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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땅끝에 도전하다 - 4일차(4/4)


#2011년5월22일

첫 장거리 자전거여행의 마지막날, 땅끝에 도전하는 날이라는 설레임에 밤새 잠을 제대로 못잤다.
새벽 4시반부터 라이딩을 시작할 준비를 갖추고 5시에 거리로 나섰다. 모텔 바로 옆에 있는 24시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5시45분 쯤부터 땅끝 방향으로 향했다.

오늘의 라이딩 경로는 13번 -> 806번 -> 77번 도로. 땅끝까지는 대략 40km 정도.

▼이른 새벽, 아직은 모든 것이 희미하다


▼5시45분,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할 무렵에는 걱정하지 않고 라이딩을 해도 될만큼 훤하다. 간밤의 비가 아직 마르지 않아 길은 촉촉하다.


▼땅끝까지 31km. 이때는 단순하게 2시간 정도면 되는군... 하고 생각했다...


▼13번도로가 갑자기 편도2차선에서 1차선으로 줄어들면서 갓길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다지 위험하진 않다.


▼초호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806번 도로를 달린다


▼806번도로는 자연스럽게 77번도로로 이어진다. 송지라는 곳을 지나면서부터 바다와 인접해서 달린다.


▼날이 워낙 흐려서 수평선이 구분이 안될 뿐더러 때론 바다인줄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다


▼땅끝파... ㅋㅋ


▼이제 땅끝은 가시권내로 들어왔다


▼땅끝 직전에 있는 송호해수욕장에서 캠핑하는 분들이 있다... 아직 일어나기 전인 모양...


▼송호해수욕장의 모습. 가운데 보이는 곳이 땅끝이 아닐까...?


송호해수욕장을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경사도가 7% 쯤 되는 듯 하다.
땅끝가는 길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여서 주변 경관을 좀 살펴보려해도 업힐, 다운힐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다...
다운힐하는 도중 삼거리에 땅끝임을 알리는 표석이 서있다.
돌에는 "땅의 시작"이라고 써 있지만... 다른 의미로는 그 많은 땅끝 표시의 시작... 이라고 해석이 된다...


▼위와 같은 곳에서 바라본 모습. 멀리 보이는 섬들은 각각 흑일도와 백일도... (추측이다...)


마침내 땅끝마을에 도착했다...
근데 땅끝탑, 땅끝전망대는 어디...?

마을 주민분께 여쭤보니 땅끝전망대를 가는 방법이 다양한 길이 있는 모양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땅끝마을까지 가는 코스만 공부했지 막상 땅끝마을에서 전망대와 땅끝탑에 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게 없다.
땅끝마을에 가면 땅끝탑이 떡하니 있을 줄 알았다...


아무튼 요약하면
  1. 모노레일을 타는 방법도 있고,
  2. 등산하는 방법도 있고,
  3. 차량으로 가는 방법도 있는데... 
  4. 자전거로 가긴 어려울거다... 어디 맡겨놓고 편하게 다녀와라...
는 얘긴데... 그럴 수는 없다.

차량이 오르면 자전거가 못오를리 없는 법, 차량으로 가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얼마 안가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흠... 많이 높다... 아니 높은 곳에 있다...
경사도가 장난아니겠구나... 생각을 하는 순간...
엄청난 경사도의 업힐이 등장했다.


절대 끌바를 하지 않았다... 다만 여러번 쉬었을 뿐...
근데, 차라리 끌바가 덜 힘들지 않았을까...?


간신히 주차장있는 곳까지 오니 아직도 전망대는 멀리보이고,
안내판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전망대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하! 땅끝이 쉽게 열리는게 아니구만...
문을 연 가게라도 있으면 자전거를 맡겨놓고 오르겠구만... 아직도 이른시간(8시20분)이라 매점도 문을 열지 않았다...
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 수 밖에...


한참을 끌고 올라가니 드디어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는 근사하게 생겼다.


전망대 밑에 거북이 등에 올려놓은 것이 땅끝탑인가...?


아닌것같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전망대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 이런걸 발견했다...


이런... 땅끝탑이 500m 남았단다... ㅠㅠ
그 방향으로 내려다보니 돌계단이 쭈~욱 이어진다...


끌고 내려가자니 다시 메고 올라올 엄두가 나질 않고... 여전히 자전거를 맡겨둘 곳도 없고...
결심(?)을 하지 못하는 사이, 전망대에서 주변 사진을 몇장 찍어본다.




결국 끌고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조금 내려가니 자물쇄 매달아놓는 곳이 있고...


전망은 좋은데...


또 땅끝탑인것 처럼 생긴 조그마한 표지석이 있다...
이제 그마안! (텔레토비 버전...)


그곳에서 내려가는 곳을 보니... 정말 가파른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왕 여기까지 온거... 아무 생각없이 자전거를 메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내려가는게 더 힘든지... 헉헉.
올라가는게 더 힘든지... 헉헉.
그건 올라와봐야 알 것이고... 헥헥.

내려가다보니 모퉁이마다 안내판이 있는데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가 계속 비슷한 안내판이 있길래 자세히 보았더니, 황해남도... (응...?)


조금 더 내려가니 경기도...!
그렇다...
땅끝탑으로 내려가면서 한반도의 맨위 함경북도부터 제주도까지를 하나씩 소개하는 안내판이었던 것이다!

그럼, 경기도면... 이제 중간쯤인겨...? 그런겨...?


정말 중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니 또다시 땅끝탑 이정표가 보인다.
땅끝탑이 130m인데 730m 남았다는 연리지가는길은 또 뭐지...?


자전거를 메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요령이 생겨서 조금씩 덜 힘들어질 무렵, 계단에서 경치도 보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땅끝탑이 보인다...


저 무지막지한 계단만 내려가면...


가까스로, 간신히, 겨우겨우 땅끝탑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부터 자전거를 메고서 30분을 내려왔다...


연리지가는길이 보인다...
뭐, 가봐야 별거있겠어...
애써 못본척한다...
여기가 끝이야...


땅끝탑 앞 바다방향은 마치 뱃머리처럼 꾸며놓았다.
한반도라는 배가 바다를 향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


어느 커플의 사진을 찍어주고...
혼자 오신 남자분의 인증샷 찍어주고...
부산에서 여행왔다는 처자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시간을 보낸다...
사실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셀카질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중요한 걸 잊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아침조차 먹질 않았다는 사실...
이곳에는 먹을 걸 파는 곳이 없다는 사실...
시간을 보낼수록 더욱 배가 고파올 것이라는 사실...

올라가야했다.

배낭과 자전거를 모두 매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1시간동안 올랐다...
처음이 좀 힘들었지만... 조금 지나니 이것도 요령이 생겨 사실 쉬엄쉬엄 오르면서 생각만큼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남들에게 추천하거나 내 자신이 다시 해보겠다는 생각은 결코 않는다...

다시 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관을 찍고...


땅끝마을의 모습


주차장으로 오르는 무지막지한 업힐을 신나게 다운힐하여 다시 땅끝마을에 돌아와서 해남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10시40분 목포행 버스.


시간이 30분정도 남아서 식당을 찾아 아침을 먹고, 디저트삼아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판을 벌여놓으신 두 할머니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왁자지껄 하는 소리에 소리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보길도선착장이 있다.

보길도...
결혼전 친구 성연이 커플과 함께 몽아와 여행갔던 곳...
참 반가운 이름이다.


버스를 타고 해남에 도착하니 11시30분, 서울로 가는 버스는 오후2시에나 있어 목포까지 간 다음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해남에서 목포로 가는 버스가 가는 길은 대체로 내가 자전거타고 왔던 길과 일치한다. 바로 어제 달려왔던 길을 버스안에서 바라보니 또한 감회가 새롭다.
서울 강남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6시...
집에 오자마자 식구들과 나가수를 시청... ㅋㅋ

참으로 행복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여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