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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몽아따라 속초가기

#2012년 5월 19일

 

몽아가 속초에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다고 해서 나는 자전거로 속초로 가서 같이 돌아올 요량으로 다시 한번 속초로 향했다.

올해 들어서 속초만 다섯번째다.

이건 뭐, 정말 껌 사러 가는 수준이 된건가...

 

이번엔 혼자라도 사진을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넣을 수 있는 싯포스트가방을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마땅히 맘에 드는게 없다. 더구나 카본 싯포스트는 가방을 매달면 카본이 깨진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그냥 갖고 있는 오르트립 핸들바 가방을 사용하기로 하고 핸들바 어댑터만 추가로 구입했다.

 

오르트립 제품들은 내구성, 품질 모두 좋은데 부품 가격들이 너무 비싸다.

핸들바 어댑터를 고정시키는 와이어가 1개에 15,000원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가격이다.

 

다행히 같은 독일 회사인 릭센카울에서 나오는 핸들바 어댑터가 오르트립 제품들과 호환되고, 와이어 가격도 1개에 1,500원... 무려 1/10 가격이다.

 

집에 와서 핸들바 어댑터 장착하고 오르트립 핸들바 가방을 매달아보니 무언가 어색함이 있지만 (로드는 달리는데 필요한 것 이외 아무것도 달지 않는 것이 멋있는데...) 내년에 도전할 란도너스를 위해서도 필요한 물건이라 미리 달아보는 셈 치기로 했다.

 

8시25분 용문역에서 출발

 

지난번 탠덤타고 속초갈 때 들렀던 Old TV 카페에 다시 들렀다.

사장님에게 얼마전에 탠덤타고 왔던 사람이라 얘기하니 기억해내곤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운동 전에 카페인을 섭취하면 체지방 분해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기억나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기왕에 에스프레소 더블을 주문했는데 인심좋은 사장님이 한잔값만 받으신다.

감사합니다~

 

 

 

로드에 핸들바가방도 그리 이상한 조합은 아니네...

 

▼직원이 출근전이어서 사장님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계시다

 

▼이것이 에스프레소 더블. 원샷하려다... 투샷으로 비웠다.

 

▼갈기를 보니 두넘 모두 수컷인데 왼쪽넘은 거시기가 읎당... 그래서 표정이 시무룩한게냐? 

 

 

오늘은 도싸가 총동원된 모양이다.

도대체 몇팀이 지나치는지...

나중에 돌아와서 도싸에 들어가니 서울방 정기투어에 자학단 졸업여행이 겹친 모양이다.

팩을 이루어 차선 하나를 잡고 달리는 모습이 부럽다.

언제 한번 그룹라이딩에 도전해 보아야 할텐데...

 

도싸에 가입한지는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정보습득 위주로 눈팅만 하고 한번도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보질 않았다.

이젠 도싸 초급 정도는 무리스럽지 않을 것 같은데... 혼자 다니는게 워낙 익숙하다보니 그룹에 끼이는게 어색하다.

 

홍천을 지나 인제로 가는 길에 미니벨로를 타는 젊은 친구 4명과 잠깐 동행하였다.

분당에서 출발했다하니 벌써 100km가 넘었을 터... 오르막에서는 약간씩 지친 기색들이었지만 페이스를 유지하며 잘달린다.

속도가 약간 차이가 나지만 그래봐야 평속 3~4km/h 정도.

후미를 담당하는 라이더에게 얘기하고 뒤에 따라붙어 보았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배가 갑자기 고파진다.

배가 완전히 비게되면 페달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배가 비어가는 느낌이 들면 얼른 먹어줘야 한다.

점심때가 되어 먹을만한 곳을 찾는데 오르막 중간에 찐빵 파는 곳이 보여 간단히 먹고 갈 생각으로 들어갔다.

찐빵 4개에 감자떡 10개를 주문했는데, 찐빵은 팥이 별로 없고 빵도 별로 부드럽지 않다. 감자떡은 언제 쪄 놓은건지 딱딱하기까지 하다.

길가에서 먹는게 아니었는데...

 

 

▼보이는 찐빵은 그나마 팥이 들어있는 편. 나머지 찐빵은 팥이 반쪼가리 들어있다. 

 

후회하면서 절반쯤 남기고 일어나려 하는데 누군가가 자전거휠을 들고 오르막을 걸어 올라오는게 보인다.

조금씩 가까워 지면서 보니 짚 휠셋을 들고 오는게 무언가 문제가 생긴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찐빵집에 들어서더니 주인에게 테이프가 없느냐고 묻는다.

펑크가 난 모양인데 테이프로 무얼 어쩌려고...?

답답한 마음에 말을 걸었다.

 

"뭐가 필요하세요?"

"아... 네... 펑크가 났는데 타이어가 찢어져서요..."

"나한테 타이어 패치가 있어요, 쓰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다시 내려가서 자전거를 가져오는데... 세상에나... 사진으로만 보던... 피나렐로 도그마 60.1이다.

게다가 구동계는 듀라 Di2!

대략 2,000 정도 들었지... 싶다.

이렇게 비싼 자전거도 펑크나면 어쩔 수 없는건 마찬가지.

 

공구통에서 타이어 패치를 꺼내 주고 수리하는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보니 앞에 지나갔던 도싸팀과 같이 라이딩 하던 중 흘렀다가 펑크까지 나서 복귀할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장거리 라이딩은 경험이 많지 않고 속초도 처음가는 길이라 길을 몰라서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펑크 수리 중인 겨우리조아님 

 

그룹라이딩을 하면 개인이 많은 공구나 응급처치용품을 준비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필요한 물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게 다니는 모양이다.

더구나 서포트카까지 지원되는 라이딩의 경우에야...

 

얘기를 듣다보니 그룹라이딩의 장점도 많아 보이지만, 개인의 생존능력은 아무래도 떨어질 듯 하다.

물론 그룹라이딩과 독주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해보이지만...

난 아무래도 독주 스타일인 모양이다.

 

이것도 인연이다...싶어 수리가 끝나면 속초까지 같이 가기로 하고 수리하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오후1시가 넘어 다시 출발~

두 사람이 로테이션하니 확실히 뒤에 붙어 갈때는 조금 편한듯하다.

 

 

도싸 아이디 "겨우리조아"님은 뒤에서 보니 페달링 위주로 타시는 듯 하다.

아니면 이미 누적된 장거리 피로에 페달링으로 탈 수 밖에 없거나...

내가 앞에 가면 31~35, 겨우리조아님이 앞에 가면 29~30.

 

이후 미시령 입구까지 가는 동안 계속해서 도싸팀들과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면서 기분좋게 달렸다.

인제에서 도싸팀 선두에 서신 분이 "뒤에 붙으세요~" 하시는데... 나는 그럴 수 없고...

 

▼앞에 있는 자전거가 겨우리조아님의 피나렐로 도그마 60.1. 포스가 장난 아니다... 

 

▼인제에서 만난 도싸팀. 내가 사진을 찍는 걸 인지하고 그 와중에 V를 그리는 센스쟁이 ^^ 

 

오후2시, 한계령삼거리를 지나 옛46번 국도에 들어서니 역시나 시원한 계곡이 반갑게 맞이한다.

겨우리조아님은 처음 보는 계곡 풍경에 취해 연방 "이야~"를 연발하며 좋아라 한다.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이번에 내 로드의 앞타이어가 펑크났다.

그것참... 깨끗한 아스팔트에서... 홀도 없는 길에서... 펑크는 나는 길은 대부분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겨우리조아님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펑크수리를 끝내고 다시 출발.

 

 

 

 

십이선녀탕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으로 황태해장국을 먹고 미시령 입구까지 완만한 업힐을 올랐다.

겨우리조아님이 연신 힘들다고 해서 조금씩 속도를 늦추었지만 나도 힘든건 마찬가지.

 

본격 업힐 구간에 들어서니 도싸팀 지원차량도 보이고 사진으로만 보던 오리발 회장님도 보인다.

반갑기도 하고... 유령회원이라 뻘쭘하기도 하고...

지난번 왔을 때는 4번 클릿을 뺐으니 오늘은 무정차로 가야지... 생각했지만 그건 생각일 뿐이고...

결국 2번 클릿을 뺐다.

여기저기 도싸팀원들의 모습이 보이고 서로 격려하며 오르니 혼자 오를 때에 비하면 덜 외롭다.

지난번보다는 확실히 오르는게 나아진걸 느낀다.

다음번에 정말로 무정차로 오르리라...

 

정상에 다와서 올려다보니 오리발 회장님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대구경 렌즈로 회원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설마 내 사진을 찍을 줄 몰랐는데, 나중에 겨우리조아님이 도싸 게시판에 내 사진도 올라왔다 해서 가보니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진이 찍혀있다.... ㅋㅋ

 

 

▼도싸 오리발회장님이 찍어준 사진. 도싸 게시판에서 퍼왔다. 고글은 흐르는 땀때문에 핸들바가방안에 고이 모셔놨다.

 

 

미시령 정상에서 풍경은 언제봐도 장관이다

 

▼겨우리조아님과 함께 한컷 

 

미시령 정상에서 사진 몇장 찍고 신나게 다운힐.

그런데...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급경사 구간의 내리막길에 설치되어 있는 빨래판에서 브레이크를 잘 안잡혀서 중앙선 부근으로 옮겨서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았는데, 뒷바퀴가 슬라이딩한다.

어~ 어~ 안되는데~

셀프 ABS를 걸었어야 하는데...

슬라이딩하는 타이어와 함께 커브 바깥쪽에 설치되어 있는 폐타이어로 돌진했다.

뭐 어떻게 충돌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가슴에 엄청난 통증.

그 와중에 오르내리는 차들이 없는지 확인하고 얼른 자전거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자전거는 별 이상이 없는 듯 하고, 신기하게도 팔꿈치와 무릅에 약간의 찰과상만 입고 별다른 상처가 없다.

아마 앞바퀴가 폐타이어에 먼저 충돌하고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가슴이 폐타이어에 충돌하고 팔꿈치와 무릅의 찰과상은 떨어지면서 모래에 쓸린듯 하다.

 

아~

짜증이 밀려온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몇번씩이나 반복하는지.

급경사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잡는 타이밍을 2초 정도만 당겨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텐데...

왜 마지막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는지...

 

가슴 통증이 가라앉아 다시 다운힐하니 울산바위가 잘 보이는 지점에 겨우리조아님이 서 있다.

사진 두어장 찍고 다시 다운힐하여 속초까지는 무사히 내려갔다.

 

 

속초시내에 들어서서 몽아와 고속버스터미널 앞 이마트에서 만나기로 하고, 팔꿈치와 무릅의 상처를 보여주기 싫어서 약국에 들어가 밴드를 사서 끼웠다.

몽아는 동창들과 헤어지고 3시간 가량 기다린 모양... 표정이 별로 밝지 않다.

 

강남행 고속버스표를 사고 겨우리조아님과 함께 터미널 부근 횟집에서 모듬회에 소주를 시켜놓고 먹기 시작했는데...

1병이 2병되고, 2병이 3병되고... 결국 5병이 마셨다.

물론 몽아를 믿고 그리 마셨지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서 어찌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집까지 왔는지 도통 모르겠다... ㅠㅠ

겨우리조아님도 집에 잘 들어갔나... 몰겠다.

 

 ▼라이딩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