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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춘천에서 5개의 고개를 넘어 양구까지

#2012년 7월 3일

 

자전거는... 탠덤을 타는 것이 제일 재미있지만 두사람이 자전거여행을 떠나려면 맞춰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이 꽤 많습니다.

포기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지랄같은 코스(=업힐이 많은 코스) 입니다.

아무리 인적드문 경치좋은 코스도 업힐이 많다면... 탠덤으로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강릉과 속초를 목적지로 하는 강원도 자전거여행은 몇번 가보았지만 춘천, 화천, 양구 등 강원도에는 달려보고 싶은 길이 많습니다.

그 중 소양강옛길과 평화의댐을 지나는 평화로를 꼭 가보고 싶어 몽아와 차로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이 정도면 달려볼만 하네!" 하는 얘기를 할까... 하고...

그러나 차로 화천에서 해산령을 올라가는 도중 몽아는 "이 길은 절대 안가~~"를 외칩니다.

하긴 차로 올라도 지겨운 10키로미터 오르막이니... 탠덤을 타고 올라갈 때의 고역스러움이 머리속에 뻔하게 펼쳐졌을 겁니다.

 

결국, 탠덤으로 가는 것은 포기하고 우선 혼자 다녀오기로 합니다. (절대 포기안합니다... 꼬시고 또 꼬셔서 언젠가는 해산령 꼭대기에 탠덤을 올려놓을 겁니다 ㅋㅋ)

 

원래는 춘천~화천~해산령~평화의댐~오천터널~양구~소양강옛길~부귀고개~하우고개~배치고개~배후령~춘천 코스로 잡았는데, 춘천에서 길을 잘못들어 반대방향으로 돌았습니다... ㅠㅠ

 

코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춘천~배후령~배치고개~하우고개~부귀고개~소양강옛길~양구 (90km) 

 

고도그래프

 

양구~도고터널~오천터널~평화의댐~해산령~화천 (75km)  

 

고도그래프 (해산령에서 뚝 떨어지는 고도는... 실수로 해산터널부터 10km 정도의 다운힐 구간의 로그를 저장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ㅠㅠ)

 

7월3일,

안양 호계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7시10분 춘천가는 첫버스를 탔습니다.

 

▼호계동 시외버스터미널입니다. 안양은 종합버스터미널이 없고 왕궁예식장앞, 호계동, 범계역 등에 시골스러운 버스터미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민원이 꽤 들어가는 모양인데 뭐가 문제인지 전혀 개선되질 않습니다. 그래도 뭐... 그닥 불편한 건 없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건너편 아파트촌 위로 비추는 찬란한 아침햇살을 찍어보았습니다. 오늘 날씨가 엄청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정확하게 7시10분에 버스가 도착합니다.

우등형 버스라 좌석이 편안한 것이 춘천 도착할 때까지 푹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버스에 올라타서 셀카질을 해봅니다. 이때만 해도 멀쩡했습니다. 당연한건가...? 

 

근데, 이 버스가 완전히 완행이더군요.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는가 싶더니... 팔당, 양주, 가평 등등 기회만 되면 정차합니다.

팔당 이후부터 춘천까지는 거의 시내버스 수준이더군요.

자다깨다 반복하니 9시가 다 되어서야 춘천에 도착했습니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아침을 먹을 곳을 찾았는데... 입이 짧은지라 토스트집이 눈에 띄어 들어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메이커 햄버거보다 더 맛있다고 자신있게 추천해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맛은 그냥 그렇더군요.

그래도 친절한 아주머니 덕분에 기분좋게 먹었습니다.

 

터미널 부근 이마트에 별다방이 있길래 에스프레소 한잔하고 갑니다

 

그럭저럭 40분을 소비하고 9시40분, 드디어 길을 나섰습니다.

춘천시내를 빠르게 통과하다보니 소양강처녀상도 못찍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가민에 넣어온 코스가 춘천~화천~해산령~양구~배후령~춘천으로 순환코스이다보니, 어찌어찌하다 화천 가기 전에 넘어야 할 고탄고개 방향으로 가질 않고 배후령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세월교를 지나면서 한폭의 그림같은 소양강을 봅니다

 

길을 잘못들어 신샘밭로를 왔다갔다 하다보니 며칠전 답사차 왔다가 막국수를 먹었던 샘밭막국수 앞을 지납니다.

 

길 찾는걸 포기하고 원래 코스와 반대 방향으로 돌기로 하고 배후령을 넘습니다.

배후령 초입은 아직은 완만합니다.

 

배후령은 그다지 빡센 업힐은 아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S자 커브에 질려버릴 것 같습니다.

거기에 오전부터 날씨는 얼마나 뜨거운지... 헬멧끈을 타고 내리는 땀방울이 1초에 한방울씩 탑튜브에 떨어지면서 혹시 카본이 땀성분에 부식되는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합니다.

기어를 34-28에 걸고 크랭크를 몇번 돌리면 고도가 1미터씩 올라갑니다.

배후령 초입에서 고도가 160미터 정도였는데 어느덧 고도가 600미터를 넘더니 결국 정상에 올랐습니다.

 

▼배후령 정상에서 잠시 내려오니 38선 표지석이 보이네요. 그러고보니 여기부터는 화천군 소속인가 봅니다.

 

배후령 다운힐은 올라온 거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무언가 손해본 듯한 느낌으로 다운힐이 끝날때 쯤 영업을 하는 휴게소가 있어 잠시 쉬었다 갑니다.

 

휴게소에서 나오자마자 간척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오봉산길로 들어섭니다.

배치고개 초입부분 역시 아직은 완만합니다.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어 길을 전세낸 듯 마음껏 달릴 수 있지만... 날씨가 너무도 뜨겁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디로 가는 길인지... 배후령보다 두배쯤 힘듭니다.

도로를 8자를 그리면서 올라가다가 그늘이 보이면 잠시 쉬어가는 패턴을 반복하다가 결국 정상 직전에서 끌바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치고개 정상입니다. 이 고개 이름이 배치고개라는 것도 정리하면서 알게되었고 올랐을 때는 고개 이름을 알려주는 팻말도 찾지 못했습니다.

정상에는 언젠가 어렴풋이 한번 찾아가봤던 청평사로 가는 길이라는 팻말만 있을 뿐.

평균경사도가 10%가 넘고 코너의 급경사는 12%가 넘는 오르막이 3km 가량 이어집니다.

거의 미시령과 같은 급인데 배후령을 넘은 뒤 바로 올라와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배치고개 다운힐은 그야말로 뚝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코너가 너무 짧아 속도를 거의 못내고 조심조심 내려오니 청평사유원지가 나타납니다.

시간도 얼추 점심시간이 되었고 해서 식당에 들러 산채비빔밥을 먹고 한참을 쉬었습니다.

 

 

 

쳥평사유원지를 벗어나 다시 부귀로에 복귀하니 바로 다시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정말이지... 평지가 단 1km도 없습니다.

어젯밤 덜커덕 이 길을 가겠다고 별로 코스에 대한 정보도 없이 나선것이 살짝 후회까지 됩니다.

 

또다시 평균경사도 8%가 넘는 약 2.6km의 업힐을 그야말로 꾸역꾸역 오릅니다.

땀은 비오듯 흐르고 저지는 조금전 물에서 꺼낸 것처럼 젖어있습니다.

그나마 청평호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눈이 호강하기 시작합니다.

멋진 풍경을 찍겠다는 핑계로 수시로 자전거를 세웁니다.

 

 

 

 

간신히 정상에 올랐는데 여기는 정말 아무 팻말도 없습니다.

조금 허탈해집니다. 힘들게 올랐는데 이름도 없는 고개라니...

집에 와서 찾아보니 하우고개라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하오고개와 이름이 비슷하네요.

 

▼하우고개 정상에서 인증할 만한 팻말이 없어 속도계의 고도를 찍어둡니다... ^^ 온도가 같이 찍혔는데 그나마 정상부근이어서 2~3도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날 낮의 온도는 40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물론 도로상의 온도는 기상청 측정 온도와 다릅니다) 

 

하우고개 다운힐을 신나게 내려와서 이제 곧 소양강옛길이 시작되겠지... 생각했는데 다시 업힐입니다.

평지가 그리워집니다... ㅠㅠ

그나마 업힐 구간이 짧아서 금방 정상에 올랐습니다.

여기도 아무런 팻말이 없네요... 세워져 있는 아무거나 인증샷으로 찍어봅니다. ^^

집에와서 찾아보니 여기가 부귀고개라고 합니다.

 

부귀고개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오니 북산면사무소삼거리에 농협하나로마트가 보입니다.

이곳에서 콜라와 더위사냥으로 엔진을 냉각하고 게토레이 2캔을 사서 물통에 쏟아 붇습니다.

이때가 오후3시, 라이딩거리는 53km...

오전 9시반쯤 출발했으니 시간당 10km 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길을 헤맨 것을 감안해도 이렇게 진행 속도가 느린 라이딩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소양강옛길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아름다운 전원속의 마을... 여기에서 살면 자전거는 잘 타게 될 것 같습니다 ^^

 

또 다시 고개 정상에 섰습니다. 역시나 주변에 아무 팻말이 없어 속도계를 인증삼아 찍어봅니다. 집에 와서 찾아봐도 여기는 고개 이름을 못찾겠습니다.

 

이날 가민의 경사도 표시가 미쳐서(?) 툭하면 경사도가 20%, 30%가 넘습니다.

GPS가 튄 것도 아니고...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날 코스를 잘못 들어선 것도 가민 코스 기능의 오류때문입니다. 수시로 코스 표시가 먹통이 되는 통에 속도계 조작하느라 낭비되는 에너지도 제법 될 듯 합니다.

GPS 속도계 만든지 꽤 된 회사가 어찌 이리 소프트웨어가 부실한지... 소스코드만 있으면 고쳐주고 싶습니다. ㅋㅋ

 

▼이때쯤... 멘붕상태로 가고 있는게 사진에 보이네요.

 

드디어 소양강옛길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이 길을 꼭 달려보고 싶어서 춘천에서 고개 5개를 넘어왔습니다. ㅎㅎㅎ

사진에 보이는 추곡삼거리에서 양구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소양강옛길 입구가 나옵니다.

 

사실 여기에서 양구까지 46번 도로를 이용하면 10k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소양강옛길을 따라가면 무려 27km에 달합니다. 이동효율성으로만 따지면 꽝이지요.

그래서 차들은 이 길로 오지 않습니다. 이날 소양강옛길에서 제가 본 차량은 단 2대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양강옛길은 그런 비효율성을 충분히 보상해 줄 멋진 길입니다.

오르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만 오르막을 올라도 내려다 보이는 소양강의 장관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듭니다.

 

 

 

 

 

 

 

 

긴 산수화 병풍을 지나온 듯... 소양강옛길이 끝나고 46번 도로에 다시 복귀합니다.

이미 시간이 6시가 다 되어가서 양구에서 자고 해산령은 내일 오르기로 합니다.

혼자 자전거를 타면 이런 결정을 내릴 때 참 좋습니다. 물론 달리는 동안의 외로움은 지고 가야하지만...

 

▼양구는 국토의 정중앙이라는걸 강조하는군요

 

▼학조리사거리에 냉콩국수하는 집이 보여 들어갔습니다

 

냉콩국수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국물도 남김없이 다 마셔버렸지요 ^^

 

양구시내까지 약 5km 정도 구간은 평지입니다... 평지!!

지친 상태인데도 평지라는 것이 반가워 시속 40km로 쏩니다.

 

양구에 들어서 괜찮아 보이는 모텔에 들어가 방이 있느냐 했더니 없답니다... ㅠㅠ

내일 양구에 무슨 행사가 있어서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을거라는 친절한(?) 설명도 듣습니다.

 

양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어군데 문의해보니 다행히 방이 있습니다.

아직 잠자기엔 이른 시간이라 부근 마트에 들러 캔맥주와 간식거리를 사갖고 들어와서,

몸씻고, 빨래하고, 선풍기로 빨래 건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하고(???), ...

자전거 여행하면서 늘 하던 짓들을 하고선,

느긋하게 맥주를 들이킵니다.

캬아~~

죽! 입! 니! 다! ^^

 

▼라이딩 요약(http://connect.garmin.com/activity/195955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