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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Tour/기타여행

일본 쿄토, 홋카이도 여행 (3) - 신칸센타고 오사카에서 하코다테까지

2018년 3월 2일.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잠에서 깼다.


4시반쯤 되었을까?


스마트폰을 들어 별 생각없이 날씨와 뉴스 등을 간단히 훑어보다가 별 생각없이 이메일을 확인했다.


어젯밤 자기 전에 확인했을 때도 새로운 메일이 없었는데, 새로 수신된 메일이 있었다.


피치항공에서 보낸거였다.


'오늘 비행기 예약되어 있다고 보낸건가...?' 싶어 내용을 읽어보았다.



자기네 비행기 순환 관계로 몇몇 비행편이 취소되었단다.


뭐시라...?


설마 우리 비행기가...?


취소된 비행편 목록을 살펴보니,


아뿔싸...


오늘 아침에 출발하는 우리 비행편이 그 안에 있었다.



그 밑에는 고객이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이 적혀 있었는데, 대체 비행편을 받거나 환불을 요청하라는 얘기였다.


뭐, 이런 그지 발싸개 같은 회사가 있나... 싶었다.


비행편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을 당일이 되어서야 알려주다니 !!!!!!!



몽아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자고 있는데,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머리 속은 하얗게 질려갔다.


뭘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피치항공에 대해 검색해 봤다.


수 많은 불평글들이 보였다.


툭하면 비행편 취소하고, 뻑하면 출발지연, 도착지연되는 회사라 한다.


그럼에도 워낙 가격이 싸서 "피치못할 경우에만 타는 피치항공"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간사이에서 신치토세까지는 같은 날짜에 다른 시간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8개월이 지나서 여행기를 쓰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른 항공편을 찾아보았다.


ANA(전일본공수) 비행편이 있고 출발시간도 얼추 비슷해서 대체편이 될 수 있는데,


요금이 엄청나게 비싸고, 피치항공에서는 그런 비행편은 대체 비행편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글이 보였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피치 요금보다 2배 정도 비싼 ANA 항공편으로 홋카이도를 갔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때는, 비싸다는 생각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몽아가 깼다.


몽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몽아에게 빠르고 간단하게 문제를 설명하고,


홋카이도로 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얘기했다.




몽아는 간사이공항으로 가자고 했다.


공항으로 가면 같은 비행편을 예매했던 사람들이 있을거고,


피치항공에서 대체편을 마련해주건, 다른 비행기를 타건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그 말이 맞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피치항공에 대해 조금도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고,


간사이공항은 교토에서 2시간 거리에 떨어졌을 뿐 아니라 홋카이도 방향과 반대 방향이라는 것도 몽아 의견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였다.




새벽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어느 틈에 벌써 6시가 지나고 있었다.


2시간 이상을 방안에서 허비하고 있었다.


아무런 방안도 세우지 못한채.


몽아와 이런 저런 의견 대립만 있을 뿐이었다.




이 새벽에 어디엔가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더구나 여긴 일본이고,


치토세 공항에 예약해 놓은 렌트카와 오타루에 예약해 놓은 도미인 호텔은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들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 섞여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을 만든 피치항공을 어떡하든 박살을 내고도 싶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어떻게 3개월 전에 예매한 고객에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불평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A안이 안되면 B안이 있어야 했다.




신칸센을 찾아봤다.


구글지도를 찾아보니 교토역에서 하코다테까지 JR로 갈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소요 시간이었다.


8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이제 교토역으로 가서 대략 9시 기차를 타도 오후 늦게야 하코다테에 도착하고,


하코다테에서 치토세공항까지는 또 3시간 가량 기차를 타야 한다.


게다가 비용은 얼마가 드는지 알 수도 없었다.


비용을 검색해 보니 JR 패쓰를 구입하면 그나마 저렴한 것 같았다.


저렴한게 1인당 30만원... 둘이면 60만원...


환장할 노릇이다.




시간은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호텔방에서 궁리만 할 수 없어 일단 호텔을 나왔다.


교토역으로 가서 서투른 일본어로 JR 패쓰를 사서 하코다테까지 가려한다 했더니,


교토역에서는 JR 패쓰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오사카로 가야 한단다.


전철을 타고 오사카로 갔다.


역사무소로 가서 같은 얘기를 하니, 오사카역이 아니라 히가시오사카역에서 JR 패쓰를 판단다.


다시 전철을 타고 1정거장을 가서 히가시오사카역에 가니 과연 JR 패쓰를 판다.


친절한 일본 직원 덕분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음에도 JR 패쓰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일본 직원은 일정표까지 만들어주고 우리가 갈아타야 하는 곳까지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지금와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가서, 도쿄에서 다른 신칸센을 타고 하코다테까지 쭉 가면 되는 거였다.


아마 도쿄에서 하코다테 중간 쯤에 기차편명이 바뀌기 때문에 일정표에는 기차를 갈아타는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 그대로 앉아 있으면 된다고 직원이 얘기해 줬다.


자, 이제 신칸센 타고 홋카이도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8시간을 말이지...




우선 도쿄로 가는 신칸센은 어려움없이 탔다.


도쿄까지는 3시간 쯤 걸렸던 것 같다.


새벽부터 몽아와 이런저런 의견 충돌로 심기가 불편했었지만,


어쨌든 홋카이도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는 안도감에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허탈하게 나마 웃을 수 있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처음 타보는 신칸센. 좌석 배열이 2 + 3 이더라. 우리보다 기차가 넓은가? 아니면 우리가 좌석이 넓은가?




12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새벽부터 그 난리를 쳤는데 먹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


식당칸도 있는 것 같았지만, 신칸센 안에서 파는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아마, 오키나와 여행하면서 일본 도시락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신칸센에서 파는 도시락. 겉보기엔 그럴싸하다.




▼또 다른 도시락. 가격도 천엔이 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도시락 맛이 어땠을까?


형편없었다.


일본 도시락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최소한 일본 기차안에서 도시락은 안먹을테닷.



▼도쿄로 가는 도중 후지산이 보인다. 사진으로 자주 봤지만 정말 단순하면서 멋진 산이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갈아타야 하는데,


여기에서 다시 한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갈아타야 하는 플랫폼을 착각하여 엉뚱한 플랫폼에서 기다리다가 기차를 놓쳐 버렸다.


결국 역사무실로 가서 다시 기차표를 끊고 1시간 가량을 기다렸다가 하코다테행 신칸센을 탔다.


정말이지, 몇 달에 걸쳐 겪을 혼란스러움을 하루에 몰아서 겪는 것 같다.




하코다테행 신칸센에 올라타고 어느 쯤부터인가 홋카이도에 오늘 예약한 렌터카며 호텔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신칸센을 타고서 내가 할 수 있는게 큰딸의 도움을 받는 것 말고는 없었다.


카톡으로 열심히 상황을 설명한 뒤 큰딸로부터 얻은 정보로는,


홋카이도에는 지금 엄청난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예약했던 호텔에서는 오늘 절대로 홋카이도를 못들어온다고 했단다.




그러나 창밖을 내다보면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일본인데, 그 얘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아무리 일본이 남북으로 길쭉해도 그렇지, 시속 300짜리 기차로 몇시간을 올라가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화창하고 봄기운이 느껴지는 땅이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땅으로 바뀔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홋카이도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테고... 참 혼란스러웠다.




홋카이도를 절대 못들어간다면,


하코다테까지 가는 이 기차가 무슨 안내방송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아무 방송도 없었다.


이 기차는 홋카이도 못갑니다, 그런 방송 없었다.




그렇다면 하코다테까지는 간다는 얘기고.


그래서 큰딸의 도움을 받아 오타루 도미인은 취소하고 하코다테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렌트카는 내일부터 빌리는 걸로 변경했다.


렌트카를 변경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구질구질한 얘기를 이제와서 다 풀어놓기로 좀 그렇네.




참, 신칸센 안에 카드전화기가 있었다. 전화기 옆에 전화카드를 파는 기계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요금이... 천엔짜리 카드를 넣으면 몇 분 못했던 것 같다.


일본 국내 통화 몇분에 만원을 쓴 셈이었다.




도쿄에서 하코다테까지는 5시간이 안걸리는 걸로 나와있었는데,


본토 북쪽 어느 부근부터인지 날씨가 험상궂어지더니 기차 속도가 거의 전철 속도로 줄어버렸다.


원래 그 구간에서 속도가 느린건지 날씨때문에 느린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저녁 7시 무렵 하코다테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고온 신칸센 기차.



하코다테에서 신칸센을 내리면 하코다테 시내까지는 다시 기차를 타야 한다.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서, 택시를 타고 큰딸이 잡아준 호텔로 갔다.


호텔방에 올라가서 다운파카를 꺼내입고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WBF 그란데 하코다테 호텔.











하코다테는 정말 눈천지였다.


불과 두어시간 전에 봄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있다가,


이렇게 길거리에 눈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으로 와버렸다.










눈이 이렇게 쌓여있으니 걷기도 어렵고,


길거리에 택시도 없다.


구글맵을 켜놓고 간신히 길을 찾아가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가


도저히 먹을만한 식당을 찾지 못하고 호텔 앞 편의점에서 라면과 간식 등을 사갖고 호텔방으로 올라왔다.





그렇게 힘들었던 하루를 보내고,


눈의 나라 홋카이도에 불청객으로 찾아가서 첫밤을 보냈다.




피치항공 비행기가 취소된것도 어쩌면 홋카이도 눈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용서할 수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