽아를 데리고 와서 정말 미안했다... 무식한 남편 만나 고생이 많다...

 

119 구조대를 부르면 여기까지 와줄까...?

여기가 어디라고 해야 와줄까...?

오늘 여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게...

그렇게...

무려 2시간 동안 4km 정도의 강길을 따라 탠덤을 끌고 패니어를 들고 지나왔다.

 

한 사람이 지나기도 어려워보이는 무른 흙길을 탠덤을 이고 지고 끌고 올라오니 드디어 포장도로가 보인다.

아~ 이젠 강길은 끝났구나!!

 

▼우리가 올라온 흙길의 출구를 찍어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저런 곳에 흙길이 있다는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포장도로에도 잠시 냇물이 흘러 '또 시작인가...?' 긴장했지만 다행히 이게 마지막이었다.

 

▼자갈밭을 끌다가 포장도로를 만나니 너무 너무 고맙다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가니 덕산기계곡이 나온다

 

계속에서 야영과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계곡 입구에 펜션과 매점이 있어 쉬어갔다

 

▼덕산기 계곡을 지나 한적한 산골마을을 지난다

 

 

▼까칠재터널 직전에 꽤 수량이 풍부한 강이 보인다

 

▼원래 코스는 까칠재터널을 우회하는 도로를 타야 하는데... 지금은 그저 빨리 정선에 가고 싶을 뿐이다.

 

▼범바위교를 지나면서

 

드디어 정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후5시30분.

어제 출발했던 정선공설운동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25km를 무려 7시40분 걸렸다...

 

정선에서 진부IC로 가던 도중 칼국수집이 보여 저녁을 먹고 갔다

 

▼뜻하지 않게 불어난 강물때문에 고생은 많이 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정선

 

▼칼국수집 주인이 정성들여 키운 꽃들

 

 

 

 

가을 쯤... 동강이 단풍에 물들을 때... 다시 한 번 와야겠다.

 

▼라이딩 요약 (http://connect.garmin.com/activity/19804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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