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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

정선 동강둘레길(1)

#2012년 7월 7일

 

장마인지... 우기인지...

비가 잦아지면서 라이딩할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가 7월 5,6일 큰비가 오고 난 후 2~3일 정도 비 소식이 없기에 탠덤 투어에 나섰다.

 

4대강은 이미 다 달려보았고...

이딩하기 좋은 곳이 어디없을까...

요기~조기~ 이리~저리~ 둘러보다 네이버 '반달곰아빠' 님의 블로그에서 정선 동강 둘레길에 대한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코스는 100km가 조금 넘는 당일치기 라이딩코스이지만 동강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어 1박2일로 일정을 잡고 이른 아침 탠덤을 차에 싣고 정선으로 향했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59번 도로를 달리다보니 동강이 어제, 그제 비 때문에 엄청나게 불어나있다.

그것도 온통 흙탕물 ㅠㅠ

맑고 깨끗한 동강을 보기엔 글른것 같다.

큰비가 온 바로 뒤에 왔으니... 당연한거다.

 

이땐 그저 '동강이 많이 불었구나' 생각만 했을 뿐 그 다음날의 엄청난 상황에 맞닥뜨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선으로 가는 도중 만난 백석폭포. 이 폭포도 평소엔 이렇지 않은데 큰비가 온뒤라서 장관을 이루었다. 동강 물색이... '황하' 수준이 되어버렸다.

 

정오가 다 되어서 정선에 도착.

주차는 미리 보아둔 정선공설운동장에 하면 되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정선이 5일장이 서는 날이다.

몽아는 지방의 전통장을 좋아라~ 한다.

그냥 여행온거면 마침 잘 되었다고 구경하고 갔을텐데... 아쉽지만 못본척 갈 수 밖에 없다.

 

탠덤에 올라탄 후 점심 먹을데가 없을까 하고 5일장 부근을 쓰윽 한바퀴 돌았지만 마땅히 눈에 띄는 데가 없다.

아마... 배가 덜 고팠던게 아닐까...?

요즘 이상하게스리 허기가 사전 신호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그러다보니 때 맞춰 식사하는게 쉽지 않다. 배고플 때 눈앞에 먹을 곳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잠시 42번 도로를 달리다가 동강길로 들어섰다.

동강 바로 옆의 길을 달려보니 불어난 동강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홍수난 4대강 수준이다.

 

 

 

 

 

다리를 건너 한반도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배가 고파온다.

30분전까지 그냥 저냥 배고픈줄 모르더니 자전거타고 30분만에 배가 고파지다니...

다행히 식당이 보여서 가보았더니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허탈해 하면서 서 있는데 식당 옆에서 밭일을 하던 사람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재차 확인시켜 준 농부가... 갑자기 식당 바로 옆이 자기집인데 들어가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라고 한다.

그렇게까지는 못한다고 몇번을 사양해도 자기는 괜찮다며, 집에 아무도 없으니 편하게 식사하고 가라... 한다.

 

세상에...

이런 친절을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이런 곳에 살면 이런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예가 아닌듯 싶어 '그럼, 잘 먹고 가겠습니다' 인사드리고 집에 들어가 라면을 끓여 먹었다.

 

▼집에 말티즈 2,3개월 쯤 되어보이는 강쥐가 울타리에 갇혀 있길래 꺼내주었더니 너무너무 좋아한다 

 

▼남의 집에 들어가 라면 끓여먹어봤수? 주인이 김치까지 꺼내다 주셨다... 정말이지 친절함에 감동의 소름이 돋는다. 

 

▼아쉬운 마음에 주인과 사진 한장 남겼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식당 앞에 강가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길래 내려가 보았다. 분명 여기까지 물이 차오를리 없을텐데... 비가 엄청 온 모양이다. 

 

▼조그마한 보가 있던 모양인데, 보 위로 물이 넘쳐 흐른다.

 

강원도 인심을 듬뿍 배에 채우고 달리다보니 하늘이 점점 개어가면서 슬슬 뜨거워진다.

하지만 역시 강원도.

공기의 질이 다르고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도 확실히 시원하다.

 

 

거의 '똥강' 수준으로 변해버린 동강

 

 

동강 코스는 전체적으로 완만한 업힐이지만 아무래도 강원도 길이다보니 군데 군데 업힐을 좀 있다.

그래도 업힐을 올라야 이런 멋진 시야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평소엔 한쪽 구석으로만 조신하게 흘렀을 동강이 오늘은 성난 것처럼 거침없이 온 강바닥을 훑고 지나간다

 

▼건너편에 조그맣게 보이는 사람들은 천렵중인 것 같다. 강이 불어서 큰 녀석들이 제법 잡힐 듯 하다. 

 

▼가는 도중 군데 군데 폭우로 급조(?)된 폭포들이 보인다 

 

▼조금 더 큰 폭포도 보이고... 이름을 붙여줄까 했는데 아쉽게도 이미 이름이 있는 폭포였다... ㅋㅋ 

 

 

너무나 멋진 동강.

달리면서 본 동강의 모습을 제대로 전할 방법이 없다.

몇 장의 사진으로 짙푸른 녹음과 어우러진 동강을 어찌 대신하겠는가.

 

 

 

정선에서 출발할 때 고도가 약 300미터 쯤이었는데 시나브로 높아진 고도가 어느덧 530미터가 되었다.

이미 동강은 시야에서 멀어졌고 길가에는 이름모를 실개천만 흐를 뿐.

이제부터 고도 800미터에 이르는 벌문재를 올라야 한다.

 

▼벌문재로 향하는 길

 

▼벌문재 오르는 길에 만난 조그마한 예쁜 초등학교

 

▼햇볕이 강해 선크림을 부지런히 발랐더니 얼굴에 개기름이 좔좔 흐른다... ㅋ 

 

벌문재는 평균 경사도는 4% 정도이지만 업힐 길이가 약 7km 정도여서 꽤 지치게 만든다.

짧고 가파른 업힐보다 오히려 이렇게 느릿 느릿 오래 올라가는 업힐이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오후 6시10분에 벌문재 정상에 도착.

이제 겁나게 긴 다운힐만 남았다.

 

▼벌문재 정상에서 내려다 본 다운힐

 

 

순식간에 벌문재를 내려오니 화암동굴이 있는 화암면에 도착.

관광지여서 그런지 식당과 민박집들이 몰려 있어 이곳에서 저녁과 잠자리를 해결했다.

 

이제 정선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25km.

아무리 천천히 가도 2시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거리라 생각했다.

그게 엄청난 착오였음을 그 다음날 알게 되었다...

아울러 화암에서 자게 된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라이딩 요약 (http://connect.garmin.com/activity/19804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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