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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오키나와 투어

탠덤 오키나와 투어 5일차

# 2012년 4월 17일

 

▼라이딩 요약 (가민500의 잦은 버그문제로 상당히 긴 구간의 로그가 유실되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아사히노야는 창문이 없어 밤새 파도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처~얼~썩 처~얼~썩

 

새벽에 잠시 깨서 화장실에 가보니 벽에 붙어있던 도마뱀이 놀라서 후다닥 내려간다.

 

▼너도 놀랐겠지만 나도 놀랬다... 이 녀석아!

오전 6시30분.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일출광경은 놓쳤지만 그래도 멋진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디카에 필터 설정이 되어 있어 오히려 괜찮은 사진을 얻었다

 

 

▼어제 저녁에도 본 풍경이지만 아침에 보는 모습이 또 다르다

 

▼오래되어 보이는 화목난로. 겨울에 오면 저기에 고구마를 구워먹을 수 있을까...? 

 

여주인은 7시쯤부터 분주히 우리 아침식사를 준비하더니 정확히 7시30분에 준비가 다 되었다며 부른다.

아사히노야의 식당은 여주인이 기거하는 곳 뒤편의 오픈 테라스인데 시원한 아침 공기와 밝은 햇살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 낭만적이었다.

 

밤새 우리 방에 들어오고 싶어했던 고양이는 식사하는 내내 발밑에서 몸을 비벼댄다. 털을 무지하게 묻혀가면서...

 

▼정성스레 준비된 아침 식사. 스프와 샐러드에서 특이한 향을 맡았던 걸로 기억한다. 

 

8시30분, 여주인과 작별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이번 여행 중 가장 길고 힘든 업힐이 포함되어 있고, 더구나 오늘 숙박지는 예약도 하지 못했다.

물론 리조트나 호텔급이야 몇 군데 있지만 10,000엔 미만의 숙박지를 찾을 수 없어 가는 길에 찾기로 했다.

 

▼출발하자 마자 바로 업힐이다

 

▼이른 아침 햇살이 바다에 산산히 부서져 보석처럼 반짝인다 

 

▼이곳은 바람도 많은 모양이다.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30분 넘게 계속되는 업힐 

 

▼계속되는 업힐 

 

▼또 업힐. 시속 5km/h 정도의 속도로 느릿..느릿.. 달팽이가 따로 없다.

 

▼한시간 가까이 지겨운 업힐을 오르고서 이름도 모를 고개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

 

▼업힐 중에 스쳐간 멋진 호텔(?) 휴양원(?) 

 

1시간여를 11km를 오르고서야 첫번째 업힐 정상에 올랐다. 해발 210m.

이제 다시 해발 0m를 향해서 내려가야 한다. ㅠㅠ

브레이크를 거의 손에서 떼질 않고 내려왔는데도 불과 10분만에 다 내려왔다.

 

▼첫번째 업힐을 넘고나서 만난 마을 

 

▼낯설어 보이지만 어딘가 또 익숙해 보이는... 그런...  

 

잠깐의 휴식 후 오늘의 메인 이벤트! 두번째 업힐을 오르기 시작했다.

첫번째 업힐보다 고도도 더 높고 경사도도 더 높다.

 

▼구름은 꽤 있지만 햇볕이 강하고 뜨거운 날씨였다

 

▼탠덤을 타면 스토커가 캡틴의 저지 포켓을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다. 내 포켓에 몽아의 손이 계속 들랑달랑한다.

 

▼업힐이지만 길은 정말 좋다. 지나가는 차는 손에 꼽을 정도. 느린 속도 때문에 갓길 흰선과 간격을 유지하기 힘들어 때론 차선 중앙으로 가기도 했지만 크락숀을 울리는 차는 한대도 없다.

 

▼더위와 끝없는 업힐에 배가 고파지면서 서서히 지쳐간다

 

고개을 들어 위를 보면 계속 이어지는 구비구비 업힐.

저 코너를 돌면 업힐 끝일까...?

몇번의 기대가 무너진 뒤에 차라리 앞바퀴 구르는 것만 쳐다보며 페달질했다.

그렇게..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1시간 정도 오르고서 두번째 업힐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서부터 내리막의 시작은 페달을 계속 돌려야 할 만큼 매우 완만했다.

길가에 은폐되는 곳을 찾아 라면을 끓여먹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하는데 몽아가 안성맞춤인 곳을 찾아냈다.

 

▼탠덤아, 수고했다. 쉬어... 

 

▼라면이 익어간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2리터의 물과 버너, 코펠 등을 짊어지고 올라왔는데, 그 환상적인 맛은 힘들었던 업힐을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식사 후 벌러덩 누워서 올려다 본 하늘

 

▼몽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꽤 오랜 시간을 먹고 쉰 후 다시 출발했는데, 출발한 지 얼마 안되어 동해안 도로에서 처음으로 카페를 발견하였다.

 

▼카페 입구에 세워진 우스꽝스러운 시사덕분에 금방 눈에 띈다. 카페 이름이 무~란인가 보다.

 

▼카페 내부에도 같은 시사들이 있다

 

▼어디선가 텅그렁~ 거리는 싱그런 소리가 나서 찾아보았더니 대나무로 만든 풍경이 있다

 

▼카페 입구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기저기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담한 곳이다

 

▼카페 2층에서 내려다 본 오키나와 동해안. 조~기 넘어 바다가 있단다. 

 

 

▼메뉴판이다. 우리는 흑당젠자이(5번째)를 주문했다. 젠자이는 우리나라 팥빙수와 비슷하다. 

 

▼요것이 젠자이. 맛은 뭐... 그럭저럭. 시원한 맛에 정신없이 먹었다. 

 

▼한결 표정이 밝아진 몽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래, 힘내서 다시 달려보자 

 

 

이번 여행에서 가민500(GPS속도계)이 열번도 넘게 죽은것 같다.

양쪽의 네개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재부팅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지만, 라이딩 중 가끔씩 보는 수치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나서야 죽었다는 것을 알게되니 때론 한참동안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탠덤을 탈때 가민의 주목적은 코스기능과 로그기능인데, 오키나와의 도로는 시가지를 제외하곤 거의 길을 잃을 일이 없어 코스를 쳐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쳐다볼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가민500이 죽어있는 것을 한참만에 알곤 했는데, 이 날은 2번째 업힐 정상을 조금 지나서 오후 늦게까지 죽어있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카페를 지나서부터 본격적인 다운힐이 시작되었다.

코스상으론 무려 20km에 걸쳐 다운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사실은 중간 중간 낙타등이 제법 있어 또 다시 달팽이 페달질을 하곤 했다.

 

 

▼기나긴 다운힐을 끝내고 마을 자판기에 산 포도맛 탄산음료. 용량이 무지막지한 캔밖에 없다...

 

▼잠시 이렇게 좋은 길도 달려보았지만... 

 

▼또 다시 시작되는 업힐... 에라이... 드러누워버렸다. 

 

▼파란 하늘에서 어떻게 그리 뜨거운 햇볕이 내리쬘 수 있는지... 

 

▼이런 바닷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꽤 긴 업힐들을 지나와야 했다 

 

 

▼오우라만의 모습. 저멀리 큰 다리와 터널이 보인다.

 

▼위 사진의 큰다리에 도달 

 

▼그림엽서가 따로 없다 

 

▼오키나와 동쪽에서 처음 만나는 터널. 이미 얘기했지만 오키나와 터널은 전혀 무섭지 않다. 

 

▼터널 안에 이렇게 넓은 보행자도로가 있어 자전거도 사람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 

 

▼원래 코스는 터널을 우회하는 길로 잡았는데... 터널을 지나니 우회길이 보인다. 터널을 지나오길 정말 잘했다. 

 

▼오우라만의 반대쪽 모습 

 

오우라만을 끝으로 길고 긴 업다운은 끝나고 기노자촌으로 들어섰다.

오키나와시가 가까워서인지 미군부대가 여기저기 있고 길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버스정류장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이제 오늘의 라이딩을 끝내야 할텐데... 

 

기노자촌 부근의 숙박지를 미리 예약하지 못했기 때문에 달리면서 적당한 곳을 찾기로 했는데,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호텔도, 민박도, 료칸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도로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것일까...? 바닷가 쪽으로 가면 있을까...?

바닷가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보기로 했다.

 

▼마에하라까지 3km라... 마에하라는 어디야...

 

길을 따라가다보니 길가에 오토바이를 수리 중인 배달원인 듯한 남자가 보이길래, 부근에 숙박업소가 있느냐 물었다.

그랬다. 내가 그렇게 물었다.

"이 부근에 호텔이나 펜션, 모텔 등이 있습니까?"

남자는 바로 앞을 가리키며 이 동네가 전부 펜션이라고 한다. 야호~ 역시 내 감이 맞았군!

 

▼벤츠 스마트보다는 조금 커보이지만 너무나 앙징스런 차를 발견

 

마을을 돌아보니 전부 펜션인건 맞다.

그런데...

전부 예약제이다.

들어가서 사람을 불러도 아무도 없다.

전화를 걸어본다.

안받는다.

 

젠장.

일본의 펜션은 말그대로 "별장"이다. 예약하고 관리인이 청소해놓고 기다리고 독채로 사용하는 그런 별장.

우리같은 나그네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게 펜션이다. 완전 예약제 펜션. 

 

포기하고 마에하라에서 다시 원래 라이딩하던 길로 되돌아나왔다.

오키나와의 해가 길긴 하지만 이미 오후6시가 넘은 시각. 

될 수 있는대로 야간라이딩은 피하고 싶어 지친 다리에 힘을 주어 페달을 밟았다.

 

이미 오늘 라이딩계획의 도착점은 지난 상태이고 내일 라이딩코스를 미리 달리고 있는 꼴이었다.

제법 번화가스러운 긴초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종업원에게 부근의 호텔을 물어보았다.

리조트급 호텔말곤 잘 모르겠다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운다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고나니 길이 어두워진다.

라이트와 바람막이로 야간라이딩을 준비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몽아도 지쳤는지 뒤에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나 역시 어두운 초행길을 달리느라 말을 건넬 여유가 없었다.

도저히 숙박업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

어쩌면 내일 숙박지에 가서 자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시간 정도 달렸을까...?

이미 9시가 넘은 시각.

몽아가 갑자기 소리친다.

"민숙있다!!"

그것도 길 양쪽에 두군데가 있다.

 

그렇게 찾은 민숙.

 

다음날 달리면서 길가에 민숙이 또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없었다.

우리는 오키나와 동해 부근의 도로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민숙을 찾아낸 건지도 모르겠다.

 

1인당 4,000엔인데 두사람에 6,000엔으로 깎아서 들어갔다. 

 

▼민숙은 조금 수준이 떨어지지만 공간은 넓었다

 

▼냉장고와 싱크대가 전부... 

 

▼민숙주인은 분명 "베드"라고 했는데... 음... 메트리스만 있는 것도 "베드"라고 하나...? 

 

 

▼뭐... 수준이나 품질을 따질 때가 아니다 

 

오키나와 탠덤 투어 4일차, 그렇게 힘든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