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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오키나와 투어

탠덤 오키나와 투어 4일차

# 2012년 4월 16일

 

▼라이딩 요약 (이번에도 헤도곶 조금 못미쳐서 일부 구간의 로그가 유실되었다)

 

간밤에 콘테이너를 때리는 빗소리에 두어번 잠을 깼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은 편이어서 오늘은 상쾌한 기분으로 라이딩을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자전거 여행자의 아침은 꽤 분주하다.

어제 빨래해 놓은 세탁물들이 덜 마른 경우 드라이로 조금이라도 더 말리고, 패니어 꾸리고, 자전거 점검하고, 든든하게 아침을 먹어 두어야 한다.

 

▼오늘의 아침. 로손에서 사온 규동과 햄에그샌드위치, 바나나

 

달걀을 6개 삶아서 2개는 먹고 4개는 간식용으로 싸갖고 나왔다

     

우아하게 디저트를 곁들인 모닝커피까지

 

▼B&B 카미운텐의 평화로운 아침 풍경

 

▼고양이 녀석이 밤새 방앞을 왔다갔다 하더니 의자위에 앉아서 비키질 않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주인에게 출발하겠다고 했더니 오늘의 여정 등을 물어보고 헤도곶 이후부터 몹시 힘들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미 알고 왔다고 했더니 오키나와 사람들도 북쪽 도로는 거의 가지 않는데 대단하다고 한다.

사실 이때까지는 오키나와 북쪽 도로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는 않았다.

제일 높은 도로가 겨우 해발 250m 정도인데... 강원도 도로를 다녀본 나로서는 "그래봤자..." 라는 생각이 많았다.

 

▼B&B 카미운텐 여주인과 한컷. 몽아가 얼굴이 작긴 하지만... 고맙습니다!

 

▼길을 나서기 직전 담벼락에서 발견한 달팽이. 실제 달팽이를 얼마만에 보는 것일까...?

 

B&B 카미운텐 입구는 좁은 골목길로 내리막이다.

전날 끌바로 올라올 때 길에 이끼가 끼어있어 바퀴가 미끄러졌는데, 이걸 깜빡했다.

내리막 시작점에서 탠덤에 올라탔더니 몽아가 미끄러운데 괜찮겠느냐...고 걱정스레 물었다. 일반적인 걱정이라 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괜찮아!"를 외치고 내리막을 내려갔다.

그리곤... 미끄러 자빠졌다.

 

벌써 두번째.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 건지...

 

상처가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옷과 패니어에 진흙이 잔뜩 묻어 꼴사나웠다.

서로를 닦아주면서 황당함에 웃는다.

 

안 그래도 무거운 탠덤에 앞패니어와 핸들바 가방까지 달아서 핸들링이 무겁다. 조금만 방향을 바꾸려해도 쉽지 않다. 여행을 다녀온 후 팔뚝에 근육이 생겼음을 느낄 정도이다.

 

조심.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골목길을 조심 조심 지나서 도로에 올라서니 한적한 시골도로가 조금 전의 꿀꿀한 기분을 모두 잊게 해준다.

 

오키나와는 본섬 주변에 자그마한 섬들이 꽤 많이 있는데 몇몇 섬들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그 다리들 대부분이 이름난 관광포인트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다리가 코우리지마(=코우리섬)로 들어가는 코우리대교로 길이가 약 2km이다.

 

▼아가지지마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서

 

코우리대교로 가는 길은 약간 힘든 업힐이 있었는데 업힐 정상에서 내려다 본 코우리대교는 멋지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우리대교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엄청난 횡풍이 불어왔다. 섬과 섬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공기의 흐름. 이 곳은 늘 횡풍이 강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두 사람의 몸무게까지 합하면 160kg이 넘는 자전거가 휘청거렸다.

양손은 핸들을 꽉 잡고 두 눈은 기막힌 풍경을 감상하기에 바빴다.

 

▼코우리대교로 내려가는 길. 돌아올 생각에 잠시 움찔했다.

 

▼코우리대교. 널찍한 인도로 안전하게!

 

▼코우리대교 바로 밑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 낮이었다면 반드시 물에 들어가 보고 싶었을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코우리대교 라이딩 동영상 

 

코우리대교를 돌아나와서 잠시 길을 잃었다. 도로번호 표지판은 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이런 작은 길까지 도로번호가 표시되어 있진 않다.

이럴땐 데이터로밍을 해야 하는건데... 하루 1만원이라... 꾹 참고 감을 믿고 달려본다.

다행히 58번 본도로를 찾았다.

 

58번도로에 올라선 이후 하늘이 맑아지면서 오키나와 투어 중 최고의 날씨를 보여주었다.

일본은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다를 왼쪽에 두고 달리게 된다. 처음 이틀간은 왼쪽에 보이는 바다에 약간 낯설었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58번도로를 한시간 가량 열심히 달리는데 도로가에는 편의점도 커피숍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아침에 준비해 온 간식거리를 점심삼아 먹었다.

 

▼바다에 인접한 해안도로

 

▼점심거리. 아침에 삶은 달걀 4개, 햄치즈샌드위치, 방울토마토

 

▼아마도 너울성 파도를 막으려고 쌓은 돌무더기인 듯

 

점심을 먹고 조금 달리니 길 건너편에 예쁜 카페가 보여 들렀다.

 

▼패니어 높이가 인도높이와 잘 맞아 주차하기가 쉽다... ㅋㅋ

 

▼간판은 가텐카페메리라고 읽는다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이쁜 그네의자. 타보지는 못했다.

 

▼카페 테라스. 참 이쁜 곳에 자리잡았다.

 

▼커피잔도 이쁘다. 커피맛은 예술!

 

▼일본인들의 섬세함은 곳곳에 묻어난다. 이런 난간하나도 그냥 비워두는 법이 없다.

 

카페에서 충분히 쉰 다음 다시 길을 나섰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도로.

왼쪽은 짙은 에머랄드빛 바다, 오른쪽은 울창한 아열대숲.

제주도 해안도로, 강원도 해안도로 모두 달려보았지만 오키나와의 헤도곶으로 가는 해안도로가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마을이 나타날 때마다 반드시 보이는 오키나와 인들의 묘지. 모두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업힐도 거의 없이 계속 이어지는 해안도로. 해안선이 단조로운 편이 아니어서 지겹지도 않다.

 

▼몽아의 라이딩 중 사진 찍기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 

▼해안도로 라이딩 동영상 

 

터널이 보이기 시작한다.

헤도곶까지 3개 정도의 터널이 있었는데 처음 2개의 터널은 짧은 터널이고 3번째 긴 터널은 넓은 인도가 있어 터널 통과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키나와 투어 중 처음으로 만난 터널. 짧아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도로를 달리다가 가끔씩 인도위로 올라가 본다. 인도 역시 질좋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다만 인도가 끊기는 부분에 얕으막한 턱들이 있어 귀찮아서 주로 차도로 달렸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해변엔 돌들이 많아지고 바다 색깔도 어두운 색으로 변해간다.

 

북쪽 도로에는 공사 구간이 제법 있었다.

일본은 도로공사 기간이 상당히 길다고 한다.

공사 구간 500m, 300m, 100m 전에 안내표시판을 세워놓고 편도 차선을 공사 중인 경우 "반드시" 교행 신호기가 있었는데 차량이 많은 곳엔 사람이 직접 양쪽 차량을 통제하고 차량이 뜸한 길엔 신호기만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신호기에는 대기 시간이 초단위로 표시된다.

이런 법규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공사하는 측, 차량 운전자가 실제 이것을 완벽하게 준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리라.

오키나와에서 여러번의 도로공사는 단 한번의 예외없이 이 규칙을 잘 준수하고 있었다. 일본이 세계 최고의 교통 선진국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교행 신호기

 

꽤 긴 터널을 지나고 해도곶으로 향하는 업힐이 시작되었다.

"자전거로 멀리 가고 싶다"라는 책에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긴 업힐" 이라는 표현이 있어 꽤 긴장했지만, 경사도가 높지 않아 별로 문제되진 않았다.

 

▼헤도곶으로 가기 위한 업힐. 이 곳에서 처음으로 우리를 추월하는 라이더를 만났다. 저 멀리 우리를 추월한 싸이클리스트가 보인다.

 

업힐 정상에서 얀바루쿠이나 전망대를 먼저 둘러보기로 하고 꽤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얀바루쿠이나는 새이름으로 오키나와 북부 지방의 천연기념물인데 전망대는 이 새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고 새 가슴 부분에 있는 창문을 통해서 태평양과 동지나해(=중국해)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를 보기 위해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바다(태평양)

 

신나게 다운힐을 하던 도중 높은 산위에 전망대의 모습이 보인다.

마치 해남 땅끝마을 전망대를 올려다 볼때와 똑같은 느낌이다... 아니, 더 높다.

이건 아니다... 싶어 전망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업힐~~~

 

▼얀바루쿠이나 전망대. 멀찍이서 보고 돌아갔다.

 

▼오키나와에서 처음으로 끌바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경치를 보면서 끌바를 하는 것은 오케이!

 

 

전망대 갈림길에서 헤도곶으로 고고~~

여기는 Cape Hedo! 마침내 오키나와 최북단에 도착했다.

꽤 더운 날씨에 2시간 정도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문을 연 가게가 한 군데도 없다! 모든 상점들이 폐점 상태인 것이다.

 

▼헤도곶 가는 길에 보이는 멋진 모습

 

▼어서오세요 헤도곶! 해놓고 아무도 없다. (めんそ~れ는 어서오세요=이럇샤이마세의 오키나와 방언이라 한다)

 

▼텅빈 상점들. 그래도 자판기는 된다.

 

▼그 와중에 기념사진 찍어주시는 분이 계시다.

 

꽤 유명한 관광포인트인데 어찌 이럴 수 있을까...?

나중에 홍상에게 들은 얘기로는 오키나와 관광오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나하에서 츄라우미수족관 정도만 보고 돌아간다고 한다. 여기 북쪽 끝까지 오는 사람이 별로 없단다.

그래도 몇분에 한대꼴로 차들은 꾸준히 들어오던데...

여기와서 카페를 하면 먹고 살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헤도곶 안내판

 

▼헤도곶 공원

 

▼아마도 오키나와가 미군정에서 일본으로 복귀된 것을 기념하는 듯... (오키나와는 1945년부터 1972년까지 미군정하에 있었다)

 

▼저 쪽에 우리 애들이 있을텐데... (오키나와는 한반도 정남쪽에 있다)

 

▼식물과 돌들이 뒤엉켜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새가 "얀바루쿠이나"이다. "얀바루"는 오키나와 북부 지방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42회 국민체육대회를 위한 채화를 이곳에서 했던 모양이다

 

헤도곶 공원을 둘러보고,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식당 등이 모두 폐점한 상태이지만 오픈된 공간이어서 오히려 좋았다고 할까...

 

여행 중 길에서 끓여먹는 라면의 맛은 환상적이다.

그 맛을 못잊어 여행갈 때마다 라면 끓여먹을 준비를 한다.

 

▼정말 먹고 싶었다. 블루씰 아이스크림

 

▼아! 이 그림은 정말이지 팥빙수 먹고 싶게 한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라면과 김치를 처음으로 끓여먹었다

 

이제 오늘 여정의 마지막 코스를 달린다.

이제부터는 무지막지한 업다운이 기다리고 있을 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탠덤에 올라탔다.

불과 1분 지났을까...? 바로 상당한 업힐이 나타난다.

 

▼헤도곶을 돌아서 동해로 가는 길. 바로 업힐 시작

 

오키나와 서쪽과 동쪽은 한반도와 유사한 점이 꽤 있다. 서쪽은 비교적 평지, 동쪽은 산악지대.

서쪽은 해변도 많고 관광지도 많아서 돈을 들여서라도 해안도로를 만들었지만, 동쪽은 사람 사는 해안가를 기점으로 산을 오르내리는 도로만 만들어 놓았다.

 

동쪽의 산악 도로는 구글 Street View를 통해 대충 보았지만, 막상 실제 달려보니 구글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로여서 라이딩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저 가파른 업다운힐이 많다는 것 뿐!

 

경사도가 7%만 넘어가면 기어를 다 내리고 올랐다.

오히려 평지보다 더 헐렁한 페달링으로, 세월아 네월아 노래부르며 올랐다.

시속 5~6km 정도 되다보니 자전거가 자빠지지 않게 핸들을 잡고 있는게 더 힘들었다.

 

해발 210m 업힐을 오르고나서 다운힐하니 사람사는 마을이 나타났다.

 

▼편의점은 없지만 마을 공동상점이 있어 저녁거리를 살 수 있었다

 

▼오키나와 시골 마을의 모습. 한국 펜션 단지처럼 보인다

 

▼조그마한 강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다시 업힐이 시작된다.

이제 이 업힐만 넘으면 오늘 숙소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페달에 힘을 주어본다.

 

▼오키나와 북부 도로에선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업힐 도중 한적한 곳에서 다시한번 우리의 흔적을 남겼다

 

분명히 오늘 숙소가 업힐 넘어 다운힐에 있어야 하는데... 업힐 도중 무언가 팻말을 본 것 같아 내려서 확인해 보니 오늘 가야할 숙소 안내표지다.

 

▼하마터면 지나칠 뻔 했다

 

▼"아사히노야"라고 읽는다

 

▼아사히노야 들어가는 길

 

내려가니 여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어제 B&B카미운텐도 여주인, 오늘 아사히노야도 여주인... 그리고 두 여주인 모두 조금씩 영어를 해서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었다.

사쿠라 라는 이름의 개 한마리와 이름을 모르는 예쁜 고양이 한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고양이는 절대 방에 들이지 말라는 부탁을 한다.

 

이곳은 편의점이나 식당이 거의 없는 북부 지방이어서 조식을 포함해서 예약해 두었다.

 

▼아사히노야 전경. 문앞에 서있는 사람이 여주인이다.

 

▼거실 겸 주방 모습. 미니냉장고, 전자렌지, 토스터기, 제습기, 커피포트 등등이 보인다. 다니는 숙소마다 구조나 비치물이 달라 매번 새롭다.

 

▼거실과 침실은 뻥 뚫려있다. TV가 없는 대신 카셋트라디오가 있다!

 

▼침실. 매트리스가 푸~욱~신 하다... 허리아플까 걱정됐는데, 의외로 괜찮다.

 

▼샤워실... 흠... 온수는 잘 나온다.

 

▼세면대는 펑 뚫린 베란다에 따로 있다... 재밌는 구조다

 

▼베란다에서 내다 본 바다

 

 

▼대부분의 가구, 집기가 허름해 보이지만 자연스러웠다

 

▼주방에 걸려있는 건... 나무도마!

 

▼여주인이 준비해 준 오키나와 특산 과자와 차. 정말 맛있었다.

 

▼조금 촌스러워 보이지만 이런 팜플렛도 준비해 놓고 있다

 

▼여주인이 고양이를 절대로 방에 들여놓지 말라했는데. 이 고양이는 정말 들어오고 싶어했다

 

▼공동상점에서 사갖고 온 저녁거리. 뎀뿌라 우동과 즉석카레.

 

산 속이어서 그런지 해가 일찍 떨어지고,

유리창도 없이 뻥 뚫린 베란다를 통해 철썩거리는 파도가 여과없이 들려온다.

 

▼고양이가 들여보내 달라고 계속 보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