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andem Riding/오키나와 투어

탠덤 오키나와 투어 3일차

# 2012년 4월 15일

 

▼라이딩 요약 (클릭하면 크게 보임)

 

오늘은 어제보다 달려야 할 거리도 길고 둘러볼 곳도 많아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7시쯤 일어나서 밖을 내다보니 비가 조금 온다.

준비하는 시간이면 그치겠지... 오키나와는 장마철 아니면 잠깐 잠깐 비가 온다잖아...

그러나 준비하는 동안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때로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출발부터 우비뒤집어쓰고 가야할까...?

 

어찌해야 할까...

9시30분까지 기다려보기로 하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자는둥 마는둥 계속해서 밖을 주시하고 있는데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져서 자전거를 탈만하다.

 

이번 자전거여행을 위해서 탠덤에 몇가지 업그레이드 및 변경이 있었는데,

첫째, 핸들바를 변경하였다. 원래 주문했던 Tandem Two'd Day 스포츠모델은 캡틴의 핸들바가 드랍바였는데 조금 더 편안한 여행을 위해 H바로 변경하였고 그에 따라 브레이크 레버도 바꾸었다.

둘째, 휠을 구름성이 좋은 노바텍 작키(Novatec Jacky)로 변경하였다. 원래 휠(알렉스 림스)은 아무래도 내구성을 강조하다 보니 무겁고 구름성이 떨어졌다. 사실 451 사이즈의 휠은 선택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았는데, 작키는 탠덤 색깔과도 잘 맞고 라쳇소리도 경쾌하여 매우 만족스러웠다.

세째, SKS Mudguard를 장착했다. 이제 흙탕물때문에 몽아 뒷모습이 다람쥐가 되는 일은 없겠지.

네째, 프론트랙을 설치하여 프론트패니어를 달 수 있게 했고, 핸들바가방도 추가하였다.

 

▼451휠을 위한 노바텍 작키. (사진은 세이MTB에서 퍼옴)

 

▼출발준비를 마치고

 

어제 아침 나하 시내구간을 지나칠 때와 다르게 조용한 시골마을을 달리는 기분은 이루말할 수 없이 좋았다.

일본의 도로는 아스팔트의 질감 뿐 아니라 배수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비가 와도 도로에 빗물이 전혀 고이질 않는다. 더구나 흙받이까지 있어서 오히려 마른길보다 젖은 길을 달리는 기분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30분 정도 달려서 오늘의 첫 관광포인트 만자모에 도착하였다.

입구는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와 거의 유사하게 길가에 기념품센터가 늘어서있고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만자모 입구. 우리나라 관광지 입구와 유사한 분위기.

 

▼만자모 안내판. 만자모=만명이 앉을 수 있는 풀밭 

 

▼오키나와에는 이런 모양의 나무들이 꽤 많이 보인다 

 

▼아열대 식물원에 들어온 느낌 

 

 

 

▼코끼리 형상의 만자모. 저 기암절벽이 사실은 산호초가 융기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인 관광객에게 부탁하여 한컷

 

▼바위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에머랄드빛 바다 

 

▼일본은 출입금지가 아니라 "입입금지"라고 한다. 서서 들어가면 안된다... 기어들어가면 될랑가...? 

 

▼멀리 우리와 아무 관계없는 ANA 만자모리조트가 보인다 

 

▼투명한 바다밑에 보이는 산호초

 

▼조금 이른 아침인데도 관광객들이 좀 있는 편이다. 단체관광사진을 찍기 위한 걸상과 사진사를 위한 사다리까지 준비되어 있다. 

 

만자모를 벗어나 잠시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니 모닝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오키나와 여행 중 이상했던 점이 길가에 커피집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별나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인지... 일본 사람들이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아무튼 비치에 가면 커피숍이 있지 않을까 해서 만자비치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나 우리가 들어간 곳은 만자모에서 내려다보았던 ANA 만자모리조트 입구였고, 주차장을 통해서 만자모비치로 갈 수 있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일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판기 캔커피를 마시고 나왔다...

 

▼리조트 주차장 부근에 탠덤을 버려두고 해변으로 갔다. 이상하게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한적한 해변. 멀리 만자모가 보인다. 

 

▼백사장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고... 

 

▼아무도 지나친 적 없는 백사장에 우리의 발자욱을 남기고...

 

▼만자비치엔 아무도 없다. 

 

▼커다란 시사가 너무 귀엽다 

 

▼바닷가에서 웨딩 촬영 중인 커플을 우리가 찍어주었다. 

 

▼점심은 편의점에서 때웠다. 이제 편의점 음식들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맨 아래 뎀뿌라는 정말 맛있었다. 

 

다시 58번 도로와 합류하여 부세나 방향으로 달렸다.

조금씩 비가 내렸지만 우비를 입으면 라이딩에 거의 문제가 없고, 오히려 비 때문인지 차량통행이 줄어드는걸 느꼈다.

 

1시간 쯤 달렸을까...? 부세나곶에 도달했다.

원래 계획은 부세나곶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 했었는데, 이미 편의점에서 때웠고 비가 점점 많이 와서 휙 훑어보고 지나가기로 했다.

 

▼부세나곶에 위치하는 만국진량관. 내부를 좀 보고싶었으나 관리인이 출입이 안된다하여 돌려나왔다.

 

▼부세나곶으로 가는 길. 젖은 도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부세나 테라스 리조트

 

부세나곶을 지나서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장대비가 쏟아진다. 아마 스콜인 모양이다.

빗줄기가 얼마나 굵은지 비가 때리는 허벅지가 따끔거리고 와이퍼가 안달린 고글을 계속해서 손으로 닦아가며 달렸다.

와이퍼가 달린 고글을 만들면 팔릴까...?

 

어쩔 수 없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빗물을 맛을 보았더니... 달다!

그야말로 무공해 비! 입을 열고 마음껏 빗물을 마신다.

엄청난 스콜속을 탠덤으로 고속 질주하는 기분은 머리카락이 쭈뼛거릴만큼 짜릿하고 낭만적이었다.

언제 이렇게 빗속을 달려보겠는가?

 

▼엄청난 비때문에 바다도 잘 보이질 않는다.

 

 

▼얼굴에 쏟아지는 빗물을 보라. 몽아는 챙이 큰 모자를 써서 얼굴이 별로 안젖었다.

빗속을 30분 넘게 고속으로 달려 나고시 경계에 들어갔고 나고 시민회관앞에서 잠시 쉬었다.

유명한 투르드오키나와의 출발점이 바로 이 나고시민회관이다. 어쩌면 올해? 내년? 쯤에 참가해 볼 의향이 있어서 나고시민회관을 유심히 봐두었다.

 

▼나고시민회관

 

나고시 북쪽 경계를 지날 즈음 비가 그치고 하늘엔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비가 그친 뒤 하늘과 바다가 조금씩 제 빛을 회복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비가 왔는데도 도로에는 전혀 물이 고이질 않는다

 

다시 30분 넘게 달려 모토부촌으로 들어서니 길가에 호텔 레스토랑이 보인다.

아침부터 찾아헤매던 따뜻한 커피를 드디어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해변에 바로 붙어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커피 한잔.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온더비치 루 호텔 & 레스토랑

 

▼레스토랑 들어가는 입구가 예쁘다. 사진에 보이는 개는 실제가 아니라 조각이다. 처음엔 진짜 개인줄 알고 반가움에 웃으면서 다가갔다는...

 

▼실내도 있지만 니코틴도 보충할 겸 바람좋은 실외에서 커피를 마셨다

 

모토부에는 세소코지마라는 조그마한 섬이 있고 예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섬 반대쪽에 아름다운 세소코비치가 있다고 하는데 건너뛰기로 했다.

 

1시간 정도 라이딩하니 드디어 츄라우미수족관 안내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츄라우미=美ら海=아름다운 바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수족관이고 거대한 고래상어와 만타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꼭 가보겠다고 다짐했던 곳이다.

츄라우미수족관 가는길은 의의로 업힐이 꽤 있다. 웬만하면 기어 다털고 오히려 평지보다 쉬운 페달질로 올라갔다.

 

수족관을 얼마 안 남겨두고 동네 마트 비슷한 곳에 "수족관 할인표를 마지막으로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마지막 이나마나 난 처음봤을 뿐이고...

얼른 들어가 할인권을 사니 1,800엔짜리 입장권을 겨우 10% 할인해준다.

 

할인권을 사고 수족관까지 다운힐.

노면이 비에 젖어있어 브레이크를 계속 잡으면서 내려가다 수족관 입구를 발견하고 좌회전하여 들어가려는 순간, 입구에 서있는 경비원? 안내원?이 손을 들어 제지 신호를 보낸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입장하라는 건가? 생각하면서 브레이크를 세게 잡는 순간 탠덤이 제어가 되지 않고 빗길에 그대로 왼쪽으로 자빠링했다.

얼른 뒤를 돌아보니 몽아도 길바닥에 나동그라져있다.

순간적으로 경비원에게 화가 나서 잠시 험악한 얼굴로 쳐다보다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의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 왼쪽 무릎이 쓰라려서 쳐다보니 피가 많이난다.

경비원 둘이 쫒아와서 무어라 무어라 떠드는데 아마 입구에 있는 철로 만든 배수로에 미끄러졌다, 오토바이도 종종 미끄러진다... 뭐 그런 얘기인 모양이다.

종종 미끄럼 사고가 있었으면 뭔가 조치를 취해놓던지 하지...

 

그런데, 외국인이 미끄러져 다치니 이 사람들에게 큰일인 모양이다. 한 사람이 더 와서 무전기로 어딘가에 계속 보고를 하면서 나에게 계속 괜찮냐고 묻는다. 수족관 내에 의료실도 있으니 데려다 주겠다고도 하고.

상태를 보니 의료실 신세까지 져야 할 정도는 아니다.

몽아도 나와 똑같이 무릎을 까였으나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가지고 온 빨간약과 드레싱밴드로 대충 응급처치를 하고 탠덤은 주차장 입구에 세워놓고 수족관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몇번 자빠링으로 양쪽 다리와 팔꿈치 등은 상처가 없을 날이 없다.

다행이랄까...? 미련하다 할까...? 통증을 느끼는 세포수가 적은건지 별로 아프질 않다. ㅋㅋ

 

▼가지고 간 드레싱밴드가 효자가 되는 순간이다

 

▼수족관 입구

 

▼실제크기의 고래상어

 

수곡관 입구에 들어가 할인권을 제시하니 4시 이후 입장은 30% 추가 할인이라서 거스름돈을 돌려준다. 표내고 돈을 돌려받기는 또 처음이다. 결국 40%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한 꼴이다.

 

수족관은 오키나와 부근의 바다를 깊이별로 구성한 4층 구조인데 1층의 초대형 수조만 구경하기로 했다.

 

▼1층 대형 수조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조그마한 수조들

 

 

 

 

 

▼시간이 별로 없다보니 물고기 이름이 뭔지도 모르고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바다뱀장어인지... 자세히 보면 3마리가 엉켜있는 모습이다

 

▼고래상어와 만타 등이 어우려져 장관을 연출하는 대형 수조. 나중에 집에 와서 사진을 다시 보니 "오션(Ocean)" 이라는 해양 다큐멘타리의 끝장면에 할아버지와 소년이 이 수조 앞에 서 있던 장면이 기억난다.

 

 

▼날개를 펼치고 유유히 헤엄치던 만타(=쥐가오리)

 

▼수족관 바로 옆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수조 바로 평 VVIP 석에 자리가 나서 냉큼 앉아 파스타와 타코라이스를 먹었다. 나하에 복귀해서 홍상에게 들은 얘기로는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수족관 앞에 다가가지도 못할 만큼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는 4시 넘어 방문했기에 이런 자리에 앉아보는 행운을 누렸다.

 

▼나오는 길에 대형 수조 밑을 통과하는 통로가 있는데 여기서 올려보는 광경이 장관이다

 

▼음... 플래시가 왜 안터졌지?

 

츄라우미 수족관을 나와서 오늘의 숙박지를 향해서 달렸다.

나중에 가민500의 로그를 보니 수족관에서 5키로미터 정도 로그가 없다. 가민500은 전원을 켠 다음 반드시 Start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데 아직도 가끔 잊는다.

 

오늘 숙박지는 코우리대교 부근 카미운텐에 위치하는 곳인데, 차도에서 한참 벗어난 곳이라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코스를 그릴 때 숙소 주소를 구글맵에 입력하여 대강의 위치는 파악해 두었지만 실제 그 길과 다를 경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안내표지판도 서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았다.

 

▼길가에 숙소 안내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았다. (B&B 카미운텐)

 

산길로 들어가야 한다

 

▼산길을 꽤 들어가서 마침내 찾은 B&B 카미운텐

 

▼바닷가에 있지만 산속에 자리잡은 평화로운 곳이다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전경

 

B&B 카미운텐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안 나와본다. 조금 큰 소리로 불렀더니 인상좋은 여주인이 나오더니 오늘 예약인 줄 몰랐다며 미안해한다.

방을 치울때까지 30분만 기다려달라 해서 선선히 그러겠다 했다.

 

기다리는 동안 여자아이 3명이 우리를 둘러싸고 밝게 웃는다. 가운데 아이가 여주인의 딸인듯 하고 다른 둘은 친척? 인듯 하다.

 

막상 숙소는 콘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든 방인데 뭐 하룻밤 지내기에는 좋아보인다.

 

▼딱 콘테이너 크기다. 보이는게 방의 90% 쯤.

 

▼미니냉장고, 전자렌지, 채널이 3개 밖에 없는 TV

 

▼욕실 겸 화장실. 파란 다라이는 얼라 목욕시킬때 쓰는 거 아닌가...? 그래도 샤워커텐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저녁먹을 거리를 준비해 오지 않아 여주인에게 얘기했더니 자기차로 마트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다시 한번 일본사람들의 친절함에 감사를 드린다.

 

▼오늘은 로손(Lawson)표 도시락. 밥 위에 돈까스, 오믈렛 등등 별별 걸 다 얹어놓았다. 도시락 위에는 낮에 맛있게 먹었던 뎀뿌라 원모타임. 토마토는 몽아가 햇볕에 탔을 때 꼭 먹어야 한다며 비싼 값에 사왔다.

 

▼3색떡에 앙꼬를 묻힌... 맛있게 먹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된다며 몽아를 겁주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