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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dem Riding/제주도 투어

탠덤 제주도 투어 - 4일차(4/4)


#2011년5월29일

제주도 여행 4일째... 오늘은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의 바다를 쳐다본다.
간밤에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있어 잘못하면 배가 뜨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터...
육안으로 보기엔 별로 파도가 높지 않아 보였다.

오늘은 우도를 한바퀴돌고 배를 타고 성산포항으로 점프한 후 제주시 방향으로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을 정도로만 라이딩하기로 했다.
비행기는 2시40분이지만 그전에 제주프로샵에 들러 탠덤을 분해,포장까지 해야 하므로 넉넉하게 12시쯤 제주시에 들어가야 한다.
아마 김녕해변 정도까지 라이딩하게 될 것같다. (실제로는 세화해변까지 라이딩했다)

▼우도 및 종달리해안도로 라이딩코스 (클릭하면 크게 보임)


우도일주는 홀가분하게 패니어 다 떼내고 돌기로 했다.
펜션 1층으로 내려가니 주인 남자분이 바다를 쳐다보면서 파도가 높긴한데 배가 못뜰정도는 아니라며 시험운항 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 한다.
눈으로 보기엔 파도가 별로 없어보이는데, 섬에 사시는 분이라 그런지 먼바다를 가리키며 너울성 파도가 꽤 있다고 하신다...

▼오전7시 펜션앞바다, 파아란 하늘이 언뜻 보이는게 이제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하려 한다... 기대감 상승!


▼믹스커피를 즐기고 있는 몽아


▼펜션 주인이 기르는 "칸" - 내가 본 가장 얌전한 코카... ㅋㅋ


우도를 반시계방향으로 돌기로 하고 안장에 올라탔다.
어제 우도에 내렸던 선착장을 지나 우도등대방향으로 약간의 업힐이 있다.
업힐 중간에 등대로 가는 길이 갈림길이 나오는데, 아직 먹은것도 없고 아침부터 기운을 뺄 수 없어서... 등대는 통과!

내리막길을 지나면서부터 우도의 동쪽해변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검멀레해변. 말그대로 해변의 모래가 검다... (검멀레=검은모래)


▼검멀레해변에서 바라본 먼바다. 사진엔 잘 안보이는데 큰너울들이 제법 있다.


동쪽 해변으로 오니 확실히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거세다.
배가 안뜰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파도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새하얗게 부서지는 포말들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통쾌하다.


▼우도의 해안도로야말로 진짜 해안도로다. 때론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기도 한데, 바다와 눈높이를 맞춘 해안도로를 달리는 즐거움은 잊을 수 없다.


▼현무암으로 쌓아놓은 방파제... 조금만 큰 파도가 와도 별로 방파제구실을 못할 것 같다.


▼하늘이... 하늘이... 개어가기 시작한다. 도대체 얼마만에 저 푸르스름한 하늘을 보는건가!


우도에는 비양도라는 정말 자그마한 부속섬이 있는데 불과 100미터쯤 되어보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를 건너가니 2~3분 사이에 섬 끝에 이를 정도로 작은 섬이다.
등대로 가는 길이 보이는데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파도가 넘실대고 있어 탠덤으로 건너가는 것은 포기.
도로입구 팻말에도 해녀들이 사용하는 도로이고 파도로 고립될 수 있으므로 일반인은 통행금지라고 적혀있다.

▼파도가 넘실대는 비양도 등대 가는 길


▼구름이 걷혀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그리고 멋진 파도... 좋구나~


▼몽아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카메라를 뒤로 들이대보았다. 몽아의 하이~ 포즈... ㅋㅋ


▼큰 파도들이 끊임없이 우도를 밀어붙이고 있다


▼하수고동해변


▼파도의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정말 배 못뜨는거 아냐...? 조금 걱정된다.


▼걱정은 되지만, 보는 눈은 정말 즐겁다


▼셀카샷. 이번 제주여행을 오기 전 미니디카용 삼각대로 애용해오던 조비 고릴라팟을 잃어버렸다...


우도 북쪽해변을 지나는 중 여러 종류의 개들을 만났다.
사실 자전거여행 중 가장 두려운 대상이 개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탠덤을 타면서 탠덤을 위협하는 개를 보질 못했다.
위협은 커녕, 때론 저멀리 길가에서 우리를 보고 짖고 있다가도 가까이가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녀석들도 있다.
개들 눈에 탠덤의 긴 기럭지와 사람이 두명이라는 것이 혼자타는 자전거에 비해 "뭔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도에서 맞닥뜨린 첫번째 개떼는 도둑개떼...
개 한마리가 우리 맞은 편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우리를 본체만체 어느 집 입구에 멈춰서 뒤를 돌아본다.
잠시 후 개 두마리가 열심히 뛰어오는데...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다.
거리가 좁혀지자 물고 있는 것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것은...
말린 생선.
하! 이 녀석들!
두마리가 말린 생선을 훔쳐달아나고 한마리는 망을 봐주고...
가히 3인조강도단 수준이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듯하다.

두번째 개떼는 검프개떼...
개 세마리가 우리를 보더니 환한 얼굴로(정말 그렇게 보였다...) 쫒아온다.
위협적으로 쫒아오는 것이 아니고 우리와 평행으로 달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른쪽 왼쪽 왔다갔다...
얼마 안 쫒아오겠지... 했는데...
웬걸, 이 녀석들 거의 10분 가량을 우리를 쫒아다니며 아침 조깅을 즐긴다.


▼우도 개패밀리와 함께한 라이딩!


개들과 함께 달리다보니 어느넛 하우목동항에 도착하여 배가 뜨는지 물어보니 뜬다고 한다.
첫배는 9시.
1시간 가량 시간이 남아 천천히 펜션에 가서 짐을 꾸리고 주인 부부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성산포항으로 가는 배


▼많은 추억을 남겨준 우도를 뒤로하고...


▼로그하우스 펜션의 모습 (가운데 나즈막한 2층집, 왼쪽의 지붕 높은 집 아님...)


15분만에 성산포항에 도착하니,
아니, 세상에...
제주도 하늘이 드디어...
완.전.히.개.었.다.

도대체 어떻게 코앞에 있는 우도의 하늘과 성산포의 하늘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제주 하늘의 요술을 보며 감탄 또 감탄을 한다.

▼종달리해안도로 입구. 조금 전 우도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거의 같은 시간, 거의 같은 위치라는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종달리해안도로는 제주도의 해안도로 중 가장 깨끗하고 교통량도 적어서 쾌적하게 라이딩할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종달리해안도로를 라이딩하던 도중, 카메라 배터리가 거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어제 과음(?)으로 쓰러지듯 잠을 자버려 배터리 충전하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이제사 제주의 멋진 풍경을 담을 찬스인데...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사진들만 찍기로 하고 라이딩에 열중했다.


▼아쉬움 가득한 몽아의 시선.. ??



▼종달리해변 직전


▼하도리철새도래지


시간이 10시30분을 넘으면서 세화 부근에서 해안도로를 벗어나 일주도로로 올라와 택시를 잡으려 했으나 택시가 아예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제주114에 문의하니 부근의 콜택시를 연결해주어서 간단하게 택시문제를 해결했다.
제주프로샵까지 2만5천원...
문득 세째날 화순에서 교래입구까지 택시로 점프했을 때도 114통해 지역콜택시를 불렀으면 더 싸게 가지 않았을까... 싶다.

기사분과 제주도날씨에 대해 얘기하다
가는날이 되니 날씨가 좋다며 약간의 투정을 부리니...
가는날 비행기가 뜨지 못해 못가는 사람들... 숱하게 봤다며 운이 좋은걸로 알라...
하신다...
맞는 말이다...

제주프로샵에 도착하여 샵사장님의 도움으로 탠덤을 시원하게 고압세차 시키고 보관해놓았던 박스에 분해, 포장을 완료하니 온 몸이 땀에 젖는다.
정말 더웠다.
어쩌면 지난 3일간 날이 흐렸던 것이 오히려 라이딩에 좋았을 거라는 몽아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샵사장님이 오는날 공항까지 픽업을 못나가서 미안하다며 가는건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가는 길에 돈샤브샤브를 먹어보라고 권하시는데, 별로 입맛이 없어 그냥 공항에서 아무거나 먹겠다고 했다.

▼제주공항.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디카 배터리는 완전 방전되었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4일전 제주에 도착했을 때 사진... 한라산이 사라졌다... ㅎㄷㄷ


비행기를 타고 김포로 돌아오는 도중 지난 4일간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다른 계절에,
제주도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