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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속초는 라이더를 유혹하는 무언가가 있다

#2012년 4월 28일

 

재작년 7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8월 한여름에 속초에 무모하게 도전한 적이 있다.

클릿페달에도 익숙하지 않아 타기만 하면 자빠링을 하던 때였는데,

용문에서 출발하여 홍천부근에서 1시간 넘게 비그치기를 기다리다 시간이 지체되었고 체력도 부족하여 결국 당일에 미시령을 넘지 못하고 인제에서 1박하고 다음날 오전 미시령을 반쯤 끌바를 하여 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작년엔 이런 저런 일로 속초를 갔다올 생각조차 못했고...

 

올핸 벌써 두번이나 속초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첫번째는 집에서부터 과천방향으로 가다가 갈현삼거리에서 낙차사고를 당해 되돌아왔고,

두번째는 4월24일 집에서 홍천까지 100km 조금 넘게 갔다가 더위를 먹고 되돌아 온 씁쓸한 기억이 있다.

 

두번째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가급적 시내 통과 구간을 많이 만들지 말자...는 것.

아침 러시아워에 과천에서 성남, 하남을 거쳐 팔당까지 가는 것만으로 이미 반 녹초가 되었었다.

 

이번에는 용문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하고 아침일찍 인덕원역에서 4호선을 타고 이촌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서 9시쯤 용문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꽤 빨리 출발했다고 생각했지만, 주말 그 시간엔 중앙선의 자전거칸은 이미 자전거로 꽉차있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자전거가 밀려들어 사람반, 자전거반이 되었다.

 

9시 정각에 용문에서 출발하여 뒷바람 덕에 쾌속으로 질주할 수 있었다.

평지 속도가 35km를 넘나들면서 배고픈 줄도 모르고 2시간 가까이 타고나서야 화양강휴게소에서 큼지막한 돈까스로 배를 채웠다.

 

▼뜨거운 햇볕에 저지도 말리고... 이날 도로상에서 최고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갔다... ^^;;

 

이날은 라이딩 내내 뒷바람이 불어 내 실력에 비해 적어도 3~5km/h 정도 속도가 더 나오지 않았을까...?

재작년 겨우 90여km를 달리고 지쳐서 도착했던 인제대교를 오후 1시에 통과할 수 있었다.

 

 

인제를 지나면서 미시령을 넘을 체력을 남겨둔답시고 속도를 줄이고 페달링 위주로 라이딩했다.

웬지 오늘은 미시령 따위 거뜬하게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재작년 끌바를 하면서도 힘들게 넘었던 기억이 겹치면서 알 수 없는 흥분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드디어 미시령 입구에 들어섰다

 

▼본격 업힐을 앞두고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쉬어간다

 

처음 1km 정도는 그럭저럭 잘 버틴것 같은데...

아...

미시령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다행히 오르내리는 차량이 거의 없어 길폭을 최대한 활용하여 8자로도 올라가보고 커브에서는 무조건 바깥차선으로 이동하여 올라가기도 하였건만...

결국 클릿을 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와버렸고...

한번 뺀 클릿은 그 뒤로도 세번이나 더 빼버렸다.

 

그저 끌바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설정샷 아니다... 정말 죽을것처럼 힘들었다...

 

길가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쉬고 있는데 미니벨로를 탄 친구들 몇명이 댄싱으로 힘겹게 올라간다.

이날 처음으로 다른 자전거가 나를 추월하는 순간이다.

올라가야지...

 

마지막 헤어핀을 도는 순간, 그때까지 도와주던 바람이 갑자기 온힘으로 막아선다.

이런 젠장...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맞바람까지...

 

땅만 쳐다보면서 올라오다보니 결국 정상에 올랐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미니벨로팀이 사진들을 찍고 있어 나도 "누구나 찍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올라온 길... 징하다...

 

미시령에서 속초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급하고 커브각도가 예리하다.

재작년 다운힐 중 낙차사고도 당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가급적 블라인드 코너에서는 무조건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안전하게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찍은 울산바위

 

오후4시30분 속초터미널에 도착하여 5시30분 강남행 우등버스표를 끊어놓고 여유있게 물회를 먹었다.

속초해변쪽에 있던 속초고속버스터미널이 확장공사를 하는지 약 1km 부근에 있는 이마트 앞에 임시로 옮겼는데, 바로 옆에 횟집촌이 있었다.

물회에 사용한 초고추장맛이 특이하다고 느꼈지만, 시장이 반찬인지라 불과 10분만에 그릇을 깨끗이 비워버렸다.

 

 

5시30분에 출발한 고속버스를 타니 미시령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동홍천IC까지는 자전거로 달려온 길을 그대로 반대로 달린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자전거로 달린 길들은 기억에 깊이 남는다.

 

숙원사업같았던 속초 라이딩을 무사히 끝냈다.

 

▼라이딩 요약. 미시령 입구까지 평속이 30km/h이 넘었는데 미시령을 넘으면서 28km/h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