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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땅끝에 도전하다 - 3일차(3/4)

#2011년5월21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5시 전부터 잠을 깨서 라이딩 준비를 했다. 새벽참은 어제 고창 읍내로 들어오면서 봐두었던 김밥천국을 이용하기로 했다.
새벽 5시반쯤 길을 나서는데 일기예보대로 비가 흩뿌린다. 사실 어제까지 비를 맞지 않고 라이딩한 것은 운이 좋았던 편이다.
준비해온 방수 방풍용 고어텍스 자켓으로 갈아입고 김밥집으로 향했다.
김밥집에서 김밥 2줄과 오뎅한그릇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는데... 스맛폰이 없다...! 곰곰 생각해보니 여관 입구에서 자켓을 꺼내 입으면서 계단위에 스맛폰을 올려놓은게 기억이 난다.
부리나케 가보니 다행이 새벽시간이라 물건은 그대로 있다... 휴... 오늘은 무언가 나의 부주의로 고생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하루다...
새벽이라 입맛도 별로 없고... 김밥 1줄은 다시 포장해서 가방안에 넣고 출발한다.

오늘 라이딩 일정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23번도로를 타고 영광, 함평까지 달린 후, 1번도로로 갈아타서 무안, 목포에 이르면 2번도로를 타고 학산까지 간 후 819번, 13번도로를 이용해 해남까지 간다. 라이딩 거리는 140km 정도.

▼고창 읍내를 벗어나 23번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와 운무가 오늘의 라이딩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논 여기저기에 볏짚 말아놓은 비닐(곤포사일리지)가 널려있다


▼23번도로의 상태는 라이딩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 간간히 흩뿌리던 비도 멈추고...


▼오늘 23번도로는 함평까지만 달린다. 나주는 나중에... ㅋㅋ


▼7시반쯤 배가고파 남겨온 김밥 1줄을 먹었다, 길바닥에서... ㅋㅋ


▼8시22분 영광읍내 도착


▼"영 광", 흠... 내가 와서 영광이라는게냐...? ㅋㅋ


▼23번도로는 다시 폭이 좁아진다


위 사진의 갓길 오른쪽에 보이는 풀들이 위장막이다.
주변 경치 감상하느라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앞바퀴가 풀섶으로 들어갔는데, 아뿔싸 거의 도랑수준으로 바퀴가 빠지면서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다행히 오가는 차가 없어서 큰 사고는 면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왼쪽 엉치와 허벅지가 너무 아파서 한동안 숨도 못쉬고 가드레일을 붙잡고 서있었다.
왼쪽 허벅지에 긁힌 상처를 보니 아마도 에르곤 그립의 뿔이 긁고 지나간 듯 하다. 뿔달린 에르곤 그립이 자빠링시 위험하다고 하는 얘긴 들었지만,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어이가 없다.
뿔만 빼버릴까 생각하다, 그래도 라이딩 시 수시로 뿔을 잡으면서 손저림을 줄여줬는데... '주의해서 타야겠다' 정도로 넘어간다...

▼에르곤 그립 뿔에 긁힌 자국. 허벅지 안쪽까지 쭉... 이때는 긁힌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멍으로 변했다.


▼많이 놀라서였을까...? 갑자기 수척해보인다... ㅋㅋ

▼비는 오락가락을 반복해 가벼운 방풍자켓을 이렇게 프레임에 묶어서 필요할 때마다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우곡을 조금 지나 연화제라는 저수지가 있는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쉬어갔다.


▼방풍자켓은 입고 벗고를 반복하면서 결국은 이렇게 거의 쑤셔박은 모습으로 매달려온다...


▼함평 조금 전에 길가에 꽃들이 예뻐 한컷. 몽아에게도 사진을 보냈더니 오늘이 "부부의날"이란다... 허거덕...


▼11시쯤 배가고파 함평 읍내를 온통 다녔지만 아침식사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세영식당이라는 곳에서 뼈해장국을 맛있게 먹었다


▼함평을 지난 1번도로와 교차하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목포방향으로 달린다.


▼교촌교차로에서


무안을 지나 목포 입구에서 2번도로로 갈아타고 목포 시내 방향으로 진행한다. 규모가 큰 도시인 만큼 시내는 복잡하고 운전자들은 성격급하게 수시로 클락션을 울려댄다.
영산호를 가로지르는 삼호대교는 거의 전구간이 공사중이었다. 그나마 절반 정도는 공사용 갓길이 넓어 편하게 달렸지만 나머지 절반은 갓길이 없어져 화물차가 지날 때마다 핸들을 꽉 움켜잡았다.


▼이 광경을 보니 메탈기어솔리드3가 생각난다... 해리어와 사투를 벌이던 장면... 참 재미있었는데...


삼호대교를 지나자마자 2011년 F1을 알리는 홍보전시물이 나타난다.
작년 절친 형범군(!)과 우리나라 첫 F1대회를 관람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도 바로 이장소를 지났었는데...
형범군에게 사진과 문자를 보내니 "다시 갈까?" 하고 답장이 온다. 글쎄... ^^


▼작년 형범군과 F1 대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었던 식당


▼대불산업단지의 인도. 거리이정표가 인도안으로 쑥 들어와있다... 차도에서는 잘 안보인다... 보행자를 위한 이정표인가...?


▼엉덩이가 너무 아파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쉬다보니 이 버스정류장은 측면이 모두 가려져있어 안전(?)하다 싶어 엉덩이에 연고도 바르고, 탈지면으로 응급처방도 했다...


▼동네이름이 망산리인데, 버스정류장 이름은 "원망산"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2번도로를 달리다 채지삼거리란 곳에서 819번도로로 갈아타야 하는데, 잠시 길을 놓쳤다. 되돌아가려니 중앙분리대때문에 길을 건너지도 못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1km 정도를 갓길로 역주행을 했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보니 학산IC에서도 819번도로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내비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경로를 찾을 수는 없는 터...

▼아침에 스맛폰을 잃어버릴뻔한 것부터 자빠링, 역주행까지... 오늘 갖은 짓을 다해본다...


▼길가에 길암천이라는 약수터와 휴식공간이 있어 잠시 쉬어간다



여기서 이번 여행에 가져왔던 비상식량을 톨톨 털어넣었다.


▼쉬고 있는 동안 비가 슬금슬금 오더니 급기야 소나기 수준으로 퍼붓기 시작한다.


이제 해남까지 30km 정도, 부지런히 가면 1시간반 정도면 갈 수 있으리라.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타 고어텍스 자켓을 꺼내입고 우중 라이딩을 감행했다.
차없는 지방도로, 아늑한 전원풍경, 적절(?)한 빗속에서 행복한 라이딩을 즐겼다.

▼이번 여행의 최대 효자는 바로 고어텍스 자켓이다. 나는 꿈도 못꿀 아이템이었지만, 몽아의 결단력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땡큐 몽아!


▼넓은 논에 보이는거라곤 전봇대밖에 없다


▼드디어! 땅끝이 이정표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해남 직전에 터널이 보인다. 비도 오는데... 날도 꾸물꾸물한데... 터널지나는 것이 걱정이 되어 후미등을 꺼냈더니... 이 녀석이 가방안에서 제멋대로 스위치가 눌려져서 밧데리가 방전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후미등을 보조배터리를 이용해 충전 중...


▼그렇게 준비하고 터널에 갔는데... 터널은 짧고, 게다가 밝다... ㅠㅠ


▼터널을 빠져나오니 이제 해남은 코앞이다


▼해남 도착


▼식당을 찾아다니다 발견한 돌솥순두부!


▼돌솥밥이어서 밥이 정말 맛있다. 순두부도 맛있고. 누룽지까지 완전 싹싹 비웠다.

 

▼해남이 유명한 관광지인것을 새삼 알았다. 웬만한 모텔들이 방이 없다... 조금 비싼 모텔에 조금 비싼 방에 들어갔다, 1박에 4만5천원.


오늘의 라이딩
시간: 5월21일 오전6시10분 ~ 오후6시37분 (12시간27분, 실제 라이딩시간 5시간36분)
거리: 143km
최고속력: 52.6km/h
평속: 25.5km/h
라이딩코스

20110521.g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