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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투어

땅끝에 도전하다 - 2일차(2/4)

#2011년5월20일


지난밤에 일찍 잠을 자서인지 새벽2시 무렵부터 1시간 간격으로 눈을 떴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다 4시반쯤 일어나 5부바지와 반팔저지 등을 드라이기로 말리다 보니 어느덧 5시반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는 옷을 한벌만 가져왔다. 방풍자켓을 제외하면 보이는게 전부라는 얘기다. 덕분에 숙소에서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빨래와 건조다. 빨래야 세면비누로 간단히 할 수 있고, 대부분의 자전거의류는 속건성이라 건조도 별로 문제되진 않는데, 패드바지와 양말이 가장 큰 문제다. 숙소 주인에게 얘기 잘하면 탈수기에 넣어 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도 귀찮아서 손으로 짜고, 털고, 선풍기, 드라이기를 동원해서 말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궁상이다...

오늘도 새벽6시에 길을 나선다.
오늘은 23번 도로를 따라 논산, 익산, 김제, 부안을 거쳐 고창까지 약 150km. 어제에 이어 오늘도 1일 라이딩거리 신기록 행진이다.

어제 줄창 달렸던 1번도로와 달리 23번 도로는 자전거 고속도로라 할만하다. 갓길도 넓고 교통량도 1번도로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듯하다.

▼23번 도로에 올라서서 처음 나타난 거리이정표. 익산까지 62km 남았다.


▼국도인데도 고속도로마냥 도로옆에 광고간판이 심심찮게 보인다. 근데 이 이쁜 고구마 사진을 보니 응가 생각이... ㅋㅋ


▼23번 도로의 모습.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23번 대부분의 구간이 이런 모습이다. 거의 고속화도로 수준이다.


▼논산에 들어서서 높은 고가도로가 보이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저긴 자전거가 다니기 어렵겠다... 싶어 빙 둘러가는 길을 찾다가 건널목을 만났다.


▼논산을 지나 다시한번 거리이정표를 찍어본다. 익산이 32km 남았으니 2시간에 30km 정도를 달려온 셈이다.


▼강경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갔다. 곳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이 자전거여행자들에게는 비를 피하기도 하고, 뜨거운 해를 피하기도 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좁지만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버스정류장 옆에 육교가 있는데 편도 1차로의 이 좁은 길에 웬 육교인가... 싶다. 지켜보니 마을 주민들이 실제로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육교로 건너다니신다. 사고가 많았던 곳일까...?


▼버스정류장에 먼지와 빗물에 존재자체를 몰라볼뻔 했던 거울이 있어 셀프샷을 찍어봤다. 필터를 적용한 것처럼 나왔다... ㅋㅋ


▼드디어 충청남도를 지나 전라북도에 들어섰다


▼아쉬운 충청남도와 논산시가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


▼한적한 시골에 예쁜 어린이집이, 그것도 무려 4층짜리... 어린이집이 건물이 높은 건 별로 본적이 없는데...


▼익산 직전에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익산이 가까워지면서 배가 고파온다. 새벽4시부터 일어나 설쳤는데 먹은거라곤 샌드위치와 우유뿐이니...
간혹 중국집이 보이길래 익산에 가면 자장면을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배고픔을 참고 달렸다.
10시반쯤 익산에 도착하니 원광대학교가 보이고 대학교 주변이다 보니 중국집도 보인다. 중국집이 두집이 붙어있는 곳이 있어 두집이 경쟁하느라 잘하겠구나... 싶어 자전거를 파킹하고 첫번째 집을 들어갔다.
"짬뽕 곱배기 하나 주세요"
"아직 영업안해요"
"언제 영업하는데요"
"11시요"

헐... 옆집도 마찬가지다.
30분을 어떻게 기다리나... 배고파 죽겠는데...

▼원광대학교 정문


원광대학교 주변을 돌아보니 맥도날드가 보여 다시 파킹하고 들어갔다.
"빅맥 세트 하나 주세요"
"햄버거는 11시 부터 주문받습니다"
"뭐요? ... 그럼 지금 되는건 뭐가 있어요?"
"맥모닝요"

사진을 보니 애기손바닥만하다... 저걸 먹고 어떻게 견디라는거냐... 그래서,

▼맥모닝세트에 맥머핀 단품을 추가했다. 먹으면서 '30분 기다렸다 짬뽕이나 햄버거 먹을걸...' 후회막심했다.


▼익산을 지나니 호남의 너른 평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목천대교


▼이제 부안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김제의 인도에는 특이하게 인도 양옆에 가로수가 심어져있다


▼올해 4,5월 부지런히 자전거를 타니 다리가 제법 많이 탔다. 사진이 너무 야시시하니 나왔나...?


▼김제를 벗어날 무렵. 23번도로는 고속화도로임에 틀림없지만... 똑같은 도로주변 모습에 질리기 시작한다.


▼부안으로 건너가는 동진대교 위에서 바라본 동진강. 멀리 보이는 방향이 서해이고 새만금이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고창이 거리이정표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맞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이 나를 따라다니는가 싶어 날씨를 확인해보니 남서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게 맞다...


▼가다보니 "원숭이학교" 플래카드가 보인다... 원숭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원숭이 교육시키는 곳이가...?


▼부안을 벗어나니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길이 나온다


▼막상 길에 들어서보니 나무 간격이 조금 넓고 나무를 심어놓은 거리가 워낙 짧아 "아름다운 길"이 되기엔 좀 부족하다...


▼달리는 방향에서 오른쪽이 변산반도. 아마 저 산 너머 변산 바다가 보이리라...

 

▼산 하나를 절단내고 있는 현장... 이런 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나? 했는데 조금 지나서 보니 터널을 뚤고 있는 듯 했다


▼아까 보았던 "원숭이학교" 플래카드의 정체는 바로... 미니동물원이었다... ㅋㅋ


▼23번도로는 차선이 줄고 중앙분리대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포장상태가 좋고 갓길도 넓다.


▼농로를 이용한 자전거도로도 간간이 보인다


▼오후4시가 다되어가는 시점에 오늘의 목적지가 이제 1시간여 거리로 들어온다


▼인삼밭도 보이고...


▼정갈한 느낌의 채소밭도 보이고...


▼라이딩하는 내내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개토중인것같은데... 빨간 흙색이 하늘과 잘 어울린다


▼고창 직전에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단지(?)가 보인다


오후 5시반 무렵 드디어 고창에 도착했다


고창군청 부근에 있는 중국집(!)에서 짬뽕곱배기를 먹었다. 맛은 뭐, 그럭저럭...


식사하는 도중 건너편에 앉아계신 남자손님이 계속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종내 말을 걸어오신다.
"어디서 오는거냐", "자전거 비싼거냐", "1,000만원이 넘냐" 등등
자전거전용의류를 입고 쪽모자 쓰고 고글까지 쓰고 있으면 나이 분간이 어려워진다.
그래서일까...? 반말로 말을 걸어오는 분들을 종종 만나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다. 어떤때는 "민증 까봅시다" 하고 싶을 때도... ㅋㅋ
아무튼 여행하는 도중 이렇게 자전거여행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거의 남자)이 용기를 내어 이것저것 물어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성의있게 대답을 해드리는 편이다.
그런데 묘하게 "비싼 자전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고 "비싼" 기준이 대체로 "1,000만원"인 듯 하다... 거 참...
중국집에서 만난 분의 경우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하려면 비싼 자전거라야 하느냐.."가 질문의 요점인 듯 한데, 비싼 자전거가 펑크도 잘 안나고 페달링도 쉽고 언덕도 잘 오르고... 뭐 그런 환상을 갖고 계신듯 하다...
그런게 아니고 결국은 "자전거는 튼튼하면 되고 자전거여행은 본인의 체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을 하다보니 내 자신의 체력과 의지가 좋다는 말인가... 싶어 뻘쭘해진다.

▼중국집 건너편에 있는 여관에 들었다. 여기도 3만원


▼여기도 여관 내부는 시설이 많이 낡았다. 버뜨, 혼자 자는데는 아무 불편없다.
  이렇게 나의 라이딩을 도와주는 IT기기들 밥주고...


▼또 이렇게 라이딩의류들을 빨아 걸어놓고... 또 다시 기절.


오늘의 라이딩
시간: 5월20일 오전6시7분 ~ 오후5시20분 (11시간13분, 실제 라이딩시간 5시간2분 !!)
거리: 150.1km
최고속도: 44km/h
평속: 29.8km/h (오늘은 라이딩 패턴이 푹쉬고 탈 때는 빡시게 타는 스타일이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