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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 Riding/바이크캠핑

국립자연휴양림 - 검봉산휴양림

#2015년 7월 3일


전일 힘든 하루를 보냈음에도 어김없이 6시 기상.

간밤도 기막히게 잘잤다.

플라이를 걷고 내다보니 데크가 흠뻑 젖어있다.

비가 왔었나...?

여기저기 둘러보니 비가 오진 않았지만, 이슬이 많은 곳인 듯 하다.

텐트도 젖어있고, 빨래도 전혀 마르지 않았다.

다행히 화장실 앞이 아침해가 잘 드는 곳이어서 빨래들을 옮겨 돌무더기 위에 널어 놓았다.



더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오전 9시, 가방 정리하는데도 벌써 온몸이 땀에 젖는다.

오전 10시, 준비를 마치고 의식처럼 되어버린 출발샷을 찍었다.




오늘 가야할 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어제 내려오던 길을 그대로 더 내려가 육송정삼거리에서 910번 지방도로를 달려 강원도 삼척에 들어서고 풍곡에서 416번 지방도로로 바꿔탄 후 그대로 동해까지 내달린다.


이때까진 이 길이 비교적 무난한 줄 알았다.

아니... 사실 딱 한 군데빼곤 무난한 뿐 아니라 좋은 길이었다.


출발하자마자 얕은 내리막을 신나게 달린다.




석포에서부터는 개천을 따라 기분좋은 라이딩.




뭔가 삼거리스러운 갈림길이 나올줄 알았는데 웬걸 요따구 길이 나온다.



언뜻 보이는 왼쪽 길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어서 지도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확인해봤자... 맞지 뭐... 이 길로 가야한다.



불과 50미터쯤 올랐을까...?

페달이 돌지 않는다.

끌바 시작.

다행히 높진 않다.

로드를 탈때 거의 문제가 되지 않던 이런 짧고 굵은 고개들이 노새를 끌고 다니면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이 오를 것이냐, 끌바를 할 것이냐 선택을 강요한다.


짧은 고개여서 이름이 없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찾아보니 불미고개라고 하는 것 같다.



불미고개를 넘으니 3~5% 오르막이 한참 이어진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올랐다.




길가 옆에 무언가 작은 팻말이 보여 들여다보니 통합기준점이라는 표식이었다.

내용을 보니 해당 위치의 정확한 위도,경도,고도를 표시해 놓은 기준점인데 전 국토에 이런 기준점이 수없이 많은 모양인데 이제사 이런 표식을 보았다.



4개의 돌들은 방위를 뜻하는 걸까?



여기 기준점의 고도가 662미터이고 가민의 고도가 669미터.

오호. 가민 고도가 꽤 정확한군.


사실 가민 고도는 정확하지 않다.

가민은 기압센서를 내장하고 있어 고도를 측정하는데, 이 센서가 그리 신뢰도가 있는 편이 아니어서 온도, 습도 등에 따라 오차 범위가 큰 편이다.

만약 고도 오차를 줄이길 원한다면 가민 GPS 셋업 화면에서 "Set Elevation" 메뉴를 이용해 직접 입력해 주어야 한다.

같은 지점에서 자주 출발하는 경우 한번 세팅해 놓으면 출발할 때 가민이 자동적으로 입력된 고도를 인식한다.


그런데, 가민 온도계에 찍힌 온도가 48.1도...


꾸준히 오르던 경사도는 결국엔 자전거에서 내려서게 만들었다.

고개 정상까지는 아직 멀었는데... 어쩔 수 없다.

한시간 가량 끌바를 한 것 같다.


가민 데이터는 고도 792미터까지 기록되어 있고 그 이후 고개 정상까지 기록이 없다.

속도가 너무 느려서 기록하지 않는 모양이다.


끙끙거리며 노새를 끌고 있는데 산비탈지 전체에 고랭지배추를 재배하고 있는게 보였다.

바쁘게 농사짓는 분들 보니 한가로이 자전거타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길가에 내려와계신 농부 한 사람이 오히려 나를 측은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걸었다.

"저기 하.. 이 배추밭을 하.. 혼자 다 지으시는거에요? 하.. 하.."

아무리 애를 써도 숨소리에서 거친 호흡을 뺄 수가 없었다.

농부가 입꼬리가 묘하게 찌그러진다.




고랭지배추밭이 끝나자 경사도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경사도 표시판을 본 기억은 13%, 14% 였던 것 같은데 체감 경사도는 그 이상이었다.


끌바가 이렇게 힘들어보긴 처음이다.

날이 더운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점심을 못 먹어서이기도 하고...


오늘도 제때 식당에서 점심먹기는 글른것 같다.

내 이럴줄 알고 오늘은 점심 해먹을 준비를 해갖고 왔다.


오르막길에 근사한 정자가 보인다.

가끔 저런 정자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지어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오가는 나그네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 지어놨다.



계곡에 물도 흘렀었나 보다.



길가에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이 정도 불편함이야... 얼마든지...



길가에서 완전히 엄폐가 되는 곳은 아니어서 점심을 해 먹는 동안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차 운전자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고 간다.

부러우시죠...?

부러워서 쳐다보는 것이라 믿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잠시 눈을 붙여 볼까 하고 누웠는데,

막상 누우니 잠은 오지 않는다.

가야할 길이 있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끌바 시작.

하지만 얼마 끌지 않아 고개 정상에 이르렀다.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선에 위치하는 석개재.


힘들게 올라왔으니 고개이름을 알리는 돌뎅이라도 있길 바랬건만 아무것도 없다.



정상에 우두커니 정자 하나가 있다.

여기 정자가 있는걸 진즉 알았으면 여기서 점심 먹을걸... 에휴...






정상 부근에서 다시 한번 통합기준점이 눈에 보인다.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계속 보일 것 같다.



석개재 정상은 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되지 않고 한동안 편평한 길이 이어진다.

저 멀리 동해바다가 있을텐데 날이 맑지 않아서 바다가 보이진 않는다.



한동안 편평한 길이 이어지다 어느 순간 청룡열차처럼 쑤욱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쳐 지나가는 경사도 표지판들이 14%, 15%.

헐... 이건 미친 다운힐이다.


코너가 예리하지는 않지만 가속도가 너무 붙어 계속해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디스크 브레이크가 밀리기 시작했다.

차도 아닌데 브레이크 과열이 걱정되어 내리막 중간쯤에 디스크를 식히기 위해 쉬어갔다...



석포에서 넘어올 때도 경사도가 무시무시했는데, 반대쪽 경사도는 더 어마무시하다.

여기는 로드로 와도 거의 끌바를 할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요철이 있었는데 안장 뒤에 있던 물통이 날아가버렸다.

내리막길이어서 자전거를 세우기도 힘들어서 그냥 버리고 갈까... 하다가 줏어왔다.


이넘! 멋대로 가출을 하다니!

라이딩 중 사용하기 불편해서 그야말로 물 보관통 역할로만 갖고 다녔는데, 그게 속상했냐...?


급경사 내리막길을 다 내려오니 덕풍계곡 표지판이 보인다.

덕풍계곡이 놀기 참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강원도 산줄기를 넘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길 중에 이렇게 극단적인 길은 처음 봤다.

대체로 정상에서 급한 내리막 후에도 한참동안을 얕은 내리막이 이어지면서 산세가 이어지기 마련인데, 

여기는 급경사 이후 거의 평지에 가까운 계곡이 나타난다.

더구나 이 계곡이 너무나 아름다워 조금 전까지 무서움에 떨며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온 것도 잊어버렸다.




계곡 앞에는 기암절벽에 가까운 웅장한 산세가 가로막고 있어 몹시도 이국적인 분위기다.










계곡물이 너무 맑아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계곡물이 남태평양 바다색 같다.




아름다운 계곡길을 달리는 재미에 석개재를 넘을 때 힘들었던 기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느덧 7번국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 동해에 왔구나.



사실 호산이란 지명은 익숙하지 않았는데 원덕읍에 속하는 항구인 모양이다.

호산에 도착하니 길바닥에 자전거도로 표시가 되어 있다.

뜻하지 않게 동해안 자전거길을 달리게 되었다.




북쪽 하늘에 시커멓게 구름이 끼어있는게 아무래도 심상치않다 싶었다.


원덕읍에 오니 편의점도 있고, 커피가게도 있고, 빵집도 있고, ...

3일동안 구경못하던 문명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편의점에서 저녁거리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것 같더니 이내 소나기로 변했다.

소나기 그칠때까지 잠시 비를 피하다가 비가 주춤한 사이 다시 출발했다.


원덕에서 임원방향으로 가는 길에도 자잘한 낙타등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한 고개 정상에서 의자를 펼쳐 앉아 쉬었다. 비를 맞으며...

오가는 차안에서 나를 보면 언덕 꼭대기에서 비를 맞으며 의자에 앉아있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겠지...

뭐... 이상한 사람 맞다.



동해.


오랜만일세.



원덕에서 임원으로 가는 길은 동해안 자전거길 구간이어서 간혹 자전거 여행자들을 보기도 했다.




동해안자전거길은 통일전망대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데 현재는 임원까지만 개통된 모양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242키로 정도되니 부산까지는 500키로가 넘을 듯 하다.


동해안 종주는 로드로 두차례 했었는데, 강릉을 경계로 북쪽은 편하고 남쪽은 힘들었다.

아마 동해안자전거길도 특별히 자전거길을 새로 내지 않는 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인증수첩은 아니지만 가지고 간 수첩에 임원인증센터 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인증센터에서 잠시 내리막길을 달린 후 바로 임원항에 도착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빨간 건물이 무엇일까...?

찾아보니 수로부인 헌화공원이라고 한다.



임원항 부근에 보이는 모텔들을 보니 문득 오늘은 저기서 편하게 잘까... 생각도 들었다.

저녁거리까지 다 짊어지고 여기까지 달려와서 뭔 생각을 하는거냐...



이제 오늘의 목적지 검봉산자연휴양림이 3키로 남았다.




스템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달고 다니는 통에 가민을 달 곳이 없어 핸들바 가방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보곤 했는데, 스피커 자리에 가민을 끼워보니 딱 맞는다. 오호.



검봉산휴양림 직전에 보이는 예쁜 펜션.




검봉상휴양림 매표소.


멀리서 보니 애들 태워주는 기차가 있나 싶었는데... 모형 기차였다.

검봉산KTX.



매표소를 지나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경사가 급해진다. 

미친다... 다 와서 끌바라니...




다왔다.

다리만 건너가면 오늘밤 나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데크가 기다린다.

수고했다, 노새.



여기 데크는 특이하게 데크 2개를 하나로 연결해 놓았다.

이 자릴 알고 예약한 건 아니었는데, 다른 자리들은 모두 데크를 1개만 쓰는데 101번, 102번 두 자리만 데크를 2개 연결해 놓은 것 같다.

큰 텐트를 가져가는 사람들에겐 좋은 자리이겠다.





오늘 저녁 메뉴는 편의점표 물만두와 김치볶음밥.




라이딩요약